[최병진의 항저우 체크인]<13> "브이 할까요?", "오늘은 하트 할게요"
[마이데일리 = 항저우(중국) 최병진 기자] 2023년 9월 30일 14일차
항저우 입성 후 신유빈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세 차례 만났다. 흥미로운 건 만날 때마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랐다.
가장 먼저는 패배 이후였다. 신유빈은 여자 단체전에 출전했고 일본과의 4강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매치 점수에서 1-3으로 밀렸는데 신유빈의 패배가 두 번이었다.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신유빈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이 때문에 첫 만남의 테마는 ‘착잡함’이었다.
신유빈은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답변을 이어가던 중에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아쉬움과 함께 막내로서, 그리고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29일에는 단식 16강전에서 가뿐한 4-0 승리를 거둔 후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유빈은 “저 원래 밝아요”라며 단체전의 아쉬움이 이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브이를 할까요?”라며 직접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스스로의 평가를 반영하는 ‘만족감’이었다.
그리고 4강 진출 후의 3번째 대화에서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즐거움’의 미소였다. 신유빈은 “메달을 3개나 확보했다는 게 신기하하다. 아시안게임이 너무 재미있다”며 자신의 기분을 마음껏 표현했다. 이날의 사진 포즈는 하트였다.
세 번의 각기 다른 분위기 속에서 신유빈의 무기는 솔직함이었다.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표현하는 것이 어울리는 19살 소녀 그 자체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다른 선수들도 조금은 더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전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꽤 많은 선수들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질문에 답은 하지만 그저 ‘답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물론 이해는 한다. 말 한마디가 자기의 의중과 다르게 전해질 수 있기에 조심하는 부분은 충분히 수긍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언론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 답변이 때로는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입으로는 “기쁘다”고 하는데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으면 ‘진짜 기쁜 게 맞나’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영혼이 없는 대답’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대화는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눈을 마주 보기도 하고, 상대의 표정을 보기도 하며 목소리의 톤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이는 감정을 나누는 과정이다. 기쁨과 슬픔, 자책, 미안함 등 모든 감정은 말 하나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 마주 하는 인터뷰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니 부담을 조금 내려놓자, 더 솔직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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