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명 위해 8만통 분유 생산 멈춘다…20여년 적자에도 고집 꺾지 않는 이유
전국에 약 400명이 앓고 있는 '선천성대사이상'이란 희귀질환이 있다. 선천적으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음식은 물론 신생아의 경우 모유 수유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평생 엄격한 식이 관리를 해야 하고,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한 '특수분유'를 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동 발달 장애와 성장 장애가 생길 수 있고 뇌세포 손상에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특수분유는 개발과 생산에 큰 비용이 들지만,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하는 곳이 손에 꼽힐 정도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천성대사이상 환자를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 시간에 일반 조제분유를 생산한다면 약 4만 캔을 만들 수 있다. 1년에 2회를 진행하니 숫자상으로 8만 캔 생산 손실을 감내하는 셈이다. 일반 분유와 다른 패키지여서 포장도 별도 인원을 투입해서 진행하게 된다. 최소 3만 캔 이상 만들어야 석판 인쇄가 가능한데, 실제 생산물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포장 단계에서 일일이 라벨을 붙여야 한다.
현재 정부는 만 20세까지만 특수분유 구입 비용을 지원한다. 매일유업은 수입 제품 대비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공급 중이다. 이 때문에 선천성대사이상 환자 가족들은 20세 이후에도 지속적인 특수분유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한 캔당 5~6만원대 고가 수입분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제때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매일유업 특수분유 제품 개발자는 "영양사, 환아 부모님으로부터 '어떤 증상에는 어떤 분유가 맞는 건지', '외국에는 어떤 수입 분유가 있는지' 물어보신다"며 " "비록 소수의 아이들이지만 보다 많은 분들이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을 이해해 준다면 아이들이 집 밖에서 식사할 때 보다 건강하고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이 만든 특수분유로 아이를 키운 부모와 지인들은 회사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동생네 아이가 특수분유를 먹고 있다는 A씨는 매일유업 고객상담 게시판에 "선천성대사이상 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아들을 위해 귀사의 훌륭한 경영 마인드를 오래도록 이어가 주셨으면 한다"며 "귀사의 이런 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 가족도 이 여린 생명을 꼭 건강하게 살려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으로 키우겠다"고 적었다. 시트룰린 혈증2형을 가지고 태어난 한 남아의 아빠는 "회사로서는 손해가 크실 텐데도 아픈 아이들을 위해 특수분유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 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썼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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