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예산심사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R&D'

세종=우영탁 기자 2023. 9. 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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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예산심사서
대폭 삭감 R&D 예산 두고 공방 예정
각계각층서 우려의 목소리 나오는만큼
심사 과정에서 극한 정쟁 가능성↑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와 예산안 편성이 다음 달부터 열립니다. 기획재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을 2.8%로 묶은 2024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건전 재정’ 기조를 앞세워 지난해와 극한 정쟁 정국을 막겠다는 복안입니다. 하지만 야당은 이미 ‘정부의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핵심 쟁점 중 하나가 연구개발(R&D) 예산입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R&D 예산으로 1년 전보다 16.6% 삭감한 25조9000억원을 편성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R&D 카르텔’을 언급하며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지 두 달만입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삭감안을 발표하며 “늘어나는 예산 속에서 안일함과 기득권이 자랐다”고 꼬집었습니다.

과학계는 당연히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R&D 예산 감소 자체가 1991년 이후 33년 만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R&D 예산은 늘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2위의 R&D 예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부족한 ‘코리아 패러독스’를 이 참에 손보겠다는 것이 대통령실과 정부의 입장이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장 젊은 연구자들은 “이럴 줄 알았으면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약학대학을 갔어야 했다”는 불만을 숨기지 않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 역시 한국의 R&D 예산 삭감을 우려했습니다. 200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2023’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의견을 “한국은 천연자원 없이 인재 교육과 과학기술 투자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과학을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래핀을 발견해 2010년 36세의 나이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멘체스터대 교수 역시 “과학은 4, 5년 만에 즉각적인 결과물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남는 예산’을 할당받게 된다”며 “(예산 삭감으로) 한국 연구계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제도 혁신방안과 '2024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도 ‘이게 맞나’는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전까지만 해도) R&D 예산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문제도 적용되지 않는 만큼 적극 지원해야 했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문제인 것도 맞고 위에서 시키니 깎긴 깎았다만 이 방향이 맞는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정부가 예산을 책정하는 것뿐 아니라 관리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게 핵심”이라며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예산만 줄이면 문제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R&D 예산 재조정에 대해서 대통령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특정 집단의 기득권적인 사업, 경쟁력 없는 단순 보조 형식의 지원 사업, 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사업, 예산 뿌려주기식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와 예산안 국회 심사 과정에서 R&D 예산 복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다음달 2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의 발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올해는 한국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요.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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