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화재,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들고나온 ‘대지예술’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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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누군가는 이 문제를 외치고, 교육해야 한다."
지구 표면 혹은 내부에 어떤 형상을 디자인해 자연 경관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대지예술(Land Art·Earthworks) 1세대 작가로 손꼽히는 미국인 앨런 손피스트(77)의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뉴욕의 숲에서 채집한 자연물을 담은 유리병과 숲의 사진을 나란히 펼친 작품 'Gene Bank of New York'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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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누군가는 이 문제를 외치고, 교육해야 한다.”
지구 표면 혹은 내부에 어떤 형상을 디자인해 자연 경관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대지예술(Land Art·Earthworks) 1세대 작가로 손꼽히는 미국인 앨런 손피스트(77)의 말이다. 그를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21에서 만났다.
국내에서는 처음 열린 개인전에서 그는 지난 4월 인왕산 화재로 불탄 나무를 옮겨와 만든 작품 'Burning forest of Mountain Inwang'(인왕산의 불타는 숲)을 전시했다. “불탄 나무 사이를 사람들이 직접 걸어 다니며 기후변화와 자연의 중요성을 되새겨보게 한다”는 취지다.
성북구 뮤지엄웨이브에서도 그가 참여한 단체전이 진행 중인데, 이 전시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비판하는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채집한 물을 유리병에 넣어 염전을 찍은 사진과 나란히 전시한 'Mud Flat Gene Bank(Taepyeong Salt Farm)'다. 그는 이 작품을 놓고 "후쿠시마 물(오염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언젠가 우리에게 깨끗한 물이 있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모두 자연물에 담긴 이슈를 옮겨오되 형식과 공간을 새로 한 셈이다. 여기에는 기후변화로부터 자연을 보전하겠다는 그의 바람도 담겨있다. 한 예로 인왕산에서 옮겨온 불탄 나무는 모두 한쪽이 기운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했다. 손피스트는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작품('쓰러지는 남자' 조각 등)의 영감을 받은 것으로, 나무들이 불타는 환경(기후변화)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물에서 소재를 선택하며 작품에 '시간성'을 담으려 한다. 손피스트는 "인왕산에서 어떤 나무를 골라왔나"라는 질문에 "사람이 다치면 중증, 경증이 있는데 흉터가 다르다"라는 비유를 했다. 그냥 보면 나무들이 다 까맣게 보여 비슷하지만 타버린 나무, 덜 탄 나무 등이 섞여 있다. "그는 타는 과정을 사람의 생채기가 남는 과정과 같이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다. 손피스트는 지난 1986년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에 남긴 ‘Circles of Time’이란 작품에서 여러 겹의 원에 원시림, 청동조각, 월계수 벽, 돌, 현재의 농업용 토지 등을 배치했다.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이정표와 같은 자연물의 재배치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대지예술은 환경보호, 기후변화 이슈와 함께 서구에서는 주목받은 지 오래된 장르다. 미술관은 물론 개인 수집가의 소장 열기도 뜨겁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대지예술은 인위적인 구조물로 오히려 자연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유리조각과 같은 인공구조물을 뿌리는 식의 설치로 주변 생물에 악영향을 주는 식이다.
반면 손피스트는 자연물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작업을 주로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가 1965~1978년 미국 뉴욕시에서 작업한 'Landscape of New York'이 대표작으로 도심의 도로 한편에 숲을 재생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뉴욕의 숲에서 채집한 자연물을 담은 유리병과 숲의 사진을 나란히 펼친 작품 'Gene Bank of New York'을 내놨다. “나는 구멍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채우는 사람”이란 게 그의 말이다.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자연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후변화도 그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1일까지.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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