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에 짐싸고 안 사라지면 큰일 난다” 메시지 보낸 대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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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과격한 표현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대표이사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 취지의 판단을 받았다.
여러차례 메시지를 보냈더라도 피해자의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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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회사 대표이사 A씨는 2021년 2월 근무태도 등을 이유로 직원 B씨에게 해고 의사를 전했다.
B씨가 즉각 반발하자 A씨는 2차례 전화를 걸어 "왜 자꾸 나를 이기려고 하냐" "너 한번 개망신 당해봐라"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용히 사라져라" "혹독한 대가 치르게 된다" "내일 아침에 짐싸고 안 사라지면 큰일 난다"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 7회를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정보통신망법 위한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심은 A씨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 측은 항소하며 "전화나 메시지 내용은 대표이사가 직원을 야단치거나, 말다툼하는 내용에 불과할 뿐이라 피해자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도 A씨가 B씨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음향을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A씨의 범행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고 A씨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1심과 같은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전화통화와 메시지 내용 모두 해고 통지를 둘러싼 갈등 표출에 불과할 뿐 B씨에게 공포심을 줄 만한 성격의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전화통화의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는 A씨가 B씨를 타이르면서 해고를 받아들이라는 것인데, 그중 A씨에게 불리한 극히 일부의 표현만 추출해 공소가 제기됐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해고 통지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계속 고수하자 순간적으로 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이사 지위에서 해고 의사를 명확히 고지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충동적으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7개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살펴봐도 3시간 동안 총 3개 내용으로 보낸 것에 불과해 정보통신망법이 정한 '일련의 반복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전체적인 내용은 해고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고지한 것에 불과하다"며 "고용관계 종료를 둘러싼 법적 분쟁 또는 협의 과정의 급박하고 격앙된 전개라고 볼 수 있을 뿐 피해자의 불안감 등을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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