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래서 천조국”…시뮬레이터에 한반도 작전환경까지 [동맹 70, 캠프 험프리스를 가다]
고강도 반복훈련으로 ‘파이트 투나잇’ 태세
韓 CH-47F 도입 美 시뮬레이터 교육 준비
[헤럴드경제(평택)=신대원‧오상현 기자] 조종간을 움직이자 화면으로 보이는 포구가 따라 움직였다.
교관이 가리킨 표적을 겨누고 검지와 엄지가 닿은 버튼을 동시에 누르자 굉음과 함께 포탄이 발사됐다. 헤럴드경제는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시에 자리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았다. 한미동맹의 법적 토대로 1953년 10월 1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70주년을 열흘 남짓 앞둔 시점이었다.
▶한반도 작전환경까지 반영한 시뮬레이터=먼저 캠프 험프리스 내 ‘밴달 훈련센터’를 둘러봤다. 널찍한 실내 공간에 얼핏 보기에 평범한 컨테이너 박스가 여러 개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미국의 첨단전력의 내부를 고스란히 구현해 놓은 시뮬레이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M1A2전차 시뮬레이터에 들어가 볼 기회를 가졌다. 시뮬레이터는 포수와 전차장이 함께 들어가 훈련할 수 있었다.
전차의 좌석과 조종간 등 내부 구성은 물론 탄약장전과 사격지휘절차까지 실제 전차와 똑같은 환경으로 꾸며져 있었다. 열십자 모양의 표적지시기가 표시된 모니터에는 교관이 지정해 놓은 표적이 표시됐고 그곳을 향해 포탄과 기관총을 발사하며 조작을 숙달할 수 있었다.
시뮬레이터 4대가 연동돼 중대 단위 전술훈련도 가능했다. M1A2전차뿐 아니라 브래들리 장갑차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스트라이커 부대원이 가상 전장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장갑차 운전병과 기관총사수, 승무원이 각자 자리에서 이동하다 하차전투를 위해 내린 뒤 자기에게 할당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장상황에 대한 전술적 조치를 훈련하는 장소다.
패트릭 커런 훈련센터 부실장은 “훈련센터는 수중생환훈련장과 의무훈련장, 시뮬레이션센터 등으로 구성됐다”며 “미8군에 배속되는 장병 뿐 아니라 괌과 주일미군, 한국군들도 함께 훈련한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공간에는 UH-60 블랙호크와 CH-47F 시누크 등 항공기 시뮬레이터도 구비돼 있었다. 실제 항공기를 작동하는 것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이착륙과 비행, 한반도 작전환경을 반영한 각종 전술조치와 비상상황시 행동요령 등을 숙달할 수 있게 구성됐다.
커넌 부실장은 “한국도 CH-47F를 도입한다고 들었는데 그 때를 위해 한미가 함께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이 CH-47F를 도입하면 함께 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밴달 훈련센터의 원래 이름은 캠프 험프리스 훈련지원센터였는데, 지난 2019년 5월 미8군 사령관을 역임한 토마스 밴달 중장을 기리기 위해 현재 이름으로 변경했다. 밴달 중장은 한미연합사단 창설과 용산 미군기지 이전 등을 지휘하며 한미동맹과 미군의 대응능력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보국훈장 국선장을 받았는데, 사령관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취재진은 수중생환훈련장도 찾았다. 마침 주일 미 해병대 항공기 승무원들이 비상탈출훈련을 실시중이었다. 10여 명의 조종사와 교관들이 물속에서 헬기 좌석을 모사한 장비를 이용해 거꾸로 뒤집었다가 탈출하는 훈련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남진 선임교육관은 “UH-60과 CH-47 등 항공기가 비행중 수상에서 추락했을 때 생존할 수 있는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이라며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 모든 항공부대를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선임교육관은 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데 대해 “항공기 추락시 패닉상태에 빠지는데 절박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탈출하려면 조건반사가 될 수 있을 만큼 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전처럼 훈련해야 야전에서 당황 안해”=수중생환훈련장을 나와 반대편 복도로 가니 매캐한 냄새와 함께 뿌연 연기가 새어 나오는 곳에 도달했다.
전투에서 부상 입은 동료를 구조하고 응급처치 절차를 숙달하는 메디컬 시뮬레이션 훈련센터였다.
훈련센터는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모르는 사이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신체 절단과 상처, 혈흔 등을 적나라하게 구현한 마네킹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사람 크기의 마네킹은 무게와 촉감은 물론 부상으로 인한 불규칙한 맥박과 고통스러운 호흡까지 재현이 가능했다.
혼란스러운 전장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시끄러운 소음과 요란한 조명 속에서 장병들이 응급처치 훈련을 실시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훈련을 지켜보던 누군가의 입에서는 “이래서 천조국, 천조국하는구나”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취재진을 안내한 밴드 마고 중사는 “전투에서 어떻게 동료들을 구조하고 외상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지 훈련하고 있다”며 “이렇게 실전처럼 훈련해야 야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고 중사는 이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뿐 아니라 괌과 일본에 있는 미군들도 이곳에서 교육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미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를 넘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캠프 햄프리스에서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미군 장병들의 구슬땀이 멈추지 않았다.
shindw@heraldcorp.com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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