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도 예외 없다…‘속사포랩’ 같은 보험 전화설명 어떻게 안되겠니?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3. 9. 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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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방식 보험 모집 기대난
당국 “보험소비자 불편 알고 있어”
불완전 판매 우려에 설명의무 되레 많아져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15년마다 갱신하는 월 3만5000원짜리 암보험을 최근 TV홈쇼핑을 통해 전화상담으로 가입하면서 ‘멘붕’을 겪었다. 보험상담원이 계약사항 설명을 마치 속사포 래퍼가 읊는 랩과 같이 총알처럼 빠르게 안내하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다. A씨는 보험상담원이 하는 거의 대부분의 빠른 설명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예’, ‘아니오’로만 답해야 했다. 그렇게 통화한지 30분이 지나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A씨는 전화로 보험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들었지만 알아듣지도 못하는 설명을 듣고 ‘예’라고 해야지만 가입이 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TV홈쇼핑 등 비대면 보험 상품 판매가 늘고 있지만 완전 판매를 위한 중요 계약사항 설명 등이 지나치게 방대해 보험판매자와 보험가입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이 보험 상품 전화 판매에 따른 보장, 면책사항 등 중요 사항 설명을 위한 표준 스크립트 분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이를 축소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집(전화설명+모바일 화면 보며 청약) 등을 허용했지만 아직 활성화가 더디다.

또, 보험 상품 불완전 판매 여파로 되레 추가 설명 의무가 부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화로 가입하는 보험 상품의 보장 등 중요 사항 설명 절차가 너무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품 가입을 마치려면 통상 전화로 30분 가까이 통화를 해야 하는 데다 보험상담원이 전화로 설명하는 계약 내용을 빠른 속도로 안내해 알아들을 수 없다는 불만도 많다.

특히, 모든 질문에 ‘예’, ‘아니오’ 등 단답식으로 답해야 하는 것도 보험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가령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지만 혈압이 높은 경우 보험상담원은 약을 복용하는지 여부에 방점을 찍어 보험 계약에 따른 사전 고지의무를 질문하는 반면, 보험소비자는 ‘예’, ‘아니오’로 답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보험금 관련 소송에서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사전에 혈압이 높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험소비자로서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질문으로 손꼽힌다.

가장 불편이나 불만을 초래하는 절차는 보험 계약의 중요 내용을 모두 알리는 절차가 손꼽힌다. 방대한 내용을 짧은 시간에 안내하다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 이해하지 않고 들어도 30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된다.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이라고 해도 설명 절차를 듣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며 “절차를 많이 개선했지만 불완전 판매 이슈가 끊이지 않아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면 됐지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판매자와 보험가입자 모두에게 불편을 야기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며 당국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 금융규제 샌드박스 운영 등을 거쳐 보험 상품 전화 모집 시 모바일 모집 절차 전면 활용과 하이브리드 모집 허용, 음성봇 활용 허용 등을 추진해 시행했지만 선택 사항인 데다 보험 상품 모집 채널별로 개선안을 시행할 수 있는 역량이 달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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