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희망고문…새만금 '어디로'

강인 2023. 9. 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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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계획 변경으로 36년 동안 부지 마련도 못한 새만금
2050년 사업 종료 목표했지만, 정부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 예고
내년 새만금 SOC 예산안 6626억원에서 1479억원으로 77.6% 삭감
"차라리 새만금 없었으면 전북 발전 속도 빨랐을 것"이라는 자조 나와
새만금 개발 계획도. 새만금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새만금 개발 사업이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36년 동안 더디게 진행된 사업이 다시 기본계획 변경이라는 변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변경이라고 설명하지만 오랫동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모습을 지켜본 전북도민들 심기는 불편하다.

30년 넘게 계획만 변경

29일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변화된 새만금 개발 여건을 반영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2025년까지 새만금 기본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낙후된 지역에 사는 전북도민들은 수십조원을 들여 국책사업으로 진행하는 새만금 개발이 완성되면 동북아 경제 중심으로 비상할 것을 믿으며 30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

새만금 개발 사업은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 공약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정치적으로 열세지역인 전북에 선물을 줘야 했고, 낙후가 극심한 전북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었다. 당시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됐으면 2004년 모든 사업이 마무리됐어야 한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새만금 개발을 공약하고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본계획이 변경되며 36년 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기본계획대로면 2050년 새만금 개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2일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이차전지 투자협약을 격려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하지만 현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을 결정했고, 계획 재수립에만 2년이 소요돼 2025년이 돼야 변경된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후보 시절 전북을 여러 차례 찾아 "임기 내 새만금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계획 재수립에만 2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

새만금 분위기 좋았는데

현 정부 들어 새만금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개발 속도를 보였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는 최근 1년여 동안 이차전지 기업 투자가 잇따르며 6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추가 투자도 이어져 9조원에 달하는 기업 투자가 기대되는 상태다.

지난 7월에는 새만금이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돼 이차전지 산업 거점 도약을 눈앞에 뒀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정부가 첨단 기술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를 전략기술로 정하고 특화단지를 지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예상 누적매출액 54조원, 생산유발 효과 65조2000억원, 고용 창출 효과 20만1000명이 기대되는 등 장밋빛 미래가 예상됐다.

전북도는 이차전지 기업 유치 효과로 전국 대비 전북 GRDP 비중이 2021년 2.7%에서 2028년 3.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산 76.6% 삭감, 잼버리 파행 보복 평가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새만금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을 6626억원에서 1479억원으로 77.6% 삭감했다.

새만금국제공항(580억원→66억원)과 고속도로(1191억원→334억원), 신항만(1677억원→438억원) 등이 정부부처 단계 예산에서 크게 삭감됐다.

이미 진행 중인 SOC 사업은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지만 내년 예산이 대폭 깎일 상황에 새만금이 제대로 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에서는 지난 8월 1일~12일 치러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을 겪으며 부지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일부 여권 정치인들의 지적이 나오면서 개발 사업까지 타격을 입을 거라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8월5일 전북 부안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전경. 강인 기자

노골적인 정부 예산 삭감에 일각에서는 잼버리 파행 책임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지역에 대한 보복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지부진한 새만금 사업을 두고 지역정가에서는 "차라리 새만금 사업이 없었으면 전북이 다른 사업을 찾아 발전이 빨랐을 거다"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오는 지경이다.

이 같은 우려에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새만금을 글로벌 기술 패권전쟁의 전초기지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이라며 "구상을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 현재 기본계획을 손보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취지에서 새만금 SOC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병행해 그 결과를 기본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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