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미토마는 손흥민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장한서 2023. 9. 30.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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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미토마 카오루(26∙브라이턴)가 손흥민(31∙토트넘)의 비교 대상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난센스’에 가깝다. 미토마는 손흥민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들을 비교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다. 미토마는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2020년 프로 무대에 데뷔, 다음 해인 2021년 브라이턴에 입단했다. 곧바로 벨기에 리그 생질루아즈로 임대를 떠나 한 시즌 간 활약했고, 지난 2022∼2023시즌 브라이턴에서 첫 번째 시즌을 보냈다.

그의 첫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특유의 빠른 드리블 돌파로 ‘적토마’라는 별명을 얻었고, 돌풍의 팀 브라이턴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시즌 10골 7도움을 기록했다. 브라이턴도 그의 활약 속에 6위에 자리했다. 

손흥민은 미토마가 활약한 시즌에서 리그 10골을 넣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미토마와 득점수가 같음에도 불구하고 슬럼프에 빠진 것처럼 비친 이유는 그가 바로 직전 2021∼2022시즌 23골을 폭발하며 득점왕에 등극했기 때문. 그만큼 손흥민의 위상이 높아진 셈이었다.

미토마와 손흥민이 같은 리그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며 ‘한·일’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 시즌에서도 이들에 대한 비교도 이어지고 있다. 두 선수의 활약도 나쁘지 않다. 손흥민은 6경기에 나서 5골을 집어넣으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고, 미토마도 3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선수가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건 고무적인 점이다. 하지만 이 둘을 비교 선상에 두고 논쟁을 펼치기엔 재능의 차이가 애초에 크다.

미토마가 지난 시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건 25살 때의 일이다. 손흥민은 그 나이 때 이미 잉글랜드의 빅클럽인 토트넘에서 3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었고, 그 해에 리그에서 12골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 전년도에도 손흥민은 리그에서 14골 6어시스트를 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역사’를 써 내려 갔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2016시즌부터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더니 지난 시즌까지 7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기록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 시즌도 벌써 6라운드 기준 5골을 넣은 손흥민은 8시즌 연속 기록도 세울 전망이다.

만 18살에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데뷔해 레버쿠젠을 거친 손흥민의 재능은 남달랐다. 미토마가 늦은 나이에 데뷔해 2년 만에 잉글랜드 무대에 입성한 것 역시 뛰어난 재능이라고 평가 받을 만 하지만 ‘그릇’ 크기의 차이가 크다.

미토마 카오루. AP연합뉴스
손흥민은 ‘월드 클래스’이자 ‘레전드’로 불릴 만큼 EPL에서 8년 넘게 활약하며 ‘위상’을 쌓았다. 그 결과는 리그에서 ‘빅 6’로 꼽히는 토트넘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주장 완장을 찬 것이다.

그는 유럽 무대 통산 200골 달성도 단 한 골만 남겨놨다. 손흥민은 지난 24일 ‘북런던 더비’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유럽 통산 199호골을 작성했다. 독일 무대에서 49골을 넣은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는 공식전 379경기에 나서 150골을 채웠다. 손흥민은 토트넘 구단 역대 통산 득점 순위에서 해리 케인(280골), 지미 그리브스(266골), 보비 스미스(208골), 마틴 치버스(174골), 클리프 존스(159골)에 이어 6위를 달리고 있다. 

또 EPL 통산 108골로 피터 크라우치와 함께 역대 득점 순위 공동 28위에 올랐다. 한 골씩 넣을 때마다 순위가 오를 만큼 레전드들이 촘촘히 모여 있어 손흥민은 EPL 역대 득점 순위 10위권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팬들이 스포츠 스타들을 두고 비교하고 평가하는 건 하나의 재밋거리이자 문화다. 미토마와 손흥민을 비교하는 것 역시 팬들의 자유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아닌 이들을 두고 왈가왈부를 하는 건 사실상 선수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이 둘을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건 손흥민이 은퇴하고, 미토마가 유럽 무대에서 10년 가까이 활약을 쌓았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사실 그 무렵이면 이미 결론도 정해져 있을 터지만 말이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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