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범 고문 흑역사 공개..파인스타인 상원의원 별세
미 상원 고문보고서 공개 영화화
‘더리포트’서 아네트 베닝이 열연
북한 미사일 비판에도 큰 목소리
바이든 대통령 백악관 등에 조기 게양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자행했던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 등 흑역사를 공개해 세상을 뒤집어놨던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민주)이 90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직접 비판하며 미국 외교의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성 의원이자 현직 최고령 상원의원으로, 말년에는 미국 의회에서 ‘고령주의’에 대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1970∼80년대 샌프란시스코 역사상 첫 여성 시장 경력을 거쳐 1992년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 된 뒤 31년간 재임(6선)하면서 상원 정보위원회 첫 여성 위원장, 법사위원회의 첫 여성 민주당 간사 등을 거치며 정치권의 ‘유리천장(여성에 대한 진입 장벽)’을 잇달아 깼다. 특히 현직 시장이 총기로 살해당한 사건 이후 샌프란시스코 시장 대행을 거쳐 시장이 됐던 고인은 상원의원 경력 초기인 1990년대 특정 유형 공격용 무기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입안해 통과시킨 바 있다.
파인스타인 의원의 가장 큰 유산은 미국 인권 역사의 어두운 부분인 테러 용의자 심문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범죄가 입증되지 않은 용의자들에게조차 물고문을 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잔인한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 미 의회는 이런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두 행정부에 거쳐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파인스타인 의원은 지난 2014년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원 정보위원회가 작성한 524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을 공개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위대함은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인권을 중시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보고서 공개 때문에 정치적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북한의 ICBM 발사 직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는 등 북한 문제에 대한 직접적 비난과 미국의 개입을 적극 독려해왔다.
한편, 고인은 말년에 미국 의회의 고령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지난 2018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54%의 득표율로 당선되며 6선(임기 6년)에 성공했지만 이후 건강이 악화하면서 조 바이든(80) 대통령, 미치 매코널(81)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과 함께 고령으로 인한 업무수행능력 저하를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그는 대상포진 합병 증 등으로 지난 연말부터 2개월 이상 상원 회의에 출석하지 못했고, 결국 올해 2월에는 차기 상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15년 이상 고인과 상원의원 동료였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선구적인 미국인이자 진정한 개척자이며 질(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과 나에게 소중한 친구였다”고 고인을 기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의회 등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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