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누나와 '국밥 같은' 동생이 합작한 혼성 권총 동메달

▲ 이원호(왼쪽)와 김보미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혼성 10m 공기권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에서 미소짓고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혼성 10m 공기권총 경기에서 김보미(IBK기업은행)와 동메달을 합작한 이원호(KB은행)가 파트너 선수를 향해 "내가 좀 국밥처럼 든든하다"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김보미(IBK기업은행)와 이원호(KB국민은행)는 '연상연하' 듀오입니다.

김보미는 1998년 10월, 이원호는 1999년 8월생으로 만으로 한 살에 약간 못 미치긴 하지만, 엄연히 생년이 다른 '누나와 동생'입니다.

아시안게임 메달을 향해 등을 맞대고 사대에 선 오늘(30일) 경기에선 '듬직한 동생' 이원호가 '여린 누나' 김보미에게 힘을 실으며 메달을 향한 총성을 쐈습니다.

각 선수가 30발씩 쏴 금메달 결정전에 오를 두 팀과 동메달 결정전에 나설 네 팀을 가리는 본선에서 한국은 이원호가 290점, 김보미가 284점을 쏴 합계 574점으로 전체 4위에 자리해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습니다.

금메달 결정전에 오를 수 있는 2위 팀 중국(576점)과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아깝게 기회를 놓친 셈이 됐는데, 김보미는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에 본선 이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메달이 확정된 뒤 만난 김보미는 "제가 본선 막판에 크게 실수해서 금메달 결정전에 못 간 것 같아서,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울었다"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원호가 '기운 내, 할 수 있어'라고 달래줬다"고 전했습니다.

동생의 위로와 응원 덕분에 기운을 차린 김보미는 동메달리스트를 결정하고자 이어진 '한일전'에서는 힘을 내며 한국의 16-8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이원호는 "누나와 혼성팀으로 호흡을 맞추면 잘할 때는 같이 잘하고, 못할 때는 같이 못하고 잘 맞는다"면서 "잘 맞다 보니 메달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습니다.

원래 오른손잡이였지만 고등학교 때 총을 쏘던 오른팔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자 맹훈련을 통해 왼팔 사격을 시작한 사연이 알려졌던 이원호는 첫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10ｍ 공기권총(28일) 은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을 챙겼습니다.

이원호는 "연습 때만큼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제겐 좋은 경험이 됐다"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딴 김보미도 "더 높은 결과를 생각했기에 아쉽고 원호에게도 미안하지만, 내년에 더 큰 무대에서 잘하기로 약속했다"며 "앞으로 더 경험할 무대가 많으니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상민 기자 msk@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