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조약 70년] 방위체제 근간에서 글로벌 도전 맞선 공조로
한미가 핵 운용까지 협의…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동맹(Alliance). 표준국어대사전은 '둘 이상의 개인이나 단체, 국가가 서로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하여 동일하게 행동하기로 맹세하여 맺는 약속이나 조직체 또는 그런 관계'로 이 단어를 규정한다.
2023년 10월 1일은 한국과 미국이 동맹이 된 지 정확히 70년이 되는 날이다.
변영태 외교부 장관과 존 포스터 덜레스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DC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상호방위조약' 즉,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한 1953년 10월 1일을 한미동맹이 시작된 날로 보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일이 한미동맹의 기산점이 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상호방위조약은 동맹의 근간을 이룬다.
우호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으로 동맹이 사용되는 경우는 흔하지만 실질적 동맹이라 칭하려면 외국의 침략을 받았을 때 군사적으로 서로 도울 것을 약속하는 상호방위조약이 필요하다.
타국의 침략을 받았을 때 피를 흘릴 각오로 함께 싸워줄 수 있는 존재가 동맹이라는 의미다. 대한민국의 동맹은 전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휴전 협정 체결에만 집중하고 상호방위조약에는 부정적이었던 미국을 상대로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한반도 교두보론'을 주창해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성사시켰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미방위조약이 체결됐음으로 우리의 후손들은 앞으로 누대에 걸쳐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갖가지 혜택을 누릴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강력한 요구로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모두 6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조약 2조는 '당사국 중 어느 일국의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인정할 경우 언제든지 양국은 협의한다'고 규정했고, 3조에는 '당사국 일방이 침략당할 경우 공동 대처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미국은 그들의 육·해·공군을 한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한국은 이를 허락한다'고 규정한 제4조는 미군의 한국 주둔 근거가 됐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한미동맹은 70년이 흐른 오늘날 미국이 맺은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아냈다. 정전 이후 북한은 크고 작은 도발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전면전은 일으키지 못했다. 남침은 곧 미국과의 전면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보호 아래 한국은 국방의 부담을 덜고 경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으며, 민주화라는 과실도 향유할 수 있었다.
우리 국민이 일군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 사회의 밑바탕에 한미동맹이라는 주춧돌이 있었던 셈이다.
최강국 미국과의 동맹은 현재도 세계 여러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일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미국에 한미동맹 수준의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동맹으로 출발한 한미동맹은 이제 글로벌 과제에 함께 대응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함께 다음 70년 동안 포괄적 글로벌 협력을 증대시키고, 강력한 역내 관여를 심화하며, 철통같은 양국 관계를 확장함으로써 21세기의 가장 어려운 과제들에 정면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공동성명에는 ▲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협력 확대 ▲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 기후위기 대응 ▲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유지 ▲ 사이버·우주 분야 협력 강화 등 다양한 글로벌 과제에 한미가 공동보조를 맞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워싱턴 정상회담의 결과로 출범한 핵협의그룹(NCG)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한미동맹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은 상설협의체인 NCG를 통해 한국과 핵 운용과 관련한 공동기획과 실행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미국이 타국과 핵 운용을 협의하기 위한 양자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NCG가 유일한 사례다.
커트 캠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NCG 출범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NCG는 미국 외교에서 냉전 초기 이후로는 거의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과 핵 운용까지 협의할 정도로 발전한 한미동맹의 결속력은 지난 달 25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전략포럼에서 한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안보로 시작해 모든 방면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70년간 한미관계는 핵심(key) 안보동맹에서 필수(vital)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성장했고, 그 범위와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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