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배 방사능 누출… 667명 피폭, 막을 수 있었던 日 원자력 사고 [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파란 불꽃이 이는 것을 보았고, 그 순간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1999년 9월 30일 오전. 평화롭던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군 도카이 촌 우라늄 가공 공장에서 푸른 섬광이 반짝였다. 역대급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 것.

폭발이 발생한 민간업체 JCO 도카이 사업소는 원전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을 가공 처리하는 곳이었다. 이 작업장에서는 작업 속도에 집착하면서 정상적인 제조법을 무시하고 사고 발생 4년 전부터 자체 작업 지침서를 편법으로 만들어 우라늄을 가공해왔다.
임계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 만들어진 제품의 균일화 공정에서도 제품을 조금씩 나누어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JCO는 이 원칙을 깨고 저탑이라는 가늘고 긴 용기에 넣어 혼합한 다음 휘저어 섞게 했다. 일명 '어둠의 매뉴얼'을 회사 내에서 묵인해 온 것이다.
당시 사고를 수사해온 경찰은 "JCO는 국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허술한 작업을 거듭했다"며 "작업자가 각자 위치에서 수행해야 할 안전 교육과 감독을 소홀히 한 탓에 임계사고가 발생하고 그 결과 작업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사고로 공장 주변의 방사능 양이 평상시보다 최고 1만 6000배에 이르는 등 대량으로 누출됐다. 방사능 누출 이후 공장 주변 200m 이내의 지역에 통행이 차단됐으며 부근 8개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들이 교실에 갇혀 지내야 했다.
이 사고로 탱크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작업하던 오우치와 1m 떨어져 있었던 시노하라는 방사능에 노출되자마자 통증과 구역질, 호흡곤란 등 증상을 보였다. 근처에서 이들의 작업을 지켜보던 요코카와 또한 두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짧은 순간의 피폭만으로 오우치와 시노하라의 염색체는 산산조각나 버렸다. 염색체가 파괴됐다는 것은 앞으로 체내에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새로운 세포를 만들지 못하게 되면서 피폭자의 피부, 폐에는 물이 쌓여 호흡곤란이 시작됐다. 피폭 27일 째에는 혈액과 피부의 문제를 넘어 내장에 죽은 점막이 하얗게 변색했다. 대량 설사도 시작됐다.
회사의 안전 불감증으로 이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여 후인 2000년 10월 11일. JCO 소장을 비롯한 관련자 6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일본 최초로 원자력 시설에서 일어난 사고로 체포됐다.
2003년 3월 3일 이들은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2년에서 3년을 선고받았다.
어둠의 매뉴얼을 묵인해온 회사 JCO에는 벌금 100만 엔(약 1000만원)이 선고됐다. 회사는 2003년 4월 18일 우라늄 연료 가공 사업 재개를 단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사업소에 보관하고 있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하고 임계사고로 피해를 본 기업과 주민에 대한 보상을 담당하는 회사로 남게 됐다.
그 후 현장의 설비를 철거하기로 했는데 도카이무라 마을 측에서 사고의 교훈으로서 보존을 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끝내 도카이무라가 철거 방침을 받아들였고 사고 6년째인 2005년 6월 6일에 공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 사고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복제된 사고 현장은 2006년 4월부터 도카이무라 원자력과학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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