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함정 지켜줄 ‘최종병기’?···음속 2배 속도로 20㎞ 거리 미사일·항공기 격추[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국산화율도 80% 이상으로 매우 높아
길이 3.08m로 1발당 가격 10억 수준
지난해 4월 러시아 해군의 자랑 흑대함대의 기함(함대 지휘관이 타는 군함)인 ‘모스크바함’이 격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기조차 변변치 않았던 우크라이나군의 승전 소식에 세계 주요 언론들은 ‘현대판 다윗의 돌팔매질’이라고 언급하며 집중 조명했다.
흑해함대의 기함인 1만1500t급 대형 순양함 모스크바함을 공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스크바함은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과 성능이 미슷한 ‘S-300’ 대공미사일 64발, 30㎜ 근접방어무기(CIWS) 6문을 장착해 흑해 북부의 대공 방어 핵심 자산이다. 그러나 방어에 실패하며 허무하게 격침됐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우크라이나가 자체적 개발한 사거리 208㎞인 ‘넵튠’ 대함 순항미사일이다. 이날 우크라이나는 넵튠 미사일 4발이 발사해 2발은 근접방어무기에 손실됐지만, 나머지 2발의 넵튠 미사일은 정확히 함선의 중심을 타격하는데 성공했다. 넵튠 미사일은 아조우해 전역, 흑해 지역의 3분의1을 공격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함의 함대공미사일의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날의 승전으로 러시아 해군은 자존심을 상처를 입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는 급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우정본부는 침몰한 모스크바함을 조롱하는 기념우표까지 발행했다.
위력적인 함대공미사일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국방기술품질원이 공개한 미사일 영상이 하나가 화제다. 국산 요격무기로 불리는 함대공 요격미사일 ‘해궁’의 첫 품질인증사격시험 시험발사 및 요격 성공 영상이다. 실제 품질인증사격은 지난 2021년12월 이뤄졌지만 기품원은 최근에야 세부 영상을 공개했다. 품질인증사격은 미사일 등이 실전배치된 뒤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해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기품원은 2발의 해궁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모두 표적에 명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을 통해 우리 군이 개발한 ‘해궁’은 해군 군함을 지키는 최종병기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날아오는 적 대함(對艦) 미사일과 상공에서 공격하는 항공기 등의 위협으로부터 함정을 방어하기 위한 국산 ‘해궁’(海弓) 요격미사일은 다층 미사일 방어망의 하나로 미국의 RIM( Rolling Airframe Missile)-116램 미사일을 대체하려는 한국군의 대체 전략의 주요한 무기 체계다. RIM-116램은 미국과 독일이 합작 개발한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로 대함 및 순항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개발됐다.
영상에서 볼 때 해궁의 가장 특징은 수직으로 발사된 직후 90도로 방향을 틀어 낮게 날아오고 있는 표적에 명중하는 방식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발사 직후 수직으로 꺾어져 요격하는 모습이 놀랍다”는 큰 반응을 보였다. 이는 해궁이 채택하고 있는 ‘측(側)추력기’를 활용해 적 고기동 대함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급속한 방향 전환이 기술력 덕분이다. 측추력기는 천궁2 국산 요격미사일 등에도 장착돼 있다. 러시아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년 전 러시아의 이스칸데르-K 순항미사일이 발사 직후 90도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한 뒤 비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궁은 2011년부터2018년까지 1617억원을 투입해 국방과학연구소(ADD)과 LIG넥스원 등이 개발했다. 함정의 최대 위협인 대함유도탄과 항공기 공격을 막는 유도무기로 레이어(RF) 및 적외선탐색기로 구성된 이중모드 탐색기를 탑재하고 있고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된다.
음속의 2배에 달하는 속도로 최대 20㎞ 떨어진 적 항공기나 대함 순항미사일 등을 격추하는 것이 가능하다. 2021년부터 대구함과 마라도함 등에 배치됐기 시작했다. 신형 호위함, 차기 한국형구축함(KDDX) 등에 2036년까지 7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배치될 예정이다. 길이 3.08m로 1발당 가격은 10억 가량이다. 함정의 한국형수직발사기(KVLS)에 4발씩 탑재된다.
눈에 띄는 성능은 해궁이 음속 이하 속도의 아음속 대함미사일은 물론 마하2급(級)의 초음속 대함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배치중인 신형 kh-35급(級) 대함미사일은 음속 이하의 속도를 갖고 있지만, 중·러·일 등 주변강국들은 마하 3 이상의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배치 중이다.
실제 러시아는 최대 속도 마하 8이 넘는 지르콘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중국은 DF-17 극초음속 미사일 등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배치했다. 해궁 요격능력을 더욱 향상시킨 성능개량형이나 레이저무기 등의 도입 필요성이제기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해궁이 초음속 대함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것은 이중 탐색기 등 정밀한 유도장치 덕분이다. 해궁은 무선주파수(RF), 열영상(IIR) 탐색기를 함께 운용해 적 대함미사일 포착과 추적 성공률을 높였다. RF 탐색기는 미사일 앞부분, IIR 탐색기는 미사일 앞쪽 측면에 부착돼 있다. 낮은 고도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RF 탐색기로 추적하면 파도에 의한 간섭 현상으로 포착과 추적이 제약을 받는다. 이때 미사일이 내뿜는 열을 추적하는 IIR 탐색기를 사용하면 적이 쏜 대함미사일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성공률을 향상 시켰다. 특히 밀리미터파 레이더 센서 기술을 활용해 적 미사일 탄두부를 근거리에서 정확히 식별, ‘직접요격’(Hit-to-Kill)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적 전자전 시도를 무력화하는 기술과 더불어 대함미사일의 탄두부를 근거리에서 정확히 식별해 직접 타격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음속의 2∼3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오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동체 등이 손상을 입어도 관성에 의한 고속비행을 통해 아군 함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함정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먼 거리에서 완전하게 파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에 우리 연구진의 노력 끝에 국산화율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방어력을 높였다.
최근에 해궁은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 장사정포 요격을 위해 개발중인 ‘한국형 아이언돔’ LAMD(Low Altitude Missile Defense) 체계 미사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 장사정포 요격체계’ LAMD 요격 미사일은 해궁 미사일의 탐색기를 간소화하는 형태로 교체해 가격을 낮추면서도 표적 탐지능력은 높인 ‘해궁 개량형’을 적용할 계획이라는 후문이다. 해궁 미사일은 1발당 1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다수의 미사일을 사용해야 하는 한국형 아이언돔 체계로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은 1발당 5000만~6000만원 수준이다.
군 당국은 2022년 2월 LAMD 체계 요격 미사일 시험발사를 처음으로 실시한 뒤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향후 총 2조89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4년까지 LAMD 탐색개발을 진행한 뒤 2029년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해궁은 사거리와 비행속도를 늘려 요격능력을 강화하는 성능개량 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경쟁 기종으로 지목되는 프랑스산 VL 미카(MICA)는 사거리를 40㎞로 늘리고 탐색기를 교체한 VL 미카 NG 미사일로 바꿔 2026년부터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궁의 실제 성능개량 시점은 2020년대 후반이다. 해외 시장 경쟁력을 위해서 성능개량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군과 정부의 정책 결정이 얼마나 서두를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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