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소유만 해도 징역형 받는 ‘이 개’…한국은 어떨까?
영국에서 ‘아메리칸 XL 불리’(American XL Bully)가 연말까지 금지견으로 지정된다. 개물림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나온 조치다. 비단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도 개물림 사고가 한해 2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해 각국이 시행하는 제도를 살펴본다.
금지견으로 지정된 아메리칸 XL 불리…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아메리칸 XL 불리의 품종을 연말까지 금지견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아메리칸 불리는 1980~1990년대 미국에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두 견종을 교배해 개량한 중형견이다. 크기에 따라 포켓·클래식·스탠더드·XL(엑스라지)로 분류된다.
수낵 총리는 “아메리칸 XL 불리는 지역사회에서 위험 요인이며 특히 어린이들에게 위험하다”며 “훈련을 받지 못한 일부 개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개의 행동 패턴이 문제”라고 밝혔다.
총리가 특정 견종에 대해 공개적으로 나선 것은 아메리칸 XL 불리로 인한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서다. 수낵 총리가 발표하기 전날인 9월14일(현지시각) 잉글랜드 중부지역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선 한 남성이 아메리칸 XL 불리로 추정되는 개 두마리에 여러 차례 물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지난해 9월엔 버밍엄 지역에서 11세 소녀가 아메리칸 XL 불리에 공격당해 팔과 어깨를 다쳤다. 같은해 7월에는 40대 여성이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인 아메리칸 불리에 물려 사망했고, 이를 말리던 남성도 큰 부상을 입었다.
아메리칸 XL 불리로 인한 사망사고는 지난해 6건, 올해만 2건에 이른다. 시민단체는 2021년 이후 이 품종과 관련된 사망이 14건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금지견으로 지정된 견종에 대해선 소유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1991년 제정한 ‘위험견법(Dangerous Dogs Act)’에 의해서다. 현행 위험견법은 아르헨티노, 핏불 테리어, 도사견, 필라 브라질레이로 등 4종의 소유·번식·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집에 데리고만 있어도 징역 6개월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지견이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한 경우엔 견주에게 최대 14년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독일도 영국처럼 위험견종에 대해선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맹견을 1·2급으로 분류해 크게 19종으로 관리한다. 1급 위험견(5종)은 독일내 수입과 반입을 금지한다. 특히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잉글리시 불테리어 등은 개인이 가정집에서 기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2급 위험견(14종)은 당국의 ‘기질평가’를 거쳐 면허증을 발급받도록 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맹견관리 자격증’제도를 도입해 위험한 개를 다룰 수 있는지, 적절한 사육 환경을 갖췄는지 등을 검토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맹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한다.
미국엔 ‘개물림 법’(Dog Bite Law)이 있다.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인에게 불법행위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제도다. 피해자가 개를 일부러 자극하거나 개인 사유지에 무단침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 주인은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국내 개물림 사고 한해 2000건 이상 발생…남일 아냐

국내에서도 개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 환자 이송건수’는 2018년 2368건, 2019년 2154건, 2020년 2114건, 2021년 2197건, 2022년 2216건이다. 한해 2000건 이상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견종의 소유권 자체를 제한하는 영국·독일 등과 달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맹견에 대해서 목줄, 입마개 착용 의무만 부여하고 있다. 맹견으로는 ▲도사견과 그 잡종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개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와 그 잡종개 ▲스태퍼드셔 불테리어와 그 잡종개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개가 지정돼 있다.
하지만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은 견종도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례가 있어 현행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개의 공격성은 개체별 기질이나 훈련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견주에 대한 처벌도 약한 편이다. 개물림으로 상해를 입거나 사망에 이르더라도 견주는 형법상 과실치상 또는 과실치사에 해당돼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형법 제266조에 따르면 과실치상은 ‘과실로 인해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호법을 지난해 전면 개정했다. 내년 4월27일부터 시행되는 ‘맹견사육허가제도’도 그 일환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맹견 소유자는 동물등록, 책임보험 가입, 중성화수술을 마치고 시에서 허가도 받아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현행법상 맹견에 해당하지 않는 견종도 사람·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기질평가를 받도록 시·도지사가 명령할 수 있다. 평가 결과 맹견으로 지정되면 역시 사육허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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