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분양 쌓였는데 다시 1000가구 넘게 분양”… 위기감 감도는 강릉

채민석 기자 2023. 9.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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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이르네디오션’·'오션시티아이파크’·'견소동모아미래도’ 등 분양
7월 기준 강릉 미분양 물량 296가구… 신규공급은 1500가구 이상
“투자 수요는 있을 수 있지만, 실수요는 ‘글쎄’”
강릉시 견소동 244-2 일대에 조성 중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강릉오션시티아이파크' 부지. /채민석 기자

지난 25일 강원도 강릉시 홍제동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배차간격이 약 30분인 206번 버스를 타고 40여분을 달리자, 송정해수욕장 소나무 숲과 4차선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는 벌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릉시 견소동 244-2 일대에 794가구 규모로 조성 예정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강릉오션시티아이파크’ 부지였다.

강릉오션시티아이파크에서 출발해 도보로 서쪽 방면으로 7분가량 이동하니, 자이S&D가 시공하는 228가구 규모의 ‘강릉자이르네디오션’ 현장이 펜스에 둘러싸인 채 있었다. 남쪽으로 송정해변1단지 신도브래뉴 아파트와 송정한신휴플러스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2025년까지 555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모아건설의 ‘강릉견소동모아미래도’ 현장이 나온다.

강원도 지역에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쌓여있는 가운데, 다음달까지 강릉에서 1000가구가 넘는 규모로 분양이 진행될 예정이다. 강원도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지역인 강릉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급이 진행되면 부동산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만난 강원도 견소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강릉 지역에 악성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는데, 이 상황에서 1000가구 이상이 신규 공급되면 강릉은 ‘미분양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대부분의 단지가 분양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일부 단지는 분양을 진행하고 있지만 문의를 해오는 수요자들은 적다. 지난 주에 문의를 하러 방문하거나 전화를 한 사람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 7월 기준 강원도 전체 미분양 물량은 1938가구. 지난 2022년 7월(1239가구)과 비교해 1년 만에 56%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강릉 지역의 미분양 물량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지난해 7월 130가구에서 296가구로 127.7%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강릉의 미분양 물량은 강원도 전체 미분양 물량의 15%가량을 차지하며 도내 3위에 올라있다.

강릉시 송정동 일대에 조성 중인 자이S&D의 '강릉자이르네디오션' 부지. /채민석 기자

문제는 견소동과 송정동 일대에 걸쳐 서로 500m가량 떨어진 거리에 밀집해 있는 세 단지에서만 강원도 전체 미분양 물량의 81%, 강릉 미분양 물량의 529%에 해당하는 1577여가구가 오는 2026년까지 들어선다는 것이다.

2026년 11월에 입주 예정인 강릉자이르네디오션은 지하 2층~지상 21층 3개동 전용면적 84~134㎡ 228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현재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최저 분양가는 ‘국평’ 84D타입 기준(발코니 확장비 제외) 4억5750만원이다. 지난 2020년 사용승인을 득한 인근 단지 ‘강릉송정신원아침도시’가 지난 7월 3억9000만원대에 거래된 것을 고려했을 때 60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하 2층~ 지상 17층, 15개동 전용면적 75~142㎡ 794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강릉오션시티아이파크도 곧 분양을 시작한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해당 단지의 예상 분양가는 3.3㎡(평)당 1600만원 후반~1800만원 초반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5년 중으로 집들이를 할 강릉견소동모아미래도도 올해 10월에 분양 예정이다.

해당 지역의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단지들에 갈아타기나 투자수요가 유입될 수는 있지만,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시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강릉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나 일부 외지인들의 세컨하우스 혹은 투자 목적의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공급이 지나치게 많다”며 “대형 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라 감안은 해야 하지만, 분양가가 인근 단지에 비해 높아 실수요자들은 망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단지에서 도보로 10여분을 걸어가자 송정해변이 보일 만큼 친자연적 입지를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교통이 불편해 실수요자들이 거주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일례로 자이르네디오션 인근에 도착하는 206번 버스의 경우 하루 17회 운행하며, 오션시티아이파크 인근을 지나는 302-2번 버스는 하루 10회 운행한다. 단지와 강릉고속버스터미널도 7㎞ 이상 떨어져 있으며, 타 지역으로 가기 위한 관문인 강릉IC까지는 차량으로 20분가량 이동해야 한다.

학교와의 거리도 멀다. 자이르네디오션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인 동명초등학교까지 가기 위해서 10분 이상 걸어야 했다. 다른 단지들의 거리는 더욱 멀다. 중학교의 위치는 더욱 심각하다. 단지에서 동명중학교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도보로 40분 이상을 이동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15분가량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강원지역의 분양전망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해당 단지들이 분양 흥행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강원지역의 9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5.7로 전월(108.3)대비 22.6p 하락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분양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회복되다가 최근 한 풀 꺾인 만큼, 지방 청약시장에 쏠리던 시선도 거둬질 가능성이 높아 미분양 문제도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각종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매수심리가 회복될 수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분양가가 높아지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공급 물량에 준하는 투자수요가 유입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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