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지하벙커 타격 ‘고위력 미사일’ 첫선…남북 이동식발사차량 개발경쟁[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남북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 개발 경쟁 가열
北은 중국제 엔진 등 개조…한국산 TEL도 갈수록 대형화
6축 12륜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 TEL 첫선
고위력 현무-4 TEL, 현무-2C 비해 방염판 두껍고 커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개최된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및 서울 시내 시가행진에서 가장 눈길을 끈 무기체계는 북한 핵·미사일 억지력의 핵심인 3축 체계, 이른바 3K(Kill Chain·KAMD·KMPR) 장비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사시 평양의 북한군 수뇌부 지하벙커를 한 방에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고위력 현무-4’와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장거리에서 타격할 수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L-SAM이 광화문∼숭례문 시가행진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특히 L-SAM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은 6축 12륜(바퀴 12개)으로 눈길을 끌었다. 탄두 중량 약 2t으로 추정되는 ‘고위력 현무-4’를 탑재한 TEL은 5축 10륜이며 차량 후방에 화염편향장치 방염판은 현무-2C TEL 방염판에 비해 훨씬 두껍고 커 한국형 TEL의 진화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남북한 미사일 및 요격미사일 개발 경쟁과 더불어 TEL 개발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바퀴 6축 12륜 L-SAM용 이동식발사차량 첫 등장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TEL에 비해서 바퀴 축과 바퀴 수,차량 길이가 짧았던 한국군의 TEL이 갈수록 대형화하고 있다. 그만큼 고위력 현무 미사일과 요격 미사일을 개발하기 때문으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26일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선보인 국산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L-SAM을 탑재한 TEL은 6축 12륜이었다. 국산 12륜 TEL 등장은 국내 미사일 무기체계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그만큼 미사일 위력이 강력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L-SAM에 비해 요격 사거리와 요격 고도가 훨씬 짧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2(M-SAM)의 TEL은 발사관 8개에 4축 8륜으로 크기도 훨씬 짧은 것과 비교된다. 천궁-2의 요격 고도는 약 20㎞, 유효 사거리 약 50㎞인 데 비해 L-SAM은 요격고도 40∼100㎞, 유효사거리 130㎞로 천궁-2와 사거리, 요격고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요격미사일 위력이 크고 화염이 강하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바퀴는 4축 8륜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 발사용 운반차량과 미사일은 더욱 컴팩트하면서 더 긴 요격사거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TEL 바퀴 축과 수가 많다고 반드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보기는 힘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이 보유한 TEL 기술력이 우리에 비해 앞서있기 때문인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산 무기체계와 객관적인 비교 평가를 통해 국산 TEL 등 우리 무기체계 등 장비의 발전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진화하는 순수 국산기술 제작 한국형 TEL
탄두 중량 약 2㎏으로 추정되는 ‘고위력 현무-4’를 탑재한 TEL은 5축 10륜이며 차량 후방에 달린 방염판은 같은 10륜 TEL이지만 현무-2C에 비해 두께도 훨씬 두텁고 크기도 커 발사 때 분출되는 강한 화염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에 비해, 지대지미사일인 현무-2C의 TEL은 5축 10륜으로 고위력 현무-4와 차량의 바퀴수와 외형은 엇비슷하지만 결정적 차이를 보인 것이 있었다. 차량 후방의 방염판이었다. 전문가들은 “현무-2C의 후방 방염판은 고위력 현무-4의 방염판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며 “크기도 작고 직선인데 비해 고위력 현무-4 의 방염판은 훨씬 길고 약간 휘어진 형태로 무거운 탄두 중량의 미사일을 발사할 때 화염도 강해 더욱 두터운 방염판을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퀴 10개의 대형 TEL은 미군 M977 HEMTT 전술트럭과 비슷한 외형이다. 현무-2C 기술이 현무-4에 적용됐다. TEL 외형은 별 차이가 없지만, 현무-4는 차량 위에 있는 미사일 발사관 뒤쪽 방열판 형태가 현무-2C와 다르고 발사관도 더 길다. 이와 함께 지난 26일 선보인 국산 현무-3 지대지 순항미사일 발사관은 2개였다. 현무-3 순항미사일은 A, B, C, D형에 따라 사거리가 500∼3000㎞로 다양하다. 현무-3 순항미사일은 지대지, 함대지, 잠대지, 공대지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됐으며 북한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현무-3를 탑재한 TEL은 4축 8륜으로 크기가 작았다.
◇현무-4는 탄두 중량 2t 김정은 지하벙커 정밀 타격
현무-2C는 사거리 800㎞ 이상이며, 탄두 중량은 0.5t으로 알려졌다. 현무-2A·B보다 비행거리는 늘어났으나 탄두 중량은 감소한 모양새다. 2017년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폐지 및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로 탄생한 현무-4는 평양 김정은 지하 벙커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다. 2017년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이 해제된 직후부터 개발이 본격화됐다. 사거리 800㎞, 탄두 중량은 2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무-4는 현무-2C를 토대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보유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융합, 발전시킨 형태다. ADD가 2010년대 추진했던 국산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현무-2B 개발 등으로 확보한 지하관통탄, 열압력탄 등의 관통 기술과 현무-2C의 유도체계와 고체연료 엔진 및 대형 TEL을 결합해 탄두 중량을 늘렸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현무-4는 높은 파괴력과 명중률을 동시에 확보했다. 음속의 수 배가 넘는 속도로 급강하하는 현무-4의 2t짜리 탄두부는 KTSSM보다 매우 높은 운동에너지를 지닌 채 지상에 빠르고 강하게 충돌한다. 북한이 지하 깊숙한 곳에 만든 벙커를 무력화할 정도의 강력한 위력이다.
◇탄두 중량 8t 전술핵무기급 현무-5도 개발 중…북 7차 핵실험하면 공개 가능성
군은 현무-4보다 위력이 강한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도 개발했다. 지난해 국군의날 기념식 영상에서 잠깐 등장했는데 이 미사일이 현무-5로 추정된다. 엔진이 화염을 뿜으며 상승하는 방식 대신 가스로 미사일을 밀어올린 뒤 일정 고도에서 점화하는 콜드런치 기술이 적용됐다.
탄두중량 8t짜리 미사일을 쏘려면 강한 추력이 필요한데, 이는 고온·고압의 화염과 가스 방출을 수반한다. 온도 및 압력이 높은 화염과 가스에 발사대가 노출되면 손상 등의 위험이 있다. 콜드런치는 이같은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군은 전술핵 미사일에 버금가는 초고위력 현무-5 미사일의 실체를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전력화가 안돼서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보다는 북한의 핵실험이나 ICBM 발사 직후 순항미사일이나 KTSSM을 공개했던 것처럼 7차 핵실험 등을 감행할 경우, 군 당국이 전격적으로 공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한 TEL 개발 경쟁 가열…북은 중국제 개조, 우리는 순수 국산 확장성 커
남북한 간 TEL 개발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북한은 ‘괴물 ICBM’ 화성-17형의 TEL을 11축 22륜으로 개발했다. 2017년 11월 발사한 화성-15형의 TEL(9축 18륜)을 압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궤도형 TEL은 모두 중(重) 궤도형 차량이다. 중량이 매우 무겁기 때문에 고출력 엔진이 필요한데, 북한은 이러한 궤도 차량용 대형 디젤엔진 기술과 제작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북한 유일의 디젤엔진 생산 공장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용천군 소재 북중기계연합기업소에서 생산하는 디젤엔진은 대형 선박용 엔진과 자동차용 디젤엔진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엔진을 가지고 수십 톤짜리 대형 궤도 차량을 굴린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북한은 궤도차량 등에 들어가는 고출력 디젤엔진과 변속기 등을 중국 등 해외에서 조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국내 미사일 TEL은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돼 대조를 보인다. 순수 국내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북한에 비해 TEL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대수를 조기에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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