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기차 충전소, 벌써부터 노후화… 폐쇄 증가로 전기차 보급 지연
일본의 전기차 시장이 예상만큼 발전하지 못하는 사이 전기차 충전소는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결국 사용 빈도가 낮았던 전기차 충전소는 노후화됐고, 폐쇄하는 곳이 늘면서 전기차 보급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일본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가 최근 보도했다.
일본 전역에선 일본 경제산업부가 운영했던 1000억엔(약 9010억6000만원) 상당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2014년과 2015년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 붐이 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명이 다해 폐쇄되는 충전기가 늘기 시작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내 공공 전기차 충전소는 8월 말 기준, 표준 충전소가 약 2만2500곳, 고속 충전소는 9700곳이 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가 폐쇄되거나 정지되기 시작한 건수는 2020년경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1~8월에 폐쇄된 충전소는 총 2702곳으로 2022년 전체(1098곳)보다 2.5배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기 수명은 보통 8~10년이라 더 오래 사용하면 오작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반영된 결과다.
일본 지도회사 젠린에 따르면 2020년 들어 전기차 충전소는 예년보다 감소하기 시작했다. 일본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새로 생기는 충전소 숫자가 폐쇄하는 충전소 숫자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 팔리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 인구 1만 명당 충전기 수는 2.3개에 불과하다. 중국의 인구 1만 명당 충전기 수가 2022년 8.1개에서 올해 12.5개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데 전기차 보급률이 워낙 낮다 보니 충전시설 공급은 오히려 과잉 양상이 빚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충전 서비스 사업자는 운전자가 지불하는 수수료와 전기가격의 차액으로 이익을 얻는다. 충전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토시의 한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는 2014년 자신의 휴대전화 매장에 설치했던 전기차 고속충전기 5대 운영을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해당 전기차 충전기는 하루에 최대 1번, 한 달에 10회 미만으로 사용되는 수준이라 이윤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해당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는 “사회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며 “충전소를 계속 운영할 메리트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전기차 충전기를 교체하려면 수백만 엔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외에도 유지 관리 및 검사 비용으로 연간 40만엔(약 360만원)이 들어간다.
일본 충전기 출력이 약한 것도 약점이다. 일본 고속충전기의 약 60%가 50kW 미만의 출력을 갖고 있는 데 비해 더 빠른 충전이 가능한 250~350kW 충전기는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기다 일본의 대부분 충전기는 포트가 1개뿐이라 고속도로 등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는 운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미쓰비시연구소의 아라키 아키고 연구원은 “인프라 개발과 전기차 보급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다른 나라들은 세금 감면, 전기 자동차 등록비 인하 등을 통해 전기차 이용자 혜택을 늘려 충전기 활용률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8월 경제부는 2030년까지 충전 포트 수를 30만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멀티포트에 대한 보조금도 늘릴 예정이다. 충전기와 충전기의 출력 용량을 높이는 것도 목표다.
닛케이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홍보를 시작하면서 노후화된 충전 인프라가 주요 병목 현상이 될 수 있어 공공과 민간 부문의 공동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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