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인권조례·학생인권조례 폐지 두고 1년 넘게 공방

김소연 2023. 10.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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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조례, 4년 전 한 차례 폐지됐다가 부활하기도
폐지안 발의에 시민단체 행정소송…11월 중순까지 효력정지
충남도의회 [충남도의회 제공]

(홍성=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충남에서는 인권조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싼 공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보수단체가 두 조례 폐지를 위한 주민 청구를 했고, 도의회가 이를 수리하자 시민단체가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충남인권조례 5년 전 폐지됐다 넉 달 만에 부활

충남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1일 충남도와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충남인권조례는 지난 2018년 당시 다수당이던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 주도로 한차례 폐지됐다가 넉 달 만에 부활했다.

2012년 5월 충남인권조례가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의 대표 발의로 제정된 지 6년 만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옹호해 도민 갈등을 유발한다며 폐지를 추진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시민사회단체도 반발했으나 폐지안은 본회의를 통과해 2018년 5월 공포됐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의 인권조례 폐지 반대 피켓시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시행 중이었는데 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은 처음이었다.

지방의회가 직접 나서 조례 폐지안을 발의·처리한 것 역시 전례가 없었다.

그러다 충남인권조례는 6월 지방선거에서 11대 도의회 의석이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재제정이 추진됐다.

같은 해 9월 민주당 의원 6명과 한국당 의원 4명 등 의원 10명은 새로운 인권조례를 발의했고, 도의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보수단체 주도 주민 청구…도의회 수리·발의

충남인권조례가 다시 생기자 일부 종교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한 보수단체가 충남인권조례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주민 청구하면서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바른인권위원회 등 단체들은 인권조례가 소수자·약자로 규정한 대상만 절대시하며 다수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조례 역시 좌파적 인권개념을 강요하며 올바른 지도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청구 7개월 만인 지난 3월 주민 동의 서명부를 제출했다.

충남인권기본조례·학생인권조례 폐지 서명부 전달 충남기독교총연합회와 충남바른인권위원회, 우리아이지킴이학부모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3월 충남인권기본조례·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서명지 제출에 앞서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권운동가들은 "혐오세력이 시대착오적인 주장으로 지방정부 인권체계를 흔들고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다"며 반발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다시 한번 조례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의회 주변에는 수개월 동안 여론전이 벌어졌다.

찬성·반대 단체들은 각각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걸었고,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 나갔다.

5개월에 걸쳐 서명부 검토를 한 뒤 도의회는 유효 서명이 필요 청구인 1만2천73명을 넘는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두 조례 폐지안은 도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수리돼 충남도의회 의장 명의로 지난달 11일 발의됐다.

진보단체 행정소송…11월 정지까지 효력 정지

진보 시민단체는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충남지역 1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위기충남공동행동 관계자들은 지난달 14일 "두 조례 폐지 청구에 절차적·법적 하자가 있다"며 폐지안 수리 및 발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판결 확정 전까지 그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충남인권조례 지켜야" 지난 3월 충남내포혁신플랫폼에서 열린 '인권조례 폐지 등 지역인권보장체계 위기 대응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충남학생인권조례', '인권정책기본법제정'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제347회 임시회가 진행 중이었고, 다수당인 국민의힘 주도로 회기 안에 조례가 폐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대전지법 제2행정부가 폐지안 수리·발의 처분 효력을 11월 16일까지 정지하면서 처리는 무산됐다.

조례안 수리·발의 취소 본안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은 오는 11월 9일 오후 3시로 잡혔다.

폐지안은 오는 11월 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제348회 정례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그 전에 법원이 다시 한번 집행정지 등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논의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 회복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며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 교권 붕괴가 학생인권조례 탓이라는 논리를 펼치는 가운데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과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이런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학생 인권과 교사의 교권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나서 학생인권조례 정비를 촉구하고 나섰고,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도 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충남 역시 폐지보다는 개정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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