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쫓아내고 빠르게 재기용…달라진 김정은 인사법

박광연 기자 2023. 9. 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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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전술핵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김덕훈 내각 총리(가장 왼쪽)와 박정천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오른쪽 두 번째)이 동행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정·군 핵심 간부를 공개적으로 질책하고도 내치지 않으며, 끌어내렸다가 반년여 만에 복귀시키는 등 과거와 다른 인사 방식을 보이고 있다.

김덕훈 내각 총리는 김 위원장의 이례적으로 강력한 공개 질책에도 건재하다. 북한 경제사령탑인 김 총리는 최고지도부 일원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핵심 실세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1일 남포시 안석간석지 수해 복구 부진의 책임을 물어 “무책임하다”고 노골적으로 공개 비난하며 인사조처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그러나 이후 북한 공식매체 보도상 김 총리는 농업 현장을 현지 지도하고 외국 수상에게 축전을 보내는 등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 8~9일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행사와 지난 6일 전술핵잠수함 진수식 등 김 위원장 참석 행사에도 동행했다. 정권 수립 75주년 보고대회에서는 김 위원장 앞에서 보고하고 정치국 상무위원들 중 가장 먼저 호명되며 변하지 않은 위상을 드러냈다.

김 총리는 인사조처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최고인민회의(남한의 국회 격)에서 살아남았다. 지난 26~27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9차 회의에서는 김 총리가 아닌 내각의 다른 장관급 간부들이 교체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에게 그 정도로 질타받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이한 사례”라며 “코로나19 비상 체제에서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관료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차원으로 끝날 수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덕훈 북한 내각 총리(가장 왼쪽)가 지난 8일 열린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 보고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90도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박정천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은 지난해 12월 군부 서열 1위에서 쫓겨나고 약 8개월 만에 사실상 군부 서열 2위로 복귀했다. 그는 이달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며 김 위원장 최측근 자리를 꿰찼다. 오수용 노동당 경제부장도 지난해 6월 해임되고 1년 만인 지난 6월 같은 자리로 복귀했으며 방러 수행단에 포함됐다.

속도가 빨라진 김 위원장식 ‘회전문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 위원은 “과거 문책성 실수를 하면 경질되거나 처형되며 중앙 정치무대에서 사라진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가벼운 혁명화 과정을 거치는 등 근신한 뒤 빠르게 복귀하는 모습”이라며 “인사 풀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할 인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군부 요직은 특정 인물들이 돌아가며 맡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다. 2021~2022년 국방상을 지낸 리영길 노동당 비서는 2013년과 2018년에 이어 지난달 또다시 군 총참모장에 임명됐다. 리태섭 사회안전상은 지난해 총참모장이었다가 올해 사회안전상으로 복귀했다. 강순남 국방상은 지난해까지 노동당 민방위부장이었다.

앞서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 군부는 몇 년 새 10명 안쪽 인원들을 돌려가며 순환보직하는 모양새”라며 “(김 위원장이) 확실히 충성심이 검증된 인원을 위주로 군부 장악을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몇 안 되는 군부 엘리트들이 기존 지위에서 의미 있는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려는 통제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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