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까지 침투하는 마약…‘마약 병사’ 역대 최대 비상
4월 연천 부대 내 병사 6명 대마초 택배 받아 나눠 피기도
송옥주 의원 “마약 엄벌하고 예방교육도 강화해야”
병영 마약사건 급증으로 국방부 장병 대상 마약 검사 확대 추진
올해 들어 8월까지 국군 장병 가운데 마약 범죄로 입건된 인원이 26명에 달해 연말이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등 마약 비청정구역인 병영의 마약범죄에 비상이 걸렸다.
마약범죄 예방을 위해 국방부는 지난 6월 검찰과 경찰·관세청·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이 함께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했지만 마약 범죄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18년부터 올 8월까지 병영 마약 사범은 118명, 증가세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육·해·공군과 해병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마약범죄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각 군 군사경찰이 입건한 마약 사범은 118명이었다.
병력 규모가 가장 큰 육군이 10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군과 해병대가 각각 6명, 공군이 5명 순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각 군을 통틀어 2018년 10명, 2019년 21명, 2020년 9명, 2021년 20명, 2022년 33명이 입건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장병 휴가와 외출이 제한되며 적발 인원이 일시적으로 급감한 것으로 해석된다.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26명이 입건됐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지난해(33명) 수치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육군 일병 휴가 나가 필로폰 투약 구속 수사
이와함께 군은 필로폰을 투약한 육군 A일병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수사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강원도 모 부대 소속인 A일병은 휴가를 나가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군에서는 지난 4월 경기도 연천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병사들이 대마초를 택배로 받아 나눠 피우다 적발되는 등 마약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육군 군사경찰은 지난달 31일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A일병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경찰은 지난 15일 A일병을 군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군에서는 지난 4월 경기도 연천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병사 6명이 대마초를 택배로 받아 나눠 피우다 적발되는 등 마약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입영 전 민간인일 때부터 마약에 노출됐던 인원이 군인 신분이 되고 나서도 마약을 지속해서 투약하는 사례가 많아 군사법당국의 고심도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영 마약 범죄 대담해져…빵에 대마 발라먹고 관물대 보관도
국방부가 지난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2018~2022년) 군대 내 마약사범 판결문 26건(불기소 및 이송됐거나 수사 중인 사건 제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군부대 내부는 마약에 오염된 비청정지역이었다. 여기에 26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2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사건의 경우 모두 징역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내려져 군 내부 마약 사건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육군 하사 A씨는 2019년 인터넷으로 대마 종자 34알을 주문해 경기도 파주의 소속 부대에서 택배로 받았다. 그는 대범하게도 부대 내 숙소에 조명기구 등을 설치해 대마를 직접 키웠다. 부대 인근 공터에서 재배하기도 했다.
직접 키운 대마는 부대에서 섭취했다. 그는 대마초와 대마 줄기를 간 후 일반 버터와 섞어 ‘대마 버터’도 만들었고, 이 마약 버터를 베이글 빵에 발라 먹었다. 대마를 담배 형태로 말아 피우기도 했다. 제1군단 보통군사법원은 2020년 2월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대마 꽃과 대마초, 대마 버터, 화분 등을 모두 몰수했다.
육군 상병 B씨는 휴가 때 구입한 필로폰을 부대에서 투약하기 위해 몰래 가져와 36일간 관물대에 보관하다 적발됐다. B씨는 입대 보름을 앞둔 2018년 7월 현금인출기에서 무통장 송금해주는 방식으로 필로폰을 샀다. 입대 후에도 휴가를 나가 4차례나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구매했다.
그는 휴가 중이던 2019년 3월 서울 서초구 한 모텔에서 일회용 주사기로 끓인 물에 희석한 필로폰을 자신의 팔에 투약했다. 남은 양의 필로폰은 부대 내에서 투약하기 위해 가방에 넣어 복귀했다. B씨는 헌병대 군사법경찰관에게 발각될 때까지 숙소 관물대에 필로폰을 보관했다. 그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대마 종자를 밀수한 뒤 부대 앞에서 넘겨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사례도 있다. 2016년부터 대마를 피우던 육군 중사 C씨는 2018년 직접 대마를 재배해 피우겠다고 마음먹은 후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마종자 10개를 주문했다. 구매 대금(엔화 5000엔)은 국제우편 봉투에 담아 네덜란드에 있는 판매책에게 보냈다.
판매책이 국제등기우편으로 보낸 대마종자는 2018년 6월 C씨가 근무하는 부대 위병소에 도착했다. 군 검찰은 물건이 전달되는 순간 C씨를 검거했다. 대마 유통 과정을 감시하고 있다가 최종 유통 단계에서 검거한 것이다. 재판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부대 내 숙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위장해 마약을 흡입하다 발각된 경우도 있었다. 육군 일병 D씨는 지난해 2월 대구 남구에 있는 주한미군 육군 기지 캠프워커 숙소에서 합성 대마를 자신의 전자담배에 넣어 흡입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방부 복무 간부 및 입영 병사 대상 마약류 검사 확대 추진
국방부가 지난 5월 ‘군 마약류 관리 개선방안’을 통해 임관 및 장기복무 지원 대상 군 간부 인원 전체를 대상으로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입영 병사에 대한 마약류 검사 확대 방안 및 복무 중인 장병에 대한 검사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병영 마약 근절을 위한 의원입법도 이 추진 중이다. 군내 마약류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군인들이 1년에 한 번 마약 검사를 받도록 하고, 마약 중독자는 부사관·장교 등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군 마약 근절 3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내용의 군 보건의료법·군 인사법·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군 보건의료법 개정안은 복무 중인 군인에 대해 마약류 투약 등 여부에 관한 검사를 연 1회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군 인사법 개정안은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를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했다. 사회복지사업법, 초·중등교육법, 의료법 등은 마약류 중독자를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거나 공공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군인에 관해서는 관련 규정이 없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의원은 “간부와 병사를 가리지 않고 군내 마약 관련 입건자가 증가했고 투약 유형도 대마, 코카인, 필로폰, GHB(물뽕), LSD(환각제)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고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집단생활하는 군의 특성상 영내 마약류 범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마약을 권유하는 행위는 더 엄정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송옥주 의원은 “엄정한 군기가 유지돼야 할 군에서 마약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며 “군내에서 마약을 사용·유통한 자를 엄벌하되, 치료와 재활을 비롯해 예방교육도 강화해 장병들의 마약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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