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뛰어' 60억 대도까지 저격한 백업 포수…LG 울리고 왜 "죄송하다" 했을까

김민경 기자 2023. 10. 1.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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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승현 ⓒ 두산 베어스
▲ 교체되는 양의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만원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두산 베어스 포수 장승현(29)은 지난달 30일 잠실 LG 트윈스전 개시 직전에 갑자기 몸을 풀어야 했다. 원래 안방마님 양의지(36)가 4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할 예정이었는데, 양의지가 이날 선발투수 김동주(21)의 공을 받아주다 손바닥을 다쳤다. 공이 왼손 엄지 끝(손바닥)을 강타해 금방 부어올랐다. 양의지는 김동주가 1회초를 앞두고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를 할 때 공을 받아보며 손 상태를 살폈는데 통증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양의지는 결국 장승현에게 포수 마스크를 넘겨야 했다.

장승현은 갑자기 포수로 사실상 선발 출전하게 된 것으로도 모자라 4번타자 임무까지 맡았다. 선발 라인업을 이미 제출한 상황이라 타순 변경은 어려웠기 때문. 장승현은 일단 김동주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4번타자에게 기대하는 타격을 하긴 어려워도 수비로는 보탬이 되자는 마음이 가장 컸다.

장승현은 "내가 선발 출전하지 않는 날에도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하면 항상 옆에서 지켜본다. (양)의지 선배가 투구에 맞는 것을 보고 바로 준비했다. 때마침 비도 내렸기 때문에 시간을 벌었다(폭우로 12분 지연 개시). 캐치볼을 간단히 하고 준비를 마치니 개시 시간이었다"고 긴박했던 교체 상황을 되돌아봤다.

선발투수 김동주는 모처럼 되찾은 1군 등판 기회를 살려야 하는 선수였다. 잘하려는 의욕과 투지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장승현은 그럼 김동주가 2군에서 그동안 준비해 온 것들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싶었다.

장승현은 "갑작스러운 투입이라 정신이 없었지만, 내가 흔들리면 젊은 (김)동주가 더 영향을 받을 것 같았다. 나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불펜에서 공을 4개 정도 받아봤는데, 힘이 느껴져서 적극적으로 승부를 들어가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 김동주 ⓒ 두산 베어스

김동주는 우려와 달리 씩씩하게 마운드에서 자기 공을 던졌다. 6이닝 95구 2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3승째를 챙겼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0㎞, 평균 구속이 147㎞에 이를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직구(38개)에 슬라이더(37개), 스플리터(18개), 커브(2개)를 적절히 섞으며 호투를 펼쳤다.

김동주는 경기 뒤 "(장)승현이 형이 요구하는 대로 잘 들어가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 승현이 형이 갑작스럽게 나오게 돼서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했다. 대화를 나눌 시간이 짧게 있었는데 (불펜에서) 마지막 피칭을 하고 나서 승현이 형이 '공 좋으니까 자신 있게 던져'라고 했다"며 양의지 대신 든든한 버팀목이 된 장승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장승현의 진가는 어깨에서 나왔다. 2-1로 앞선 6회 박해민, 7회 문성주의 도루를 저지하면서 LG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놨다. 1점차 살얼음판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박해민과 문성주의 도루를 허용했다면 3-1 승리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몸값 60억원을 자랑하는 '대도' 박해민의 발을 묶은 게 가장 컸다. 6회초 선두타자 박해민이 2루수 땅볼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자칫 김동주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 두산으로선 다행스럽게도 김동주가 박해민을 1루에 잘 묶어둔 채 김현수와 오스틴을 연달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잘 버텨줬다. 2사 1루 오지환 타석 때 마음이 급해진 박해진은 김동주가 초구 슬라이더를 던질 때 2루 도루를 감행했는데, 장승현이 빠르게 2루로 송구해 박해민을 잡았다. LG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유격수 김재호의 태그가 명백히 더 빨랐다.

장승현의 어깨는 7회초에도 빛났다. 1사 후 문성주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고, 다음 김민석 타석 때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장승현은 또 한번 2루에서 문성주를 잡아내면서 LG의 막판 추격 의지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때 문성주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다면 최소 동점이었다. 김명신이 김민성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박동원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기 때문. 문성주의 도루자로 2아웃으로 상황이 바뀐 뒤라 김명신은 실점을 피할 수 있었다.

▲ 2차례 LG의 도루를 저지한 장승현 ⓒ 두산 베어스

장승현이 필사적으로 LG 주자들의 발을 묶은 건 타석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팀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장승현은 이날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하면서 몇 차례 찾아온 득점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장승현은 "타석에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만원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수비에서라도 어떻게든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상대 주자가 나갔을 때 언젠가 뛸 것 같아 계속 준비했다. 두 차례 도루 저지로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타석에서 결과를 내지 못해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장승현이 양의지의 빈자리를 잘 채워준 덕분에 2연승을 달리며 웃을 수 있었다. 4위 두산은 시즌 성적 69승60패2무를 기록하며 3위 NC 다이노스와 거리를 1.5경기차로 좁혔다. 5위 SSG 랜더스와는 3경기차를 유지했다.

두산은 1일 LG 상대로 올 시즌 첫 시리즈 스윕에 도전한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내세우며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LG 선발투수는 이지강이다. 양의지이 이날까지 손바닥 부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장승현이 계속해서 선발로 포수 마스크를 써야 한다. 장승현은 이제 타석에서 아쉬움까지 털어내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 장승현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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