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JS 한국서 ‘빅이벤트’...미국인 ‘제석형’ 누구길래 [김기정의 와인클럽]

그런데 이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도 이루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몬테스 와인이 아직 평론가 점수 100점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칠레 와인 중엔 비네도 채드윅 2014년 빈티지가 처음으로 평론가 점수 100점을 받았습니다. 물론 몬테스 와인도 99점을 받은 와인은 있습니다. 칠레 카르메네르(Carmenere) 포도품종으로 만든 ‘퍼플 앤젤’ 2015년 빈티지가 99점을 받았습니다.
100점과 99점은 1점 차이인데 도대체 와인 평론가 점수 1점이 뭐 그리 대단할까요?
이번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현재 활동 중인 와인 평론가 중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와인 대통령’이라 불리는 제임스 서클링에 대해 알아봅니다. 다음 주 제임스 서클링이 주관하는 ‘그레이트 와인스 오브 더 월드 2023’ (GWW 2023) 행사가 서울 신라호텔서 열리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2013년 한국인 아내 마리 김과 결혼했습니다. 당시 그의 삶에 변화가 많은 시기였습니다. 30년 가까이 다니던 ‘와인 스펙테이터’라는 와인 전문지를 나와 2010년 자신의 회사인 ‘제임스서클링닷컴(JamesSuckling.com)’을 세웁니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창업 때 나이가 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195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서 살았으면 ‘58년 개띠’ 소리를 많이 들었을 법합니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 온 그가 50대에 들어 ‘중년의 위기’가 찾아온 모양입니다. 자신의 사업을 하겠다며 평생직장을 떠납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와인스펙페이터를 나올 때 그는 이미 와인 평론가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포브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와인 비평가’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사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힙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경제위기로 ‘파산’의 위험에 몰립니다. 스트레스도 잠을 못 자는 날도 있었고요. 월급을 받는 일과 직원 월급 줄 사업을 만드는 일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그때 더 일찍 그만두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합니다. 좀 더 준비해서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계속 다녔는데 ‘완벽히 준비된 시기’라는 건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전 세계에 수많은 와인 평론가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제임스 서클링의 평가에 와인업계와 소비자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임스 서클링은 그 차별점이 ‘저널리즘’에 있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제임스 서클링 이전의 와인 평론가들은 업계 관계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는 유타 주립대학에서 정치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지역지에서도 일하며 위스콘신대에서 다시 저널리즘을 공부합니다. 훗날 그는 이런 과정이 사실관계에 대한 분석 등 와인을 저널리즘 관점에서 접근하는 훈련이 됐다고 회고합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고향인 LA로 돌아갔는데 LA타임스에 난 구인광고를 보고 당시 샌디에이고에 있던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그때 와인 스펙테이터의 구독자 수가 800여명에 불과했다고 하네요. 이후 2010년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나올 때까지 그는 29년을 한 직장에서 근무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를 다니며 와인을 시음하고 있습니다. 기자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배웁니다. 지금도 그는 ‘답은 현장에 있다’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해 시음한다고 합니다. 포도밭까지 직접 가보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현대 와인비평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로버트 파커는 약 8만개의 와인 노트가 있다고 합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이탈리아, 프랑스 보르도와 샹파뉴(샴페인), 호주, 뉴질랜드, 칠레, 캘리포니아 와인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와인스펙테이터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연간 약 4000종의 와인을 평가했는데 그중의 절반 정도가 이탈리아 와인인적도 있었다네요.
지난 2013년 12월14일 눈이 벚꽃처럼 흩날리던 날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한국인 아내 마리 김씨와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때 축하 와인으로도 선택한 것도 이탈리아 와인 ‘피오 체사레(Pio Cesare)’ 입니다.
하지만 그가 100점을 준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평론가로서 ‘신뢰’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와인을 편애한다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2005년 마리 김을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연 파티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 2011년 홍콩에서 열린 와인 파티에서 와인회사의 홍콩지사장으로 온 마리를 다시 만났는데 그때도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후 1년 뒤에 다시 홍콩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서로 싱글이어서 연애가 시작됐고 2013년 결혼으로 이어집니다. 제임스서클링닷컴은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아내 마리 김은 제임스서클링닷컴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고 또한 홍콩의 고급 레스토랑과 와인바를 겸비한 제임스서클링 와인 센트럴의 운영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리 김의 최애 와인은 1978년 로마네 콩티라고 합니다.

제임스 서클링 세대 이전 유럽의 와인 평론가들은 20점 만점으로 와인을 평가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와인칼럼을 쓰는 평론가 젠시스 로빈스는 지금도 전통적인 20점 만점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제임스 서클링이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밝힌 제임스 서클링(JS) 점수 해독법입니다.
먼저 JS 95점 이상인 A+ 를 받으면 이 와인은 한 병을 사서 마셔도 좋다는 의미입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지난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힌 내용을 보면 시음와인의 약 10%정도가 95점 이상입니다.
다음으로 JS 90~94점인 와인은 뛰어난 와인으로 등급으로 따지면 A등급 와인입니다. 이들 와인은 한 잔 정도는 꼭 사서 마시면 좋을 와인들 입니다.
반대로 점수가 88점에도 못 미치면 이들 와인을 살 때는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와인들에 돈을 쓰라고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니 소비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미입니다.
간혹 제임스 서클링 점수가 특정 숫자가 아닌 90~91점, 92~93점으로 표기된 것도 있는데 그건 와인이 아직 배럴에 있거나 숙성이 덜 돼 앞으로 시간이 지나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영빈티지 와인을 시음하면서는 영빈티지 와인의 맛과 함께 숙성가능성을 즐긴다고 합니다. 또 올드 빈티지 와인을 마실 때는 지금 당장의 맛이 주는 즐거움에 좀 더 신경을 쓴다고 하네요.
제임스 서클링이 남긴 유튜브 ‘마스터 클래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와인을 평가할 때는 4가지를 봅니다. 100점 만점을 맛 15점, 향 25점, 구조감 25점, 전체적인 품질 35점으로 나눠 평가합니다. 와인의 색상(칼라)이 평가에서 빠진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색, 향, 구조, 인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무형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와인의 ‘와우(Wow)’ 효과를 점수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시음을 하다보면 마시고 나서 와우(Wow)하고 감탄사가 나오는 와인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기자들이 제임스 서클링을 만나면 꼭 묻는 말이 있습니다. “당신에게 좋은 와인이란 무엇이냐, 당신의 최애 와인은 무엇이냐” 이런 겁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음악이나, 문학, 그리고 사랑처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답합니다.
사랑에 빠지고 싶은 와인에 가산점을 줄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제임스 서클링이 100점 만점 와인을 줄 때는 가급적 합리적인 가격의 와인을 선택합니다. 물론 JS 100점 와인 중에는 보르도 우안(Right Bank) 생테밀리옹의 ‘슈발 블랑’처럼 값비싼 와인도 있습니다. 슈발 블랑 2019년 빈티지는 병당 750달러정도 입니다.
JS 100점 와인의 평균가격은 병당 200달러가 안 됩니다. 또 100점 와인의 40%는 병당 100달러 밑이고 병당 40달러가 안 되는 와인도 8개가 포함됐다고 합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와인 서처(Wine Searcher)에서 가격을 확인합니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94점을 준 한 스페인 와인에 대해 제임스 서클링이 2018년 1월 98점을 주면서 벌어진 일을 다뤘습니다.
미국 뉴저지의 한 와인샵 주인은 “갑자기 주문이 폭주했다. 와인을 팔 재고물량이 없다. 98점을 받은 와인에 대한 관심도가 4배나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평가 한 마디에 와인가격이 수십 배씩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 제임스 서클링은 보르도 엉 프리미어(En Primeur) 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엉 프리미어는 보르도 와인 선물시장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평론가들이 와인 통에 있는 와인들을 맛보고 평가하면 그 점수가 와인 가격에 반영됩니다.
올해는 지난해 수확한 포도로 담근 2022년 빈티지를 평가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보르도의 배럴 샘플을 테이스팅한지 40년이 됐습니다. 올해는 보르도 엉 프리미어에서 3주 동안 1100개의 와인을 평가했다고 합니다. 2022년은 폭염 때문에 2003년 폭염으로 인한 망빈(망한 빈티지)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행히 근래 드물게 좋은 빈티지였다고 합니다.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RWA에서는 하루에 약 30개, 아시아 와인 트로피 심사에서는 40~50개의 와인을 평가합니다. 와인은 산도가 강한 음료이기 때문에 장시간 와인을 시음하고 나면 잇몸이 시릴정도 입니다.
제임스 서클링도 직업으로서 와인 평론가를 ‘운동선수’에 비유했습니다. 많은 종류의 와인을 평가하고 시음에 집중하려면 혀와 정신 상태를 근육 단련하듯 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스트레스를 한 잔의 와인이나 샴페인을 마시며 푼다고 합니다. 아내 마리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습니다.
JS 점수 92점 이상 와인 200여종을 한 자리에서 시음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이 인증한 최고 품질의 와인만 모았다는 점에서 고급 와인으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와인행사입니다.
JS 100점 만점을 받은 와인 4종을 포함해 참가 와인 대다수가 95점 이상이라 벌써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첫 행사가 서울서 열렸지만 코로나로 중단됐다 4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당시에도 1400여명 이상의 와인 애호가가 참석했고 올해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행사티켓이 ‘완판’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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