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달을 향한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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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이상 된 그림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화가, 오키프가 그린 '달을 향한 사다리'(Ladder to the Moon. 1958)다.
사다리에 비해 반달은 무척 작게 그렸다.
이런 점에서 동화 같은 한 장면을 그린 '달을 향한 사다리'는 그녀 다른 작품 분위기와 차별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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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60년 이상 된 그림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조지아 오키프(1887~1986)의 작품이라곤 추측도 못했다. 익히 아는 그녀의 작풍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화가, 오키프가 그린 '달을 향한 사다리'(Ladder to the Moon. 1958)다.
청록색 하늘을 배경으로 노랑 사다리가 날고 있다. 산과 땅은 검다. 사다리에 비해 반달은 무척 작게 그렸다.
오키프 삶은 독특했다.
그녀 남편은 미국 사진 역사에 독보적인 지위를 얻은 알프레드 스티글리츠(1864~1946)였다. 스티글리츠와의 연애와 결혼 여정은 그녀에게 영광과 함께 모욕의 시간이었다.
그와 사별 후 오키프는 뉴욕을 떠나 황량한 뉴멕시코에 정착해 40여 년을 살며, 광대한 자연을 신비롭고 상징적인 화풍으로 소화했다.
가장 큰 특징은 꽃이나 식물, 짐승의 뼈 등을 확대해서 그렸다는 점이다. 생물의 형태에 추상적 아름다움을 가미해 '추상 환상주의'로 부르기도 한다. 유럽에 영향받지 않고, 미국적 독창성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미국 모더니즘의 어머니'로도 불린다.
이런 점에서 동화 같은 한 장면을 그린 '달을 향한 사다리'는 그녀 다른 작품 분위기와 차별을 보인다.
'사다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서사는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 '야곱의 사다리'다. 야곱이 에서로부터 도망치던 중 꿈에서 보는 사다리, 천국으로 향하는 사다리다.
많은 화가가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는데, 특히 마음에 닿는 그림은 마르크 샤갈(1887~1985)이 1973년에 그린 작품이다.
어두운 밤 보름달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중 천사들이 사다리를 세우고 있다. 곧 야곱을 천국으로 인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비주의 그림을 많이 남긴 영국의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는 같은 제목으로 그렸지만, 사다리가 아닌 계단이다. (1806)
오키프가 그린 사다리도 야곱의 이야기처럼 천상으로 향하고픈 초월일까? 도덕적 고양을 이루고픈 소망일까?
그림책 삽화 같은 분위기로 볼 때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쳐가는 노년의 눈에 비친 사다리, 담벼락에 놓인 평범한 사다리를 그저 화폭에 두둥실 띄웠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메마르고 고독한 생활을 이어가던 오키프가 잠시나마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동화를 들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사다리가 '날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영어 제목처럼 목표와 지향(to)을 내포한다. 꼭 달이 아니어도 좋다. '존재의 확인'이다.
'to'는 'from'의 과정이다. from은 오키프가 살았던 사막이다. 발 디딘 땅이다. 다시 '존재의 확인'이다.
날고 싶었고, 향하고 싶었다. 사막에서 혼자 살던 고독을 이겨내고 싶었다. 그래서 이 그림은 오키프의 자화상으로 읽힌다.
뉴멕시코 사막에서 은둔에 가까운 고독을 이겨낸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경이로움을 가장 잘 깨닫게 해주는 건 바로 자연입니다"
그녀에겐 사다리도 자연의 일부였으며 또 자기 자신이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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