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 변경+편파 판정' 여자축구, 이상한 대회 운영 속 AG 4연속 메달 놓치다 [항저우 스토리]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이상한 대회 운영 속 '노메달'로 짐을 싸게됐다.
벨호는 30일(한국시각) 오후 5시 30분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윈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9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8강전에서 북한에게 수적 열세 속 1-4 역전패를 당했다.
심판은 경기 내내 일관되지 않은 판정을 내렸다. 전반 2분경 지소연을 향한 상대의 양발 태클에 경고만 꺼내들었을 뿐더러 전반 5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박스 안쪽으로 파고든 손화연을 향한 상대의 손을 사용한 반칙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문제는 대표팀을 향한 판정이었다. 북한의 거친 파울에 비해 비교적 약한 파울에도 휩슬이 울렸다.
그리고 전반 40분에는 손화연이 박은선의 롱패스를 잡는 과정에서 골키퍼와 경합을 펼치며 충돌했는데 경고 누적 퇴장을 선언했다.
손화연은 볼을 향해 머리를 내밀었고, 북한 골키퍼는 이를 잡기 위해 앞으로 튀쳐나왔는데, 그 과정에서 두 선수는 부딪혔다. 큰 충돌이 아니었음에도 주심은 손화연에게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고 곧이어 레드 카드를 내보였다.
앞서 지소연을 향한 태클을 비롯해 팔꿈치를 사용했던 북한 선수들을 향한 판정과는 사뭇 다른 판정 기준을 보였다.
1-1로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전 수적 열세 속 수비적으로 나서며 역습 기회를 노렸다. 북한의 거센 공격에도 4-4-1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촘촘한 간격으로 추가 실점을 틀어막았다.
이 과정에서도 주심의 판정은 또 한 번 엇나갔다. 후반 24분 천가람이 롱패스를 받고 돌아서는 과정에서 리혜경의 파울에 쓰러졌다. 앞서 경고를 받은 리혜경은 천가람을 막는 과정에서 몸을 끌어안고 고의적으로 쓰러트렸으나 주심은 카드 없이 반칙만 선언했다.
선수들 역시 계속되는 불리한 판정에 아쉬운 표정이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4강 진출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후반 막판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달아 3골을 헌납했다. 결국 '천적' 북한에게 덜미를 잡히며 대회를 일찍 마감하게 됐다.
여자 축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 4연속 금메달에 도전했다. 지난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3연속 동메달을 따냈기에 이번 대회에서는 4연속 아시안게임 메달 수확과 함께 '금빛사냥'에 도전하며 아시아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앞두고부터 변수가 발생했다. 애초 이번 여자 축구는 17개국이 참가해 A-C조는 3개국, D,E조는 4개국씩 한 조에 배정되는 구조였으나 갑자기 대진이 변경됐다.
캄보디아 대표팀이 경기를 앞두고 선수 구성에 어려움이 있어 기권했기 때문이다.
이에 C조는 북한, 싱가포르, 캄보디아 3개국이 아닌 북한, 싱가포르 2개국으로 조를 운영하게 됐다.
8강 대진 역시 바뀌었다. 한국이 속한 E조 1위는 D조 2위 혹은 C조 1위와 맞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해당 소식을 대한축구협회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회 운영 방식부터 논란이다. 보통 조 1위를 한 팀은 조 2위와 토너먼트에 맞붙는데 일부 조는 1위팀끼리 대결을 하는 불리한 조건으로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심지어 개최국 중국은 조 2위 중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가진 국가와 8강에서 만나는 대진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별리그에서 미얀마(3-0), 필리핀(5-1), 홍콩(5-0)을 꺾고 조별리그 전승으로 토너먼트로 향했다.
예상대로 C조 1위를 차지한 북한과 8강에서 맞붙었다. 그러나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의 연속으로 덜미를 잡혔고 4연속 메달의 꿈과 금메달 사냥을 물거품이 됐다.
이번 대회는 VAR 시스템이 운영되지 않았다. 심판의 판정이 절대적이었다. 벨 감독과 태극낭장들은 호소하듯 심판진에게 항의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리픽평의회(OCA)가 주관하는 아시아 지역 올림픽 대회다. 올림픽,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정확한 판정을 위해 도입한 VAR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 각 나라의 리그 등 VAR을 적극 사용하는 모습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며 대회의 수준을 스스로 낮추는 꼴을 보였다.
벨 감독 부임 후 점차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여자 축구 입장에서는 아쉬움만 남긴 대회가 됐다. 지난 7월 열린 2023 여자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아시안게임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대회측의 이상항 운영 속 눈물로 퇴장해야만 했다.
여자축구의 도전은 이어진다. 이제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있다. 항저우 대회는 잊고 다시 한번 한 걸음 나아갸아 한다.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sports@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