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 심했던 '40억 사이드암'…왜 그토록 부진했나? "욕심을 너무 많이 냈어요"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욕심을 너무 많이 냈어요"
롯데 자이언츠 한현희는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13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88구,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 시즌 6승째를 손에 넣었다.
롯데는 '안경에이스' 박세웅과 나균안까지 토종 '원·투 펀치'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큰 '구멍'이 생겼다. 애초에 5선발이 없는 상황에서 시즌을 치러왔던 터라 찰리 반즈-애런 윌커슨을 제외하면 선발로 내세울 수 있는 자원이 마땅치 않았다. 이런 와중에 와일드카드 티켓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가 주춤하면서, 롯데 입장에서는 간격을 좁히고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이종운 감독 대행은 지난 28일 한화-삼성 라이온즈로 이어지는 홈 6연전, 중위권 팀들과 간격을 좁히기 위해 '총력전'을 예고했고, 대체 선발 자원으로 한현희를 비롯해 심재민, 정성종, 이인복을 투입할 뜻을 밝혔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현희가 기회를 받았다. 이종운 대행은 한현희가 부진할 경우 불펜을 총 투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도 내심 5이닝 투구를 기대했는데, 그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한현희는 1회 선두타자 최인호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한현희를 좌익수 뜬공, 채은성을 삼진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으나, 도루를 허용하면서 2사 2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후속타자 닉 윌리엄스에게 좌익수 방면에 뜬공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좌익수 전준우가 윌리엄스의 타구를 잡았다가 놓치게 됐고, 이때 2루 주자 최인호가 홈을 밟으면서 선취점을 내준 채 경기를 시작했다.
1회 실점을 했지만, 2회부터 투구 내용은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현희는 2회 박상언, 3회 최인호, 4회 오선진에게 각각 한 개씩의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단 한 명의 주자도 2루 베이스를 밟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5회 이도윤-최인호-문현빈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처음 삼자범퇴로 묶어냈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한화의 중심 타선을 봉쇄하면서 6이닝 1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이날 롯데 타선은 한현희가 1회 선취점을 내준 뒤 1회말 3점을 뽑아내며 초반부터 주도권을 손에 쥐었고, 6~7회 각각 2점, 9회 2점을 보태면서 9-1로 승리하며 3연승을 달렸다. 한현희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는 지난 5월 30일 이후 122일, 사직에서의 선발승은 4월 13일 사직 LG 트윈스전 이후 169일, 선발승은 5월 18일 대전 한화전 이후 134일 만이었다.
시즌 막판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올라 선발승을 따낸 소감은 어떨까. 한현희는 "기분이 좋다"며 "요즘 공도 좋고, 제구가 잘 돼서 다행이었다. 오늘 수비와 공격에서 형들, 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힘이 났다. 동료들 덕분에 정말 힘이 많이 났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한현희는 올 시즌에 앞서 롯데와 3+1년 총액 40억원의 계약을 맺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커리어 내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남겨왔던 만큼 롯데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후 한현희의 모습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한현희는 4월 평균자책점 7.17로 부진한 뒤 5월 2승 2패 평균자책점 1.64로 부활하는 듯했으나, 6월부터 다시 바닥을 찍으면서 선발진에서 이탈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했지만, 불펜으로도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제 몫을 해줄 것이라 믿었지만, 오히려 선발로 경기에 나설 때보다 불펜에서의 불안감이 더 큰 모습을 보여왔다. 그동안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현희는 "내가 욕심을 너무 많이 냈고, 부담감도 있었다. 또한 팀에 적응해야 되는 시간도 필요했다. 이런 것들이 겹치다 보니 안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한현희는 "FA로 온 선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잘하고, 팀에 필요한 선수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이게 모두 욕심이었다. 편안하게 내 모습대로 던졌다면 더 좋았을 텐데 욕심을 부리다 보니 공이 빠지고, 그러다가 볼넷이 나오고 안 좋은 결과들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적 후 사직에서 거둔 두 번째 선발 승리. 하지만 한현희는 이날 승리가 사직에서의 첫 선발승라고 착각할 정도로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는 "오늘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동료들이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감동을 받았고, 더 힘을 내서 정확히 던졌다. 형, 동생들도 웃으면서 반겨줘서 고맙다"고 강조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는 없기에 한현희는 이제 앞만 보고 달려갈 생각이다. 그는 "마음고생도 심했는데, 부모님과 장모님, 와이프가 힘을 많이 줬다. 이제는 적응도 끝났고,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욕심은 부리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경기를 선발로 던질지 중간으로 던질지 모르겠지만, 나가는 경기마다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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