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조약 70년] 北핵능력 고도화에 전작권 전환은 제자리
역대 정부 노력에도 지지부진…안보환경 악화로 전환에 속도 내기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70년 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한반도 전구(戰區) 내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의 미군 보유가 확립됐다.
역대 한국 정부는 여러 차례 전작권을 가져오려 노력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등 안보 환경 악화로 지금까지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4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됐다. 이후 1953년 10월 1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이듬해 11월 발효되면서 체결된 '한국에 대한 군사 및 경제원조에 관한 한미합의의사록'에서 작전지휘권은 '작전통제권'이라는 용어로 대체됐다.
유엔군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던 작전통제권은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연합사령관에게 이관됐다.
미군 4성 장군인 연합사령관이 전쟁 지휘권을 보유해 한국군은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전작권 전환 추진
정부의 작전통제권 전환 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있었다.
1968년 북한의 1·21 청와대 습격 사태와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 나포 때 미국이 북한에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박 대통령은 미국에 전작권 전환을 요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1987년 대통령 후보 시절 작전통제권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의 작전통제권 전환 노력에 따라 1994년 12월 전시를 제외한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 합참의장에게로 넘어왔다.
한미는 당시 전작권 전환까지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것으로 남겨뒀다.
물론 전작권은 연합사령관이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연합사령부는 양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의 공통지휘를 받는다. 전작권 행사는 한미 협의 절차에 따르게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미 연합 작전을 미군이 주도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에 없다.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았을 때 작전통제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국내에서 끊이지 않았고, 미측도 한국군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전작권 전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9월 한미 정상은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이듬해 2월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선 '2012년 4월 17일'로 전환 날짜까지 정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한미 정상은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로 연기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0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선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함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이 마련됐다.
날짜를 미리 박아놓지 말고 조건이 충족됐을 때 전환하자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 한미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필수 대응 능력 구비 ▲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 3가지다.
한미 군 당국이 가장 중시하는 조건인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을 검증하는 3단계 절차로는 ▲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 ▲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등이 설정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연합사령부를 유지하고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기로 했다.
文정부, 임기 내 전환 추진 불발…尹정부 들어선 신중 입장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내려고 했다.
그러나 한국군의 최초작전운용능력 확인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이 2019년 북한의 반발로 축소됐고, 2020년으로 예정됐던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위한 연합훈련은 코로나19로 시행되지 못하는 등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을 검증하는 3단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음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실현되지 않았다.
더구나 전작권 전환의 조건 중 하나인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이 악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한국군이 갖춰야 할 필수 대응능력의 기준 또한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작년 5월 21일 한미 정상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양국은 역내 안보 환경을 고려해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 것이지 어떤 명분이라든지 이념으로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2월에 발간된 국방백서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전작권 조기 전환'이라는 표현이 '조건에 기초한 추진'으로 대체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전작권 전환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과 편익 계산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에 긍정적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에 신중한 군부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 상황과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지면서 상당 기간 전작권 전환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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