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겨눈 이준석 "몰아주다 역킬, 이재명만 살아"…與청년들 "롤 갖고 힙한 척"
22세 강사빈 상근부대변인 "明 사법리스크 李처럼 가볍지 않다, 청년정치 혐오 자초"…'탈이준석' 이대남 당원도 가세
이재명(59)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직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시나리오를 거론했던 이준석(38) 국민의힘 전 대표가 30일 친윤(親윤석열)계와 한동훈 장관을 겨눈 듯 "한사람에게 막타(마지막 타격) 몰아줘서 영웅 만들려다가 역킬(逆kill·거꾸로 죽임당함) 당하고 지금 이재명은 살았다"고 꼬집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이기도 한 리그오브레전드(LOL·약칭 '롤') 게임 플레이에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전후 정치상황을 빗대며 이같이 말했다. 그 자신은 롤이 아닌 Dota(도타)라는 게임 유저다. 이 전 대표가 여권 내부를 향해 "초반부터 정신나간 인간들이 이따위 전술을 해놓은 게 개탄스럽다"고 집중사격하자, 여권 지지층과 청년정치인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상황은 게임 시작부터 '탑'(Top·전장을 지도로 봤을 때 상단 길목)이랑 '바텀'(Bottom·하단 길목) 다 비우고 '미드(Mid·중간 길목)'에 이재명(대표를 잡으려) '갱'(gank·중간 길목 담당이 다른 길목을 지원함)갔다가 딸피(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 만들어 놓고 한 사람에게 막타 몰아줘서 영웅 만들려다가 역킬당하고, 지금 이재명은 살아서 우물(거점) 간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레벨도 뒤지고(충분히 사냥을 못해 Level이 낮음을 비유) 라인도 비워둔 탑이랑 바텀은 타워(길목마다 설치된 방어탑) 다 밀린 지 오래"라며 "차근차근 게임하면 되는데 초반부터 정신나간 인간들이 이따위 전술을 해놓은 게 개탄스럽다. 널찍한 전장 두고 한곳에만 어그로 끌려서 몰려다니는 게"라고 덧붙였다. 검찰과 여권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집중한 것을 원색적으로 꼬집은 셈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6일 저녁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 전망으로 지자체 행정 법리다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면서 "저는 법원에서 최대한 방어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불구속 재판을 하라고 하지 않을까(본다)"라며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아 (구속영장) 발부가 안 된다면 검찰과 한 장관 둘 다 타격이다. 이건 바로 민주당에서 장관 탄핵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 이목을 끈 바 있다.
그는 영장 기각 당일인 2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선 사실상 한 장관을 겨냥 "상당히 (민주당에) 도발을 많이 했으니까 '믿는 게 있나보다' 생각했다"며 "검찰이 2년 동안 뭐 했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 대표 혐의 중 백현동(아파트 개발특혜 의혹), 성남FC(불법후원금 의혹), 대장동(화천대유 개발 폭리)까지 난 솔직히 지자체장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행정행위 범위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게시글엔 지지자와 반윤(反윤석열)·친명(親이재명) 성향 네티즌들이 모여 '한동훈 책임론' 지원사격을 했다. 여권 지지 성향 중·노년층을 "틀딱"이라고 비하하며 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아냥대는 반응도 다수였다. 반면 "이재명 잡아넣는 것도 게임처럼 느껴지나" "중요한 건 계속 얘기하는 사람이 '같은 팀원 탓'만 하는 트롤 아이언(최하계급)이란 점" "마흔 다 돼서 애써 이대남(20대 남성) 감성인 척 좀 그만하시라. 굳이 정치평론을 이렇게 가독성 포기해가면서 롤 커뮤(커뮤니티) 은어 사용하면서 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편 2001년생 강사빈(22)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를 겨냥 "단순히 롤 용어를 쓴다고 청년들에게 와 닿는 게 아니다"며 "이런 가벼운 모습이 지금 청년정치에 대한 혐오를 조성한다. 제발 반성하고 자중하시기 바란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이 전 대표 생각처럼 가벼운 것이 아니다. 전술이 어쩌고, 정치가 어쩌고 운운할 문제 자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사빈 상근부대변인은 "명백히 이 대표의 중대 범죄 혐의이며, 그를 (사법 아닌) 정치의 영역에서 해소하고자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 당의 대표까지 지내신 분이 앞장서서 이 대표의 중대 범죄 혐의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야말로 '개탄스럽다'. 그리고 왜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맡으면서 민주당이 아닌 우리 당에서만 싸웠는지를 잘 보여준 글 같다. 단순히 이 전 대표는 그 '영웅'이 되고 싶었나보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당원인 최우성씨(28)도 이날 페이스북으로 "이 전 대표는 도타를 하지 롤은 안 하는 걸로 안다. 이번에 아시안게임 한다고 이슈가 돼서 힙해 보이고 젊어 보이는 척 하고싶어하는 것 같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성접대 수수 의혹으로 윤리위 징계에 처할 당시 '우유다'(우리는 유죄추정에 반대한다)라는 단체를 결성해 반대 시위를 했었고 국바세(국민의힘 바로세우기)에도 동참했지만 '팬덤 변질' 논쟁 끝에 제명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티페미니즘 공감대에도 사실상 탈(脫)이준석 노선을 걷게 된 최씨는 "비유가 너무 틀려서 시즌 2부터 롤 한 내가 지적해준다"며 "정글러(미드 전담 공격수) 이준석이 본인만 믿고 1렙 교전하자고 오더 내렸는데 팀원 일부가 따르지 않음. 이준석은 '아 무조건 따라오셈'하고 지랑 바텀만 같이 갔다가 교전 망함. 이준석은 '아 미드가 안와서 망한거임 니들은 이길 자격 없다' 하면서 버프 먹고 미드라인 지우고 탈주함. 겨우 달래서 다시 들어 왔는데 살살 긁어주니까 다시 탈주함"이라고 썼다.
사실상 20대 대선 당시 '선대위 이탈'을 빗댄 것으로 "다시 달래서 들어 왔는데 이재명이 개트롤해서 0.7%(포인트)차로 겨우 이김"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이 전 대표가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팀을 출격시킨 지난 3·8 전당대회를 두고도 "길드 내전 한판 뜨자고 함. 자신만만 하더니 (당대표 경선에서) 황교안 팀 하나 겨우 이기고 안철수·김기현 팀 모두에게 개발림. 지도부에 본인 팀 플레이어 단 한명도 못 넣음"이라며 "이 전 대표가 그렇게 게임 잘했으면 전대를 이겼어야지"라고 꼬집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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