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멧돼지와 인간의 공존 어떻게 이룰까?···생물자원관 ‘드론’, ‘라이다’ 첨단기술로 연구한다

김기범 기자 2023. 9. 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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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열화상 카메라와 RGB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한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산속 멧돼지와 인간의 공존 어떻게 이룰까?···생물자원관 ‘드론’, ‘라이다’ 첨단기술로 연구한다

국내 전역에 서식하는 멧돼지는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동물은 아니다. 농촌에서는 애써 키운 작물을 파헤쳐먹는 유해조수로 취급 당한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상 제1종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강한 바이러스성 돼지 질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전파자라는 오명도 뒤집어 쓰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급성 감염 시 폐사율이 100%에 이른다.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산에 가까운 지역에서 민가 주변에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때로 부상을 입히기도 한다.

이처럼 농촌에서나 도시에서나 미움 받는 경우가 많은 멧돼지지만, 농작물 피해나 도심 출몰 등에서 멧돼지의 잘못은 없다. 멧돼지 입장에서는 조상 대대로 오래전부터 살아온 영역에 인간들이 밭을 만들고, 주택을 지었을 뿐이다. 도시화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돼 쫓겨난 경우도 있으니 멧돼지들이야말로 진정한 피해자라 할만 하다.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이처럼 인간과 서식 영역이 겹치는 경우 해당 동물의 삶은 다른 야생동물들보다 더 힘들 가능성이 크다. 농작물 피해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창궐까지 겹치면서 주기적으로 엽사들에 의해 사냥을 당하는 멧돼지들의 삶은 특히 더 괴로울 수밖에 없다. 인간의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멧돼지들을 위해서도 멧돼지의 생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최근 개발한 멧돼지 탐지 표준화 기법은 앞으로 국내 멧돼지들의 분포 실태를 파악하고, 멧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첨단 무인기(드론)로 국내 산지에 적합한 멧돼지 탐지 표준화 기법을 개발하고, 라이다센서를 이용한 3차원 서식공간을 구축했다고 30일 밝혔다.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그 빛이 대상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에 따라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해 물체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이미지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이 드론을 활용해 강원 횡성군 횡성읍 국사봉을 중심으로 총 404격자(격자 간격 50mx50m)를 촬영한 결과 멧돼지 6마리와 고라니 64마리, 노루 29마리 등이 발견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물자원관은 무인기를 이용해 국내 멧돼지들의 정확한 위치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멧돼지의 이동과 먹이활동, 휴식지 등 서식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강원 횡성 국사봉을 중심으로 총 404격자(격자 간격 50m x 50m)를 촬영한 결과 멧돼지 6마리가 확인됐다. 해당 지역에서는 멧돼지 외에도 고라니 64마리, 노루 29마리 등도 발견됐다. 특히 무인기를 이용하면 사람이 현장 조사를 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멧돼지 서식 밀도 파악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지난 4월까지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인 경북 상주와 강원도 횡성에서 총 21마리의 멧돼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멧돼지들이 일몰 전에는 이동과 먹이 활동을 주로 하고 일출 직후는 휴식을 취하는 등의 행동 특성을 관측했다.

지난 5월에는 멧돼지 출몰 지점의 서식환경을 무인기 라이다 센서로 분석한 결과, 멧돼지는 수목이 우거져 임관피복도가 높고, 엽면적지수가 낮으며 경사가 다소 가파른 능선을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관피복도는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려 있는 부분이 덮이는 상공 비율을 말한다. 임관피복도가 0이라는 것은 상공이 아무런 식물로도 덮이지 않은 경우이며 1인 경우는 상공이 완전히 나무와 식물로 덮인 경우를 말한다. 엽면적 지수는 높은 식물 생산성과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식물의 잎으로 덮여있는 지면의 면적을 나타내며 이 값이 높을수록 더 많은 잎이 있는 것을 나타낸다.

새끼 멧돼지.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또 멧돼지는 수목이 적어 임관피복도와 엽면적 지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경사가 완만한 지형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을 취하는 공간은 저지대와 능선 중간지대인 구릉지 주변의 임관피복도가 매우 높고, 엽면적지수가 높은 곳이었다. 생물자원관은 멧돼지가 15~20도의 완경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멧돼지는 우제목 멧돼지과에 속하는 잡식성 포유류로, 몸통은 길이 113-150㎝다. 12~1월에 짝짓기를 하고, 5월에 7~1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적갈색 털에 검은 무늬가 세로로 나 있다. 전국에 서식하며, 유라시아 중부와 남부에 분포한다.

생물자원관은 이번에 개발한 멧돼지 탐지 표준화 기법을 이용해 멧돼지 분포 측정 및 서식지 분석 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야생멧돼지로 인한 피해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아낼 계획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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