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열렸던 '새만금'에 폭염·모기가 기승을 부린 이유

장효빈 기자 2023. 9.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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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지 조감도. 새만금개발청 홈페이지 제공

○ 새만금, 드넓게 펼쳐진 여긴 어디?

지난 8월 새만금 간척지에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렸습니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청소년 3만명 가량이 새만금을 찾았어요. 그런데 덥고 습하고 벌레도 많았던 잼버리, 그 이유를 땅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새만금 전경. 새만금개발청 홈페이지 제공

● 새만금 간척지, 바다였던 곳이다?

전라북도 군산시부터 부안군까지 양옆에 서해안을 끼고 길게 이어진 도로가 있습니다. 무려 33.9km나 되고 근처에는 넓은 터가 이어져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최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린 ‘새만금’ 간척지입니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의 해안 주변 바다와 갯벌을 땅으로 개발하는 사업이에요. 이렇게 개발한 땅을 ‘간척지’라고 합니다. 

간척은 주로 바다가 육지 안쪽으로 쑥 들어와 있는 ‘만’에서 진행합니다. 먼저 바닷물이 육지 쪽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물이 들어오는 입구를 바위와 돌 덩어리 등을 쌓아 만든 방조제로 막습니다. 이후 방조제 안쪽의 바닷물을 적절히 빼면서 바다를 모래로 메우는 ‘매립’을 하면 바다를 육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장일한 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바다를 매립할 만큼 많은 양의 모래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 최근에는 먼 바다 바닥에 있는 진흙을 퍼와서 매립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진흙은 물과 친한 특성이 있어 이를 매립에 활용할 경우 간척지가 수분을 많이 머금게 됩니다. 그럼 간척지에서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아 폭염이 발생할 경우 땅에 고여 있던 물이 증발하면서 뜨거운 수증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잼버리 야영장에서 늘 습기가 가득해 폭염의 피해가 커지고, 고인 물 근처로 벌레가 많이 꼬여 논란이 됐죠.

우리나라에 간척이 된 곳은 새만금 외에도 경기도의 시화호, 충청남도의 서산 등이 있어요. 대부분 수심이 얕아 매립하기 좋은 서해안에 있습니다. 

○ 새만금 간척지, 농사도 짓고 도시도 만든다

새만금 간척이 2050년에 완료되면 서울시 면적의 약 3분의 2 만큼 넓은 면적의 땅이 생깁니다. 이렇게 넓은 땅을 개발해서 어디에 쓰려는 걸까요.

지난해 국립식량과학원의 간척지농업연구팀은 새만금 간척지의 밭에서 270kg의 콩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국립식량과학원 제공

● 새만금 간척지, 도시의 무게를 이겨내려면?

새만금 간척은 쌀이나 콩과 같은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199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간척지는 면적이 넓어 농작물을 많이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이후부터는 새만금 개발에 대한 계획이 변경돼 주거, 관광, 산업 등의 용도로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우선 농업용으로 간척지를 활용하려면 지하수가 상승하는 걸 막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간척지의 지하수에는 바닷물의 염분이 남아 있어 농작물이 자라는 데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간척지는 지대가 낮기 때문에 지하수가 지면 위로 잘 올라와서 농업용 간척지는 물을 대 작물을 키우는 논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논에 물을 대면 이 물이 지하수가 지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아주거든요. 

그런데 다른 간척지와 달리 새만금의 농업용 토지는 모두 밭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국립식량과학원 간척지농업연구팀 이병규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논에서 생산하는 쌀은 부족하지 않은데, 밭에서 생산되는 콩 등의 작물 생산을 늘려야 해 간척지를 밭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배수로를 깊게 파서 지하수가 올라오는 것을 최대한 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새만금 간척지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도 설치돼 있으며, 사람들이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는 새만금의 첫 도시인 ‘스마트 수변 도시’가 2027년까지 개발될 예정입니다. 간척지에 도시를 만들려면 건물을 많이 짓게 되고 건물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만큼 간척지의 지반이 튼튼해야 합니다.

장일한 교수는 “간척지를 이루는 흙은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입자 사이의 결합력이 약해 무거운 하중을 지탱할 수 없는 만큼 시멘트, 석회 등의 물질을 더해 흙 입자 사이의 결합력을 강화하거나 흙에 있는 물을 빼내 지반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새만금 보물을 지키는 사람들

수라 갯벌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저어새들. 오동림 제공

새만금 간척지에는 아직 매립이 되지 않은 수라 갯벌이 있습니다. 수라 갯벌에 아직 저어새 등 멸종위기 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해 지난 8월 15일 이 갯벌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이 방조제 안쪽 바다의 염분을 측정하고 있다. 이다운 제공

●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 수라

“보세요, 저기가 갯벌이에요!”

시민생태조사단인 ‘수라와 갯지렁이들’의 이다운 조사단원이 새만금 방조제의 도로 아래를 가리켰습니다.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보니 물이 살짝 고여 있는 질퍽질퍽한 땅이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백로들과 황새들이 물을 마시고 있었어요. 이곳은 새만금 간척지 사이에서 아직 매립이 되지 않은 수라 갯벌입니다. 

시민생태조사단 ‘수라와 갯지렁이들’은 최근 수라 갯벌의 저서생물이 폭염과 물 부족으로 집단 폐사한 것을 발견했다. 이다운 제공

수라 갯벌은 방조제에서 물을 들이거나 내보내는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을 공급받아 유지되고 있습니다. 조개나 게처럼 물 밑바닥에 사는 저서생물은 물론, 40여 종이 넘는 멸종위기 동물들도 수라에 살고 있어요.

멸종위기 종 중 하나인 저어새는 수라 갯벌에서 매년 150마리 넘게 매년 관찰되고 있습니다. 수십 마리의 검은머리갈매기와 10만 마리에 가까운 도요새 등도 발견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삵, 너구리,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들도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수라갯벌에 두 가지 위기가 닥쳤습니다.

방조제 안쪽 물은 방조제 밖 바다와 잘 섞이지 않으면 산소가 부족해져 생물들이 살기 어려워진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은 “바닷물의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갯벌의 생물이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다에 사는 생물이 호흡을 하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방조제 안쪽에 있는 바다는 흐르지 않고 고여 있어 산소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배수갑문을 열어 방조제 밖과 안의 바닷물을 순환시킬 수 있지만, 충분한 순환이 이뤄지기 어려워요.

장일한 아주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방조제 안팎의 수위 차가 크지 않아 배수갑문을 열어도 물이 많이 이동하지 않는다”고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이를 해결하려면 바퀴 모양의 수차를 회전시켜 물이 공기와 많이 접촉할 수 있게 하거나 물 밑바닥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안이 있고, 산소량을 높이기 위해 산소를 배출하는 해조류를 활용하는 대안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수라 갯벌에 2028년까지 새만금 신공항이 건설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이 매립되어 사라지는 거죠. 권봉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는 “수라 갯벌이 사라지면 갯벌에 사는 생물이 터전을 잃어 생물 다양성이 감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갯벌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조류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수라 갯벌이 사라진다면 수질을 정화하는 능력을 잃어 새만금호의 오염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수라 갯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동필 단장은 “많은 사람들이 수라 갯벌이 처한 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9월 15일호,  [특집] 갯벌이 밭과 도시로? 새만금 간척지

[장효빈 기자 robyne9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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