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40여년 돌본 ‘소록도 할매’ 마가렛, 고국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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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마가렛 피사렉이 고국 오스트리아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흥군,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29일 오후 3시께(현지시각) 마가렛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했다고 30일 밝혔다.
폴란드 출신 수녀였던 마가렛은 1955년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59년 한국에 입국, 1966년부터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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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마가렛 피사렉이 고국 오스트리아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
고흥군,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29일 오후 3시께(현지시각) 마가렛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선종했다고 30일 밝혔다.
폴란드 출신 수녀였던 마가렛은 1955년 오스트리아 국립간호대학을 졸업한 뒤 1959년 한국에 입국, 1966년부터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봤다. 앞서 대학 동창 마리안느 스퇴거(89)도 1962년부터 소록도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일본인들에 의해 문을 열었던 소록도병원에서는 환자들이 구타와 낙태, 강제 불임수술을 받는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 두 외국인 간호사는 아침마다 빵과 우유를 주며 환자들을 존댓말로 대했고 식사를 함께하며 친근하게 어울렸다. 또 고국의 도움을 받아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수술을 알선하고 한센병 자녀보육사업과 자활정착사업, 의약품 조달 등도 지원했다. 환자들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된장국을 좋아하는 마가렛 등을 ‘소록도 할매’라고 부르며 따랐다.
두 간호사들의 생활은 검소했다. 급여를 받지 않았고 옷은 사망한 환자의 옷을 재활용해 입었다. 숙소는 지네가 나올 만큼 열악했지만 크게 고치지 않았다.
이들은 2005년 11월21일 아침 소록도를 떠났다. 70살을 넘기며 건강 문제로 제대로 일할 수 없어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떠나기 하루 전 병원에만 귀국 사실을 알렸고 짐은 입국할 때 가져왔던 가방만 챙긴 조용한 행보였다.
숙소에는 환자들을 위한 편지 한통만 남겼다. ‘우리가 떠나는 것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한다고 해도 헤어지는 아픔은 그대로 남아있을 겁니다. 각 사람에게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되겠지만 이 편지로 대신합니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같이 지내면서 저희에 부족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을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이들에게 국민포장(1972), 대통령 표창(1983), 국민훈장 모란장(1996) 등을 수여했으며 귀국한 뒤에는 소록도 숙소를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으로 이름 붙여 보존하고 있다. 2016년에는 한국명예국민, 2018년 전남명예도민으로 선정했다. 2015년에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출범해 두 간호사의 뜻을 잇는 국내외 봉사사업을 하고 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날 때도 주검을 대학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혀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록도성당은 31일 추모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며 고흥군은 장례 일정과 절차가 결정되면 장례와 조문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흥군과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공동 애도문에서 “한센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헌신했던 마가렛의 숭고한 나눔과 섬김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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