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中 '부표 철거' 강경 대응…"중국, 쉽게 대응 못할 것"

박재하 기자 2023. 9.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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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필리핀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이 설치한 '부표 장벽'을 직접 철거하는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했고 중국은 이에 "도발하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양국에 민감한 사안이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 호주 등 필리핀과 밀착한 주변국들의 눈치를 보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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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원에 필리핀 자신감…"계속 철거하겠다"
"미국, 호주, 일본 등 눈치에 대응하기 힘들 듯"
25일(현지시간) 필리핀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필리핀 해경은 남중국해(서필리핀)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인근에 설치된 부유 장애물 해체에 나섰다. 2023.9.2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필리핀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이 설치한 '부표 장벽'을 직접 철거하는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했고 중국은 이에 "도발하지 말라"고 말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양국에 민감한 사안이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 호주 등 필리핀과 밀착한 주변국들의 눈치를 보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강경 대응 나선 필리핀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필리핀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필리핀이 중국의 부표 장벽을 철거하면서 격화하고 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앞서 지난 25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 중국이 설치한 차단망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명령에 따라 철거했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마카티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중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 중국 해안경비대는 서필리핀해(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함정에 물대포를 발사했다. 2023.08.11/ ⓒ AFP=뉴스1 ⓒ News1 김형준 기자

필리핀은 1997년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라 스카버러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중국은 2012년부터 이곳을 점유해 필리핀 어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에 친중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권은 중국과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대화로 관계를 풀어나가려 했지만 지난해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필리핀 해안경비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도발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을 온라인에 적극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또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도 높였으며 지난 2월에는 중국 함정이 필리핀 선박에 레이저를 투사하자 마르코스 대통령이 황시롄 주필리핀 중국 대사를 직접 초치해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남중국해상에서 필리핀 해양경비대 선박 위에 펄럭이는 필리핀 국기. 2021. 4. 15. 필리핀 해양경비대 배포.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국과 밀착하며 자신감 얻은 필리핀

이처럼 필리핀이 중국에 강경하게 맞설 수 있던 데는 미국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은 지난 2월 자국 내 주요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접근·사용 권한을 미군에 허용했고, 이중 한 곳은 남중국해 최전선, 한 곳은 대만 인근이다.

또 필리핀은 미국과 대규모 합동훈련을 진행했고 올해 말 남중국해에서 6년 만에 공동 해상 순찰을 재개하기로 했다.

송중핑 전 중국 인민해방군(PLA) 교관은 NYT에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결하도록 필리핀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필리핀이 대담하게 부표 장벽을 철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남아지역 전문가인 다이판 중국 지난대 교수는 SCMP에 "필리핀의 강경한 대응은 전례 없는 일이다"며 "미국이 이를 밀어붙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에 이어 역내에서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도 필리핀과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또 이들 국가도 합동 해상 순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남중국해(서필리핀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인근에서 조업하는 필리핀 어선 옆으로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지나가고 있다. 2023.9.25. ⓒ AFP=뉴스1 ⓒ News1 김기성 기자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중국

중국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필리핀은 아시아·태평양 미국 주요 동맹국 중 대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중국이 더욱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닐라 싱크탱크 아시아태평양발전재단의 블라코 피틀로 3세 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을 염두에 두고 필리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미국과 협력하려는 의지를 꺾으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이 역내에서 광범위한 갈등에 휘말리는 것에 부담을 느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의 콜린 코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면 호주와 일본 등 동맹국이 가만히 구경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훌륭한 계획가라면 이를 고려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전직 싱가포르 외교관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중국은 국내 문제도 많이 안고 있어 굳이 미국과 대립해 문제를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고 짚었다.

한편 필리핀은 앞으로도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알베르토 카를로스 필리핀군 서부사령관은 중국이 또 다른 영유권 분쟁지인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 군도)에도 차단망을 설치할 수 있다면서도 "그들이 무엇을 설치하든 제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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