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호 "현장에서 군림하지 않는 사람, 그림자 같은 사람 되고 싶다" [인터뷰M]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후 '천박사')에서 영력을 사냥하는 악귀 '범천'을 연기한 허준호를 만났다. 인간의 몸을 옮겨 다니며 영력을 사냥하는 악귀로 영원하고 절대적인 존재가 되기 위한 강력한 욕망에 휩싸인 인물 '범천'은 과거의 일로 인해 발이 사슬에 묶여 벗어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지만 빙의 능력과 자신을 돕는 추종자를 통해 위력이 나날이 강력해지는 인물이다.
허준호는 영화 '천박사'를 촬영한 소감으로 "사람을 얻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번 작품으로 첫 연출작을 선보이는 김성식 감독은 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팀은 베테랑이었다. 굉장히 작품을 수십 편은 한 팀 같이 멋있었다. 김 감독은 그 어떤 상황에도 안 흔들리는 내공이 있더라. 가슴 찔리는 이야기도 듣고 화가 날 만한 상황인데도 웃는 얼굴 그대로 딱 일어나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들어와서 버티더라. 한 번도 찡그리는 얼굴을 못 봤다. 너무 내공이 멋진 분이었다."라며 뚝심 있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감독이었음을 허준호는 칭찬했다.
또 "감독님과 강동원, 그리고 각 제작파트의 수뇌부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걸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다. 이들이 촬영하면서 감정을 더 넣을지, CG를 넣는 게 좋을지 장면에 대해 치열하게 싸움이 아닌 건전한 논쟁을 하는 걸 보면서 저도 현장에 대해 새롭게 배우는 게 있었다. 옛날에는 현장에 군림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사람들이 없더라."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며 "너무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뿌듯했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 섞여 같이 했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문경의 겨울은 너무 좋았다."라며 '천박사'에서 맺은 인연이 왜 소중했는지를 설명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엄청 좋았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허준호는 현장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배우들과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허준호는 "남들이 다가오기 힘든 얼굴이라고 이야기해 주더라."라고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너스레를 떨며 "악역을 연기할 때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왜 오수재인가'를 연기할 때는 일부러 작품이 끝날 때까지 남자주인공 와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를 무서워하는 게 더 연기에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는 박경혜와 인사 외에는 현장에서 밥도 같이 안 먹었다. 막 웃다가 캐릭터에 집중하는 걸 저는 잘 못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말을 줄이려고 했다."라며 캐릭터 분위기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배우들과 거리를 둔다고 했다.
웃음기 하나 없는 허준호의 캐릭터는 눈만 마주쳐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대단한 위압감을 준다. 어떻게 그렇게 연기했냐는 질문에 그는 "대본에 다 쓰여있었다."라는 모범 답을 했다. "간단하게 접근한다. '설경은 내 거야!' '강동원 죽이자!' '저 사람들 다 갈아 마셔버리자'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노력한다."라고 쉽게 이야기했지만 허준호는 대본 속의 쉼표, 말 줄임표까지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하려고 수십, 수백 번 대본을 본다고 했다. "작가가 그렇게 쓴 의미가 있을 것. 그걸 내 마음대로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해보면서 그 이유를 찾아보는 편이다. 촬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대본을 놓지 않고 현장에서도 계속 대본을 본다."며 작품마다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연기를 펼치는 비결을 밝혔다.
나이가 들면서 전과 달리 한발 뒤로 물러나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좋다는 허준호는 "나만 욕심내고 주도하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도움을 주는 여유가 나이 들며 생긴 변화다. 하나님을 만나고 나니 그런 여유도 생기더라."라며 종교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선배로 어린 배우들을 보면 저절로 긴장이 되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고. "나보다 50살이나 어린 박소이가 옆에서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데 내가 대충 연기하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옆에 있는 배우들을 보면 저절로 긴장이 되더라."라며 후배들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연기의 동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60대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액션 연기까지 소화해 내는 허준호는 "현장에서 군림하지 않는 사람. 필요한 사람, 그림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귀찮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늘 최선을 다 하는데, 그래서 꼭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며 어떤 배우로 오늘도 현장에 서고 싶은지를 이야기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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