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은 새로움에 대한 추구…퍼포먼스 결합해 연주 시각화"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현대음악과 현대무용이 만나 독특한 무대를 꾸린다. 무용수들이 반복되는 리듬에 맞춰 탁구공을 '탕', '탕' 치기도 하고, 연주자들이 보고 있는 악보를 뺏어 들기도 한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시도를 볼 수 있는 이 공연은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TIMF앙상블과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모인 팀인 아트프로젝트보라가 협연한 '발레메카닉'이다. 다음 달 6일과 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의 기획 및 음악감독은 TIMF앙상블의 공동 디렉터인 문종인(39)과 김도윤(39)이 맡았다.
김도윤은 최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보여주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대음악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발레메카닉'은 스티브 라이히의 '댄스패턴'(2002)과 '나무조각을 위한 음악'(1973),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탱고'(1940), 테리 라일리의 '행성의 꿈 수집가의 일출'(1980), 조지 앤타일의 '발레메카닉'(1953) 등 20세기 현대음악을 들려준다.
다만 연주를 들려주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무대에는 연주자뿐 아니라 연주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무용수들과 소품이 함께 오른다. 연주는 퍼포먼스와 함께 펼쳐진다.
김도윤은 "현대음악은 클래식 음악이 가진 체계, 즉 조성을 포기하고 다른 방향을 모색한다. 새로운 것 자체에 가중치를 두고 있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나온다"며 "TIMF앙상블은 이런 새로움을 발굴하는 데 특화된 단체다. 지금 시점에서 무엇이 새로운지를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찾던 중 모티브가 된 것은 공연의 제목이자 연주곡 중 하나인 '발레메카닉'이었다. 이 곡은 1953년 조지 앤타일이 자동으로 연주되는 피아노와 다양한 기계장치를 뒤섞어 연주해 화제가 됐다.
김도윤은 "100년 전 영화를 보면 색도 없고, 자막도 없어 지루하지만, 지금은 4DX 같은 특수효과 기술이 나와 여러 방향에서 관객들에게 자극을 준다. 음악도 마찬가지"라며 "앤타일이 당시 사람이 아닌 기계가 하는 연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면, 우리는 이 곡을 지금의 시의성에 맞게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져온 개념이 춤과의 융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과 춤의 균형이 중요했다. 자칫 잘못하면 음악이 무용의 반주가 되거나, 무용이 음악을 동작적으로 묘사하게 돼 두 팀이 논의를 치열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조성을 탈피한 현대음악은 듣기에 편안하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김도윤은 "공연에서 들려주는 곡은 현대음악이지만, 듣기에 불편하지 않다. 어찌 보면 영화나 광고에서 만나봤을 법한 소리로 굉장히 익숙할 수 있다"며 "무용수들의 움직임도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다. 직관적으로 스토리를 떠올릴 수 있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적이라고 할 만큼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이유는 뭘까.
김도윤은 "이전 현대음악 공연에선 조성에서 벗어나 얼마나 하이엔드적인 음악을 들려주는지에 집중했다. 관객들에게 직관적인 공연을 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까 봐 우려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그렇게 소수만을 위한 예술을 하는 것이 현대음악 분야에 이득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예술성 높은 작품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진입장벽을 둬서는 안 된다"며 "클래식 음악 비전공자나 현대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런 게 있구나'라고 생각할 법한 폭넓은 접근성을 가진 공연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음악은 소리에 국한되지 않고, 종합적인 현대 예술로 변모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공연은 음악을 시각화해요. 이런 새로운 시도들로 영역을 확장해가는 것이 현대음악이에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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