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 홍사빈 "송중기에 큰 자극, 안개 조금씩 걷히는 중" [★FULL인터뷰]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의 배우 홍사빈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홍사빈은 기댈 곳 없는 소년 연규의 위태롭게 흔들리는 감정부터 살아남기 위한 강렬한 눈빛까지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그는 "이런 작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먼저 오디션을 꼭 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연규는 제 또래의 남자배우들이 너무 하고 싶어할 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할 만큼 매료됐다. 영화 작업은 사실 제 시기나 나이마다 얼굴도 남길 수 있고, 제 개인의 성장 일기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 '화란'이라는 영화가 있으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번 미팅하고, 그 과정에서 연규가 어떤 아이인지 윤곽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합격했을 때 눈물을 흘렸다. 기쁨과 슬픔, 왠지 모를 막막함까지 여러 생각이 들어서 혼자 눈물을 많이 훔쳤다"고 말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는 홍사빈은 "연규는 말보다는 자기 안의 이야기를 표정이나 행동으로 드러내야 하는 한다고 생각해서 셀프 테이프를 많이 찍어보거나 제가 찍었던 장, 단편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는 이 얼굴이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도 처음에는 중심을 잡는다는 게 너무 어려웠고, 촬영 초반에는 중심을 잘 잡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헤맸다. 중심을 잡는다는 게 영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많이 알지 못하지만, 리딩하면서나 선배님들과 리허설을 하면서 다양한 걸 많이 했다. 선배님들이 많이 열어주시기도 했고, 제가 한 가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절대로 크게 소리를 지르지 말자는 것이었다. 화를 분출하는 연기를 하면 흐름을 끊을 거라고 생각했다. 표출되지 못한 모습들이 더 많은 연민을 느끼게 할 거라는 짐작을 했던 것 같다. 이 작품이 끝날 때까지 매섭게 분출하는 연기는 배제하고 꾹꾹 눌러담아서 관객들에게 이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연민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호하게 흐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송중기와 호흡을 맞춘 데 대해서는 "처음에 영화 밖에서 뵀을 때는 저를 알던 분처럼 편하고, 배려해 주셔서 친밀감을 쌓아 올리기가 쉬웠다. 영화 안에서 치건이라는 캐릭터로 만났을 때는 굉장히 많이 놀랐다"며 "제 상상력의 범주가 좁은 것일 수도 있지만 영화적으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치건의 모습을 서늘하게 잘 표현해 주셨다. 매번 저에게 다른 자극을 주셔서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홍사빈은 "만나 뵙기 전까지는 부담감이 컸고 만난 후에는 짐을 덜었다. 송중기 선배님을 비롯해 김종수 선배님, 정만식 선배님까지 모든 선배님이 잘 대해주셨다. '살면서 이런 호의를 받아본 적이 있나' 싶은 정도였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사실 촬영 전에는 조금이나마 내가 빛이 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걱정이 있었는데 제가 빛나야 할 이유가 없더라. 선배님들이 제 주변에서 반짝반짝 빛나주시면 제가 그 빛을 받고, 조금이나마 빛이 나면 되는 역할이었다. 종수 선배님이나 중기 선배님도 '사빈아 우리랑 대화하듯이 네 상황에서 네 연기만 하면 된다'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선배님들의 배우로서의 태도를 많이 배웠고, 많은 귀감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20살에 학교에 들어가서 연기를 시작했을 때 배우지 않고 시작해서 연기를 많이 몰랐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라며 "하다 보니 재밌어져서 하려면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장, 단편 독립 영화를 합쳐서 100편 정도 찍었다. 오디션 사이트에도 메일을 보내고, 발품을 팔기도 했다. 기다려서 대사 한마디 하는 게 저한테는 소중하고 의미가 컸다. '화란'에서도 그런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사빈은 '화란'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저를 조금이나마 칭찬해주고 싶은 건 어쨌든 영화가 개봉한다는 거다. 제 연기에 대해서 평가할 수는 없다. 연차가 쌓이고, 보는 눈이 생기면 좀 더 또렷하게 보고 많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흐렸던 미래가 조금이나마 선명해졌다. 안개를 걷히게 해 준 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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