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누가 살까, 650마력 괴물 전기차”…현대차 ‘아이오닉5 N’

박소현 매경닷컴 기자(mink1831@naver.com) 2023. 9. 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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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만난 현대차 ‘아이오닉5 N’ [사진제공=현대차]
BMW에 M이 있다면, 현대자동차에는 N이 있다. 현대자동차 고성능 브랜드 N이 내놓은 첫 전기차 ‘아이오닉5 N’은 합산 448kW(609마력)의 최고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괴물이다.

아이오닉5 N은 고성능 전기차의 위용을 숨긴 외형이 특징이다. 전장 4715mm, 전폭 1940mm, 전고 1585mm의 동글동글한 차체에 84.0kWh의 고출력 배터리를 탑재했다.

충남 태안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아이오닉5 N을 만나자마자 이 통통한 겉모습에 더해 실제로 무거운(2200kg) 몸집으로 드리프트를 어떻게 해낼지 의심이 갔다. 시승 현장에서 모인 기자들은 ‘어떤 수요를 파악했기에 서킷 주행을 위한 전기차를 만들자고 결정했는지’를 논하기도 했다.

충남 태안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만난 현대차 ‘아이오닉5 N’ [사진제공=박소현 기자]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차는 재밌다. 다양한 기능이 있고, 이 기능을 잘 조합하면 더욱 개인화된 장난감이 된다. 현대차는 출력과 기어비가 증가한 랙 구동형 파워 스티어링(R-MDPS)을 장착해 빠른 조향 응답성을 확보, 말 잘 듣는 괴물을 만들었다.

콘솔·PC 레이싱 게임에서나 경험했던 ‘부스트 모드’를 활성화하는 ‘N 그린 부스트(NGB)’ 버튼이 스티어링 휠에 적용됐다. NGB를 활용하면 출력 41마력이 추가돼 가속 성능이 배가된다. 정차 상태에서 최대 가속 모드로 돌입할 수 있도록 ‘N 론치 컨트롤’을 설정하고 페달로 가동하면 가상 엔진 사운드가 터지면서 ‘쏠 준비’가 됐음을 알린다. 제원상 아이오닉5 N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4초면 도달하는데 체감상 이보다 더 빨랐다.

아울러 좌우 바퀴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를 적용해 언더스티어를 억제하고 예리하게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게 했으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을 탑재해 균형 잡힌 승차감과 우수한 핸들링 성능을 구현했다.

650마력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5 N’는 서킷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사진제공=현대차]
문제는 타거나 사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 재미를 알겠느냐는 것. 현대차는 모터스포츠 참가 경험과 고성능 N 차량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을 서킷으로 불러모은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서킷·짐카나 등 다양한 주행 프로그램을 마련해 무료 투어 코스부터 이용요금 35만원의 드라이빙 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오닉5 N을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올해 4분기에는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 최대 10대의 차량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N 브랜드 특화 급속 충전소를 설치하며 아이오닉5 N 차주에게는 무료 충전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650마력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5 N’는 서킷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사진제공=현대차]
단언컨대 이 차는 서킷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N에 ‘전륜 스트럿 링’, ‘서브프레임 스테이’ 등을 적용했고 후륜 휠하우스 안쪽의 차체를 보강해 전륜에서는 선회 반응성을, 후륜에서는 버티는 힘을 강화했다. 아이오닉5 대비 비틀림 강성을 11% 증대시켰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고속 코너링 시 재미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차다.

아이오닉5 N은 ▲회생제동을 활용해 코너링에 도움을 주는 ‘N 페달’ ▲원활한 드리프트 주행을 돕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전·후륜의 구동력을 운전자가 직접 분배할 수 있는 ‘N 토크 디스트리뷰션(NTD)’ 등 다양한 특화 사양을 적용해 우수한 코너링 성능을 선사한다.

N 페달 모드는 트랙 주행 상황에서 1·2·3단계 회생제동을 활용해 날카로운 코너링에 도움을 준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후륜 구동분배비를 적절히 조절하고, 회생제동량과 모터 응답성을 높여 빠르게 감속하면서 신속한 하중 이동으로 민첩하게 코너에 진입하도록 돕는다. 주행 전 NTD로 전·후륜 구동력을 직접 배분해 오버스티어를 유도하는 것도 가능했다.

650마력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5 N’는 서킷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사진제공=현대차]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전기차 기술력은 ‘얼마나 내연기관과 비슷한 감성을 내는가’하는 부분이다. 아이오닉5 N은 내연기관 모터스포츠 차량에서 영감을 받은 가상 변속 시스템 ‘N e-시프트’와 가상 사운드 시스템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로 운전의 재미를 높였다. 가상의 엔진 RPM과 기어단이 클러스터에 표시돼 직관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특히 N e-시프트는 모터 제어를 통해 내연기관 차량의 변속 감성을 구현한다. 단수가 변경될 때 고성능 내연기관에서 느껴지는 변속 충격을 느낄 수 있는데, 1500rpm 이상에서 ‘타타타탓’ 발동하는 퓨얼컷 감성까지도 낸다. 모터스포츠 팬들을 잠재 소비자로 흡수할 자격이 충분한 전기차다.

현대차 “아이오닉5 N은 운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주행감성과 편리한 전동화 기술 갖춘 일상의 스포츠카”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N 브랜드의 슬로건은 ‘Never Just Drive’다. 단순히 운전만 하지 말고 주행하는 모든 순간 짜릿함을 즐기라는 뜻이다. 현대차도 아이오닉5 N을 출시하며 “아이오닉5 N은 운전의 재미를 선사하는 주행감성과 편리한 전동화 기술 갖춘 일상의 스포츠카”라고 소개했다.

재미는 분명하다. 국산 전기차의 기술력이 이만치 올라왔다는 점도 괄목할 만하다. 서킷 위에서 오롯이 진가를 발휘하는 이 괴물을 감히 출퇴근용으로 쓰는 게 맞나 고민해야 할 정도다.

다만 최근 친환경차 소비 트렌드는 전기차가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로 넘어가고 있고, 올해 8월 말 기준 전기 승용차 보급대수는 6만7654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전기차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이유를 ‘살 사람은 이미 샀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곧, 신규 수요를 파악하지 못하면 전기차 팔기가 요원해졌다는 해석이다.

‘아이오닉5 N’은 합산 448kW(609마력)의 최고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가 고성능 서킷 머신 ‘아이오닉5 N’을 내놓은 것은 틈새 수요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고성능 소형차 MINI가 지난해 최대 159km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한국에 내놨을 때 ‘이걸 누가 사냐’는 대다수의 반응과는 달리, 초도물량 700대가 사전계약으로 완판됐고 회사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약 200대를 부랴부랴 더 들여와야 했다.

전기차를 등·하원 또는 장보기용 세컨카나 택시로 구매하는 소비자 수요는 이미 충족됐다. 현대차는 전기차 신규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WRC 등 모터스포츠에서 축적한 기술을 전기차에 녹여냈고, 동력원이 전기인 고성능·코너링 괴물을 만들어냈다. 아이오닉5 N 판매가격은 세제 혜택 적용 후 7600만원 수준이다. 이제 시장에서 ‘누가 살까’를 검증받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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