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자신의 잘못 인정할 줄 알아야 '진짜어른'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3. 9. 30.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겸손한 사람들을 좋아하며 자신이 틀렸음을 재빨리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나이가 들수록 아무나 붙잡고 묻지도 않은 조언을 하거나 꼰대질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장자로서 경험과 지혜가 많아 보여야 한다는 모종의 압박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사람들 앞에서 어른으로서의 권위를 보여야 한다며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하고 틀려도 절대 굽히거나 사과하지 않는 모습에도 일면 자신의 사회적 이미지 또는 체면을 생각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 꼰대질은 나이를 헛되게 먹은 것이 아니며 그간 많은 내공을 쌓았다는 과시와 자기 확인이 이루어지는 통로인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오만한 사람보다 겸손한 사람들을 좋아하며 특히 자신이 틀렸음을 재빨리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르시시즘이 강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모든 공을 자기에게로 돌리는 사람보다 자기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존중할 줄 알고 타인에게도 공을 돌릴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을 훨씬 더 좋아한다. 

흔히 가장 싫은 유형의 사람이 어떤 사람들인지 물어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기적이고, 겉과 속이 다르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을 꼽는다. 대화를 나눌 때에도 끝없이 자기 자랑만 앵무새처럼 떠드는 사람과의 대화는 지루하고 시간낭비처럼 느껴지는 반면 상대방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고 경청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높은 만족감을 준다.  

그래도 뭔가 지식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좋을 것 같다. 짧은 지식이 탄로나는 상황이 되면 그 나이 되도록 그런 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받을 것만 같아 식은땀이 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심리학자 알렉스 휴인(Alex Huynh) 등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지적 영역에 있어서도 자신이 항상 옳을 수는 없으며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시인할 줄 아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게 얼마나 많은지 떠벌리는 사람보다 자신은 모르는 것이 많으며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시인하는 사람을 더 인간적으로 따뜻하며 유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살면서 어떤 어른들에게 감명을 받았는지 떠올려 보면 객관적 지식을 끊임없이 열거하거나 자신의 사회적 체면, 권위를 내세우려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럼 없이 시인하고 자신보다 어린 사람으로부터도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무작정 가르치려고 들기보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배울 점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진짜 어른’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또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좋았던 시절을 돌아보며 과거를 미화하거나 아직 과거의 기준에 갇힌 채 현재를 바라보는 오류를 종종 저지르곤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과거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있듯, 과거를 살았던 사람 또한 현재를 살고 있는 보다 젊은 사람들을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경험을 통한 배움은 위아래로 높게 쌓인다기보다 옆으로 넓게 쌓이는 종류의 것이어서 아무리 오래 살았다고 해도 고만고만한 환경에서 고만고만한 경험만 하고 살았다면 얼마든지 좁은 식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일례로 나이가 꽤 있지만 부유한 사람들 틈에서만 살아서 구직난이나 생계 곤란을 겪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평생 코끼리 코만 만지고 살았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코끼리에게는 사실 다리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작은 식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코끼리의 다리와 꼬리를 만져본 사람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수 밖에 없다. 

나이를 불문하고 한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의 양은 매우 한정적이다. 나의 지식 또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통해 배우는 것만이 조금이나마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Alex C. Huynh & Rosalva A. Romero Gonzalez (2023) The fine line between intellectual humility and arrogance: Perceiving humility among the intellectually humble and narcissistic,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DOI: 10.1080/17439760.2023.223045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