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SF영화가 온다… ‘크리에이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엄형준의 씬세계]
할리우드 영화의 ‘미국 제일주의’ 공식 깨트려
새로운 이야기·배우·제작방식… 짐머 음악 더해
흥미로운 스토리에 철학적 주제 자연스레 녹여
주목해야 할 SF영화가 연휴 말미인 3일 개봉한다. 바로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크리에이터’다. 동양 문화에 심취한 감독은 그간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공식을 깨트리며,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상업 영화의 덕목인 재미와 감동도 놓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새로운 건 인간과 AI의 전쟁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AI를 절대 악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악한 건 인간일 수도 있다.
영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AI가 핵폭탄을 터뜨리며 시작된다. AI가 배신했다고 믿는 미국은 AI를 절멸시키기 위해 전쟁을 선언한다. 대부분의 서구 국가에선 AI가 사라지고, 이제 남은 건 동아시아 일부 국가뿐이다. 미국은 특수부대를 보내 AI 근원인 ‘창조자’를 죽이려 하고, 전세를 바꿀 수 있는 그가 만든 강력한 무기를 파괴하려 한다. ‘창조자’에 접근하기 위해 동아시아에 스파이로 침투해 살아가던 중, 미군의 공격으로 그곳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배 속의 아이를 잃은 특수부대원 ‘조슈아’는 아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 강력한 무기를 파괴하는 작전에 참여하고,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가 그 무기라는 사실에 당황한다.

에드워즈 감독은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2018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당시는 AI가 먼 미래의 일 같았고, 스크립트를 짤 때는 ‘나와 다르기 때문에 적’이라고 보는 은유로 AI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배경 시점을 설정한다면 2070년 정도다. 그때는 내가 죽었을 테니까 영화 내용이 틀려도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이젠 배경이 2023년이 되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AI가 우리 실생활에 들어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알피’가 아이라는 설정은 일본 만화 ‘아들을 동반한 검객’에서 따왔다. 아이를 죽이면 세계를 구하지만, 주인공은 악역보다 더 나쁜 사람이 되고 마는 딜레마를 담고 있다.

시나리오만큼이나 배우들도 이 영화를 새롭게 만드는 요소다. 알피 역을 맡은 8살의 아역 배우 매들린 유나 보일스는 성인 못지않은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그의 천진한 웃음에 반하지 않긴 힘들다. 보일스 외에도 존 데이비드 워싱턴, 켄 와타나베, 젬마 찬 등이 영화에 출연한다. 이들은 이전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평가받은 배우들이지만, 할리우드의 대표 배우로 불리거나 소위 인기 스타는 아니다. 이들의 새로운 마스크와 진부하지 않은 연기는 영화를 더욱 새롭게 하는 요소다.

영화는 제작방식에서도 다름을 추구했다. 에드워즈 감독은 블루스크린이 아닌 현실에서 영화를 촬영한 후, 특수효과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장면은 사실감이 풍부하고, 때론 장대하다. 장면에 대한 정확한 설계가 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감독은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제작비를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절대적 금액으로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지만, 요즘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의 제작비를 생각하면 많다고도 할 수 없는 8600만달러가 이 영화를 만드는 데 투입됐다.

크리에이터는 복잡하거나 과도하게 철학적 주제를 앞세우지 않고, 알피와 조슈아의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여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SF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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