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이별’하는 아이들…추석 맞은 베이비 박스
[앵커]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만,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베이비 박스' 운영 기관입니다.
흩어진 가족이 다시 모이는 명절에, '새로운 가족'은 오히려 숨기려 하는 부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안타까운 이별을 묵묵히 품어주고 있는 그 현장에, 최민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9일 베이비 박스에서 발견된 남자아이.
부모가 누군지, 이름은 뭔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그저 꼭 안아줍니다.
[지희경/자원봉사자 : "쭉쭉쭉. 키 클 거예요."]
베이비 박스를 통해 이곳으로 온 아이는 현재 6명.
지난 14년 동안 거쳐간 아이는 2,103명입니다.
[지희경/자원봉사자 : "이루 말할 수 없이 안타깝죠. 근데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기쁜 마음으로 가족이 되어 준다."]
명절 연휴에도 베이비 박스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며, 베이비 박스를 찾는 엄마나 아빠가 꼭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락/목사/주사랑공동체 : "'이 상태로 (고향에) 갈 수가 없는데 좀 보호받을 곳이 있겠냐' 이런 엄마들도 있고…."]
늘 같은 자리에서 24시간 묵묵히 아이들을 기다려온 베이비 박스도 최근 홍역을 치러야 했습니다.
지난 6월 잇단 영아살해 사건과 경찰의 출생 미신고 아동 추적 조사로 문의 전화가 빗발친 겁니다.
[황민숙/센터장/베이비 박스 : "엄마들도 전화 와서 처벌받는 거냐, 어떻게 되냐 (물었고)."]
그리고 베이비 박스로 들어오는 아이도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이가 몇달 새 갑자기 줄어든 건 아닐텐데, 베이비 박스로 오지 못한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이종락/목사/주사랑공동체 : "낙태를 하느냐, 아니면 출산을 하느냐 이런 위험에 처해 있는 엄마들을 정말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이른바 '그림자 아기' 사태 이후 출생 통보제를 대책으로 내놨습니다.
의료 기관이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알리게 하는 제도로 정부의 감시망을 두텁게 하는 겁니다.
하지만 병원 밖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없었습니다.
KBS 뉴스 최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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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기자 (my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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