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가 구식 기술인 ‘미드 니켈’에 주목하는 이유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한동안 잊혀진 구식 기술로 불리는 ‘미드 니켈’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니켈 비중을 늘릴수록 에너지 밀도가 증가해 주행 거리 향상 등에 유리하지만, 열 안전성이 떨어져 공정의 난도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니켈은 배터리 원자재 중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원자재로 손꼽히는데, 국내 업체는 이미 니켈 함량을 90%까지 끌어올린 ‘하이 니켈’ 배터리를 양산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식 기술인 미드 니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중저가 전기차 판매 확산과 맥을 같이한다. 테슬라를 비롯해 현대차 등에도 값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전기차 가격을 끌어내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전환을 위해선 비교적 값이 싼 중저가 판매가 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역시 값싼 배터리를 장착한 저가 전기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드 니켈, 중저가 전기차 시장 노린다
최승돈 LG에너지솔루션 전지개발센터장은 지난 14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코리아 어드밴스드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드 니켈은 보통 니켈 함량이 40~60%인 배터리를 말하는데, 80% 이상인 하이 니켈 배터리 제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은 중국 업체들이 공략했던 분야다. 최 센터장은 “과거 기술이긴 하지만, 회사의 최근 공정에 접목하면 보급형 전기차 확산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로 판단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배터리 셀 가격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프리미엄과 보급형으로 이분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돼 충전소가 대폭 늘어나고, 배터리 기술 발달로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내연기관차 정도로 확보되면 가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미드 니켈 배터리는 하이 니켈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은 싸지만 에너지밀도는 LFP 보다 높고 무게도 낮다는 장점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드 니켈 배터리가 LFP 보다 40%가량 가볍고, 발열량 역시 감소해 안전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최근 인기를 얻는 LFP를 국내 업체들이 더 싸고 잘 만들기는 어렵다”며 “미드 니켈 등 LFP 보다 성능은 좋지만 값은 상대적으로 싼 부분에 주력하는 게 낫다”고 했다.
◇리튬보다 니켈 부족 문제 될 가능성 더 커
미드 니켈의 인기는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을 고려한 조치이기도 하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은 기존 남미나 중국 외 호주, 아프리카 등 새로운 공급처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실제 리튬 가격은 지난 1년간 60%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반면, 니켈 부족에 대한 경고등은 여러 곳에서 울리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니켈 중에서도 ‘클래스1′이라 불리는 고순도 니켈이 쓰인다. 배터리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는 “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2025년 84만1000톤, 2030년 237만톤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공급 부족이 점쳐진다”고 전망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은 니켈”이라며 “니켈을 더 많이 채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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