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이재명…與, 호재일까 악재일까

김주훈 2023. 9.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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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 대표 영수회담 제안에 "피고인 신분"…견제 총력
"'영장 기각' 역풍 약할 것"…배경엔 '李 사법리스크' 유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감을 얻은 모양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휘, 영수회담 제안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면서다. 여당은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견제하고 있지만, 실제론 표정 관리를 하는 분위기다.

◇ 이재명, 사법리스크 벗었나?…민생 드라이브 본격화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모두 추석 밥상 민심에 민생을 올리기 위해 집중하는 가운데,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난 이 대표가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다. 구속영장 기각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말을 아낀 것과 달리 공세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우선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당장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선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지 여당 총재가 아니다"면서 여야 대표회담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격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형사 피고인으로서 책임을 희석시키는 신분세탁 회담에 매달리지 말라"고 지적했다.

현재 여당은 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역공에 나선 것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당은 지난 2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결과, "구속영장 기각은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과 함께 범죄 사실 소명 부분에 대해선 이 대표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 與, 이재명 우선 견제하지만…영장 기각 역풍 "문제없어"

다만 외부적으로 당이 이 대표와 민주당을 집중 견제하는 모습과 달리, 속내는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당이 받을 영향은 미미하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혁신 가능성이 불투명해졌고, 대야 공세의 핵심이던 '이재명 리스크'가 유지되면서 전략을 바꿀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역풍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구속될 경우 민주당 강성 지지층(개딸)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고, 분당의 가능성도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는 등 여당이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셈법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여러 약점이 드러났고, 여당도 비판할 수 있는 소재가 많아졌다"며 "파악된 적을 상대하는 것과 정보가 없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법부에 대한 실망감이 드러나고 있지만, 당 입장에선 크게 손해 보는 상황도 아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기 위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현재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반대로 구속이 안 된 것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정적 시각도 있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기우제 정치'에 몰두한 국민의힘은 이번 계기로 국민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거취 표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힘이 약해질 것이고, 영향력이 커진 민주당과의 주도권 경쟁에 양당 대립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결국 양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으로 내년 총선은 3당 내지는 4당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거대 양당의 영향력이 축소할 것으로 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기각이 여당에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법리스크를 총선까지 끌고 갈 수 있고, 기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악재는 이 대표가 구속된 상태에서 대표직을 사퇴하고 비대위가 구성되면서 민주당이 혁신하는 분위기로 가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번 기각으로 이 대표는 대표직을 유지했지만, 앞으로 재판장을 수시로 오가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여당 입장에선 사법리스크 프레임을 걸기 좋다는 점에서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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