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50㎞’ 대마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
반대파 시장 “돈에 유혹되지 않겠다” 반대
가장 가까운 일본에 시설…한국에 영향 우려
부산에서 불과 50㎞ 떨어진 일본 쓰시마섬(대마도)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유치하는 문제를 놓고 ‘반대파’인 시장과 ‘찬성파’인 시의회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영토인 쓰시마에 이 시설을 유치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에 이어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히타카쓰 나오키 쓰시마시장은 27일 원자력 발전 이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첫 단계인 ‘문헌 조사’를 받도록 정부에 신청해달라는 지역 건설업자 등의 청원안에 대해 “아직 시민들 간에 충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역 건설업자들은 지난 6월 이런 내용이 담긴 청원안을 쓰시마 시의회에 제출했고, 시의회는 12일 본회의를 열어 찬성 10표(반대 8표)로 가결했다.
원자력 발전을 한 뒤에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에선 사람이 다가가면 즉시 숨질 정도의 강한 방사선이 새어 나오기 때문에 안전한 지하 등에서 10만년 이상을 보관해야 한다. 그 때문에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들에선 이 최종 처분시설을 어디에 만들지를 두고 머리를 싸매 왔다. 한국 역시 지난 2015년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가동을 시작했지만, 고준위 처분시설은 부지 선정을 위한 논의의 첫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일본에서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2000년 ‘문헌 조사’(1단계·소요기간 2년), ‘개요 조사’(2단계·4년), ‘정밀 조사’(3단계·14년) 등 3단계로 이뤄진 선정 절차를 결정했다. 문헌 조사 단계에선 해당 지역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짓기에 적합한지를 현장 조사 없이 이미 존재하는 지질 데이터 등을 통해 검토하게 된다.
시장이 자신들의 뜻을 꺾고 청원안을 거부하자 시의회가 반격에 나섰다. 산케이신문은 30일 시의회 찬성파들이 12월 정례회에서 이 문제를 주민투표로 정하자는 조례를 만들기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찬성파 의원은 “시장이 반대파의 의견만을 받아들였다. (이래서는) 이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영토인 쓰시마에서 고준위 처분시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문헌 조사에 응하는 것만으로도 지방자치단체는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20억엔(약 180억원)의 교부금을 얻을 수 있다. 일본 언론들도 “쓰시마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섬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배경을 전했다. 쓰시마 인구는 1960년 6만9000명, 2000년까지만 해도 4만명이 넘었지만 2023년 현재 2만6000명에 불과하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쓰시마의 가장 큰 산업인 수산업·관광업 종사자들은 최종 처분시설 유치로 인한 풍평피해(소문 피해)가 우려되고, 지진 등 예상할 수 없는 요인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히타카쓰 시장도 앞서 “섬의 장래를 생각할 때 정말 안심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지, 지속가능한 섬이 되기 위해 길러온 관광업이나 섬 고유의 제1차 산업(어업 등)을 계속할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면서 “돈에 유혹되지 않고 정말 쓰시마 시민들이 바라는 선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 처분시설 설치를 놓고 시장과 시의회 간의 갈등이 고조되자 일본 언론들은 이 문제가 2024년 3월 치러지는 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아가 최종 처분시설 설치 문제가 본격 진행되면, 그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되는 한국과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쓰시마 경제는 부산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이면 도착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헌 조사를 신청한 일본의 지자체는 홋카이도의 숫쓰초와 가모에나이무라 두곳 뿐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12일 “앞서 신청한 홋카이도 숫쓰초, 가모에나이무라와 쓰시마의 움직임을 통해 전국에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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