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vs 팀 쿡, 플랫폼 패권을 둘러싼 두 빅테크 수장 사이 흐르는 긴장감

임경업 기자 2023. 9.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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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단순 스마트폰과 PC 제조사가 아니다. 전 세계 10억명에 달하는 아이폰 사용자들의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한 접속 권한을 통제하고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매출의 30% 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엑스(X, 과거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의 꿈은 단순 소셜 미디어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최대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팔을 창업했던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엑스에 금융 서비스 기능과 전자상거래 기능을 추가해 엑스를 생활을 관통하는 IT서비스로 만들고자 한다.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과 통제를 거부하는 머스크에게 애플의 존재는 장애물일 수 있다.

엑스의 최대주주이자 테슬라, 스페이스엑스의 CEO 일론 머스크.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엑스와 테슬라, 스페이스엑스의 수장 일론 머스크, 애플의 CEO(최고경영자) 팀 쿡, 미국을 대표하는 두 빅테크 거물 사이 불편한 긴장감을 분석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일론 머스크)와 세계 최고 가치 기업(애플)의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 팀 쿡 CEO는 CBS 인터뷰에서 ‘머스크와 엑스의 혐오발언조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엑스에 지속적으로 광고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받았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엑스로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발언이 급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엑스에게 아이폰 광고를 하는 애플은 핵심 광고주 중 하나로, 엑스에 광고를 하는 애플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팀 쿡 애플 CEO. /AFP연합뉴스

쿡 CEO는 “개인적으로, 트위터(엑스)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담론을 나누는 마을 광장이자 커뮤니티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물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있다”며 우회적으로 엑스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애플의 엑스 광고 논란은 머스트의 인수 직후인 작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에 “애플이 트위터에 대한 광고 대부분을 중단했다. 그들은 미국의 표현의 자유를 혐오하는가?”라며 애플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엑스의 검열 기능을 약화했고, 이로 인해 인종혐오나 극단적인 정치적 발언이 급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WSJ와 최근 출간된 월터 아이작슨의 머스크 전기에 따르면 실제 머스크는 애플과 전면전을 불사할 각오였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 통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머스크는 “애플이 아이폰에서 엑스 앱을 퇴출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멘토이자 오러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둘 사이의 휴전을 중재했다. 팀 쿡은 머스크를 애플의 본사로 초청했다. 이 방문에서 팀 쿡은 머스크를 설득해 오해를 풀었다. 쿡은 머스크에게 애플은 엑스를 퇴출할 의도가 없으며, 현재 30%에 달하는 앱 수수료를 장기적으로 낮출 계획도 있다고 설득했다. 화를 풀은 머스크는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며 애플 본사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둘의 평화는 최근 다시 깨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엑스에서 “애플이 전세계와 싸우는 것은 패배 시나리오”라고 적거나, “애플이 가져가는 앱 수수료 30%에서, 엑스 창작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알아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에도 머스크가 팀 쿡과의 만남에 불만족을 표출하는 부분이 나온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엑스를 ‘수퍼앱’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순 글쓰기 플랫폼에 그쳤던 트위터의 한계를 넘어, 금융과 커머스, 영상 콘텐츠를 포괄하는 앱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엑스가 확장을 하고, 더 많은 매출을 올릴수록 애플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애플은 특정 앱이 아이폰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져가 분석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는데, 이러한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엑스의 확장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지난 8월 “검은색 사각형은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휴대폰에 대한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애플의 앱 수수료 30%가 지나치게 많고, 이는 강제적으로 낮춰야 한다. 애플이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법”이라며 애플의 ‘앱 수수료 30% 정책’을 공개적으로 공격했다.

머스크도 장기적으로 애플과의 싸움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에게 애플과의 긴장관계에 대해 “이는 우리가 싸울 미래의 싸움이자, 적어도 내가 팀 쿡과 나눠야 할 대화”라고 말했다. WSJ는 “쿡 CEO는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포용하는 스타일이지만, 머스크는 규칙을 싫어하고 도전은 그를 상징하는 자체”라며 둘의 대조적인 성격을 분석하며, “머스크와 애플의 평화가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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