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민 "배우 꿈 이루려 수개월동안 영화사 로비 가서 출근도장 찍어"[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3. 9. 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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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리턴즈'서 스타 작가 대서 역 맡아
"14년 전 배우 첫 도전시기부터 꿈 꿨던 영화 주인공 맡아 뿌듯"
"배우로서 전성기? 40대 될때까지 다양한 역할 맡으며 준비 것"
배우 윤현민/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영화 '가문의 영광:리턴즈'로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윤현민에게서 설렘의 기쁨이 가득 전해져왔다.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에서의 4년여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마치고 배우의 꿈을 품은지 2년 후인 2010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로 데뷔할 당시부터 그는 영화 출연의 꿈을 꿔왔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김종욱 역을 시작으로 JTBC 드라마 '무정도시', tvN드라마 '마녀의 연애', KBS2TV드라마 '연애의 발견',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 OCN드라마 '터널', KBS2TV '마녀의 법정', tvN '계룡선녀전', KBS 2TV '그놈이 그놈이다', ENA '보라! 데보라'까지 배우 14년차 세월동안 다양한 드라마들을 선보이며 차근차근 작품 리스트를 쌓아왔던 그는 '가문의 영광:리턴즈' 영화 주연이라는 오랜 꿈을 이루게 됐다.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신이 내린 글빨을 겸비한 스타 작가 대서가 우연히 장씨 가문의 막내딸 진경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의 가족들이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두 사람의 결혼성사 대작전을 펼치는 내용을 다룬 코미디극이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 전편을 제작하고 '가문의 영광 4 - 가문의 수난'을 연출한 정태원 감독과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2',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배우 윤현민/사진제공=태원엔터테인먼트

이전 시리즈들에 비해 코믹함의 정도가 약화됐다거나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채 진부하다는 비판 의견도 존재하지만 주연을 맡은 윤현민과 유라에 대해 스크린을 책임지는 주연배우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반응과 충무로에 신선한 젊은 피가 수혈됐다는 반응 또한 이어지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의 주역 윤현민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상보다 저조한 스코어에도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윤현민은 과거 프로야구선수에서 배우로 직업을 바꾸게 된 사연부터 작품 오디션을 따내기 위해 몇달 동안을 한 영화사 사무실 로비에서 몇시간씩 서성였던 사연 등을 덤덤하게 펼쳐냈다. 14년차 배우가 되기까지 한순간도 허투루 지내지 않고 한발 한발 정직하게 성장해온 그이기에 앞으로 펼쳐갈 그의 배우 인생도 꽤 궁금해졌다. 

- 첫 영화 주연작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 정태원 감독님과는 김승우, 김남주 선배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한 번 뵌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정 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보낼테니 한 번 읽어보고 출연 의사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하시더라. 마침 운전 중이기에 바로 차를 세우고 3시간 가량 대본을 읽었다. 이미 대본을 읽기도 전에 마음으로는 '하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그동안 너무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잘 닿지 않았었다. '내 인생에는 영화가 없나'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출연 제의를 받게 돼서 너무 기쁘더라. 대본을 읽자마자 바로 출연하겠다고 전화를 드렸다. 

-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 생활을 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배우가 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야구를 할 당시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체력의 상태로 볼 때 30세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그 이후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5살 때 야구를 관뒀다. 제가 대학로에 살았는데 우연히 '김종욱 찾기'라는 뮤지컬을 보게 됐다. 그때까지 뮤지컬을 본 적이 없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기에 그럴 틈이 없었던 거자. 그 뮤지컬을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에 로망이 생겼다. 너무 신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때까지는 배우 친구도 없고 어떻게 하면 배우가 될 수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러다가 극단에 가서 오디션을 보고 배우로 데뷔하게 된 계기 또한 '김종욱 찾기'였다. 너무 신기한 인연으로 배우 데뷔를 할 수 있었다. 

- 스크린에서 첫 번째로 엔딩크레딧이 올라 갈 때 기분이 어땠나. 

▶ 공연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할 당시부터 영화에 너무 출연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목표였는데 잡힐듯 잘 안 잡히더라. 오디션에 계속 떨어졌다. 제 이름 석자라도 알리면 더 찾아주실 것 같았고 부지런히 드라마 출연을 했다. 영화에 대한 갈망인 계속 많았다. 그러다 '가문의 영광:리턴즈'에 함께 하게 돼 너무 행복하고 영광이었는데 제 이름이 주연배우 첫 번째로 올라가는 걸 보니 감개무량하더라. 감독님께서 원래 김수미 선생님을 첫 번째로 올리신다고 했었는데 막상 제 이름을 올리셨더라. 나중에 이유를 여쭤보니 "너한테는 첫 주연인데 기분이잖아"라고 하셔서 울컥했다. 

- 개봉후 비판적 반응들도 존재한다. 첫 주연작이기에 받아들이는 마음도 편치 않을 것 같다. 

▶ 그런 반응들을 받으면 마음이 쓰라리긴 하다. 하지만 지금 한창 무대인사도 다녀야하고 관객들을 만나야 하는데 침울하거나 한풀 꺾인 모습을 보여드리기는 싫다. 촬영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는데 이건 뭘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들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 수많은 영화들 중 이런 장르의 영화도 나올 수 있고 다양한 장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튼 끝까지 해보고 싶다. 지난 주말 부산과 대구 무대인사를 진행한 후 저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그래도 끝까지 한 번 해보자"고 투지를 다졌다. 

- 제작보고회 당시 정태원 감독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배우들이 첫 번째 제안한 배우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화제를 모았다. 그런 발언이 불편하지는 않았나. 

▶ 그 말씀 이후 주위 친한 배우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결국 제가 그 캐릭터의 주인이 됐는데 뭐가 기분이 나쁜가. 기회가 제게 온 거다. 

- 촬영 기간이 2개월정도 걸렸다고 들었다. 

▶ 총 28회차 촬영했고 그 중 제가 24회차를 촬영했다. 거의 매일 촬영한 것 같다.

- 극중 연기한 대서는 예명인 토리 작가로 불리는 최고 타율의 작가에 외모부터 배려심 깊은 성격까지 가진 최고의 신랑감으로 묘사됐다. 표현에 있어서 비중을 둔 부분은. 

▶ 전체적으로 대본을 봤을 때 받았던 느낌은 만화 같았다. 더 디테일하게 파고 들거나 개연성, 현실성을 따지고 보면 연기하기 힘든 대본일 수도 있었겠지만 만화를 보듯 잘 이어지게 연기한다면 보시는 분들이 후루룩 라이트하게 볼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그렇게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전투력과 의욕에 차서 연기한 것 같다. 코미디적인 부분에서는 김수미 선생님과 탁재훈, 정준하 선배님이 계시기에 저까지 돋보이려고 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대서는 좀 심심하게 다가가더라도 중심을 잘 잡고 극을 지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계속 '캄다운'을 외치며 촬영했다. 

- 드라마 출연 때와 달라진 점을 느낀 게 있다면. 

▶ 토리 작가는 외적으로도 매력적으로 비춰져야 하는 존재였다. 이번 영화를 하며 느낀 건 그동안 드라마를 할 때 느끼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 제가 좀 더  주인 의식이 많이 생기는 걸 느꼈다. 의상도 실제 제 소유의 옷으로 많이 표현했다. 초반부 핑크색 트렁크 팬티도 제가 직접 미리 준비했다. 드라마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벌의 의상을 갈아 입어야 하다보니 그렇게 하기 쉽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의상을 제가 대부분 준비하는 것도 가능하더라. 메이크업을 이렇게 연하게 하거나 안하고 촬영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런 식으로 준비하니 현장에서 더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 프로야구를 20대 중반에 그만둘 때 어떤 심경이었나. 

▶ 신체능력상 30세가 될 때까지 프로야구 선수로서 뛸 수 있는 상황이기는 했다. 당시 제 생각에 2군에 있으면서 30살이 되고 그대로 방출된다면 제 인생에 큰일이 나겠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20대 중반에 멈추게 됐다. 배우를 하기 위해 그만둔 것은 아니다. 그 당시는 미래에 대한 준비도 없고 막연한 불안감이 컸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버티던 중 마침 집이 대학로 근처였고 공연 포스터를 많이 봐왔기에 공연을 한편 보다가 배우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 거다. 오디션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제가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야구 선수가 됐기에 주위에 연기자가 되는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일일히 물어봐가며 도전했다. 극단에 가서 무슨 준비를 해와야하는지 물으니 '프로필 사진을 찍어오라'더라. 사진값은 왜 이리 비싼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프로필 사진 찍을 비용을 마련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처음 오디션에 도전한 '김종욱 찾기'에 김종욱 역으로 캐스팅이 되어 배우 데뷔를 할 수 있었다. 

- 배우 초년병 당시 힘겨웠던 기억들이 더 있을 것 같다. 

▶ 힘들었던 경험보다 그냥 당연히 거쳐야 했던 과정 같다. 함께 하는 선배님들과 연출자 선생님들께 연기에 대해 많은 걸 보며 공연을 했다. 계속 해서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영화 출연을 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를 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다른 배우 선배님들의 사연대로 저도 시도해봤다. 그때 충무로에 싸이더스 필름 사무실이 있었는데 커피 한잔 사들고 로비에 가서 몇시간씩 몇개월을 서있었다. 몇달을 서성였더니 조연출 분들이 오디션을 와보라고 하시더라. 정말 용감했기에 무대포로 그렇게 도전하게 됐다. 당시 오디션은 봤지만 배역은 따내지 못했다.(웃음) 만약 지금의 나라면 야구를 그렇게 과감히 관두지는 못했을 것 같다. 어렸기에 용감했고 무대포였던 것 같다. 

- 드라마 출연작 중 직접 추천하고 싶은 대표작 3편을 꼽아달라. 

▶ 솔직히 말해서 아직 제가 대표작을 꼽을 나이이거나 경력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제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성취의 시기는 40대가 되어서 찾아올 거라고 본다. 그전까지는 단역이나 엑스트라로 실컷 굴러보겠다는 각오로 임해왔다. 제가 전공자도 아니기에 30대에는 충분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 빨리 주인공이 되고 스타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지금도 제 롤모델인 김주혁 형이나 장혁 형을 떠올리며 남자만의 멋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형들의 느긋한 여유로움이나 미소를 보며 40대에 진정한 매력을 펼쳐 보이고 싶다. 그때가 되면 신랄하게 깨져보기도 하고 노력도 많이 하면서 호평 받기도 하면서 탄탄한 배우가 돼 있을 것 같다. 그런 연기관을 가지고 지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표작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첫 번째로는 정경호 선배와 함께 출연했던 '무정도시'를 꼽고 싶다. 그 드라마에서 정경호 선배의 친구 역할이었는데 그 이후 오디션을 거치지 않고 작품들에 캐스팅 될 수 있었다. 정말 운이 좋았다. '무정도시' 이후 작품 제안이 고맙게도 계속 들어왔다. 잊지 못할 작품이다. 두 번째는 MBC '내딸 금사월'이다.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던 작품이고 시청률도 30% 넘게 고공행진을 했었다. 신인상을 제게 안겨준 고마운 작품이어서 유독 기억이 난다. 마지막 하나는 고성희와 함께 주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나홀로 그대'다. 사실 제작은 '킹덤'보다 먼저 들어갔었는데 저희 드라마 공개가 '킹덤'보다 늦었던 기억이 있다. 12부작이었고 1인 2역을 하면서 해볼 도전을 다 해봤다.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 영화를 더 많이 경험하고 싶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장르를 원하나. 

▶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싶지만 제가 운동을 좋아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기에 액션물을 많이 해보고 싶다. 지독한 악역도 제 얼굴 안에 있는 것 같아서 악역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지독하게 표독스러운 인물을 해보고 싶고 또 정말 슬픈 감정의 인물도 선보이고 싶다. 

- 함께 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나. 

▶ 윤종빈 감독님,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에 꼭 출연해보고 싶다. 얼마 전 제가 즐겨 가는 목욕탕에서 황정민 선배님을 우연히 뵌 적이 있다. 그때 류승완 감독님과도 우연히 탕 안에서 갑자기 만나게 돼 인사를 드렸다.(웃음) 다음번엔 황정민 선배님, 류승완 감독님과 작품에서 꼭 만나뵙고 싶다.

-  '가문의 영광:리턴즈'의 촬영 및 개봉 과정을 지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 지난 주말 부산 무대인사를 다녀오는 KTX 안에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이번 경험을 통해서 확실히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비평의 글이나 칭찬 글 등을 볼 때 저보다 먼저 함께 했던 60여명의 스태프분들이 먼저 떠오르더라. 작품의 온전한 주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끝난게 아니니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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