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 모양 손가락 욕 만들어…예수 향해 뻗은 이유가 있다? [사색(史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9. 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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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41] 타임머신을 탄 당신. 떨어져 보니 중세 유럽의 한 가운데입니다. 당신의 세련된 옷차림과 최신 유행의 머리 모양을 보고 여러 사람이 조롱하고 있었지요. 짓궂은 아이들은 돌멩이를 던지면서 깔깔깔 웃습니다.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순 없지만, 명백한 조롱이 느껴집니다. 집단 괴롭힘이 시작되면서, 당신의 분노도 한계에 달합니다. 가장 깐죽대는 한 녀석의 면전에 가운뎃손가락을 폈습니다. “엿이나 처먹어.”

마티아스 그뤼네 발트 15세기 그림 ‘그리스도를 조롱함’.
하지만 상대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싱글벙글 웃으면서 조롱을 이어갔지요. 가운뎃손가락은 중세 유럽에서 욕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보디랭귀지는 만국 공용어로 통한다지만 시대별로 그 모습은 조금 달랐습니다. 손가락 욕의 변천사를 사색합니다. 한가위를 맞아 가족 간 욕짓거리를 하지 않길 바라는 일종의 ‘액땜’ 콘텐츠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도 화나면 가운뎃손가락 폈다
가운뎃손가락이 욕으로 통한 건 꽤 유구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로부터 이 손가락 모양이 남성의 성기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소변을 보는 기관인 남자의 성기는 상대방을 욕보이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고대 그리스 희곡 ‘구름’에도 가운뎃손가락 욕설에 대한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희극의 아버지’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작품이지요. 그는 당대의 모든 영웅과 유명인을 조롱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영웅 헤라클레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역시 그의 먹잇감이었지요.

고대 그리스 희곡 ‘구름’은 소크라테스를 조롱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바구니 속에 사나이가 소크라테스. 16세기 삽화다.
그는 여기서 사기꾼이자, 도둑이며, 궤변가로 등장합니다. 제자들에게도 막말을 퍼붓는 인물이었지요. 그의 막말에 참지 못한 제자 스크랩시아드가 결국 그에게 가운뎃손가락을 펼쳤습니다. 오늘날 손가락 욕의 기원이 2600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플라톤은 ‘구름’의 인기로 소크라테스가 민심을 잃어 재판장에 끌려갔다고 분석하기도 했었지요.)

가운뎃손가락 욕이 문서로 다시 기록된 건 100년 후였습니다. 기원전 313년 전 쓰인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이라는 책에서였습니다. 개처럼 본성 그대로 살자는 ‘견유학파’의 거두 디오게네스의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 디오게네스는 그리스의 정치가 데모스테네스를 가운데 손가락으로 지칭했지요. “저 선동적인 정치인”이라고 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고대 그리스 디오게네스는 가운데 손가락으로 상대를 조롱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장 레옹 제롬이 묘사한 작품.
조롱이자 악귀 쫓는 凸
고대 로마에서는 가운뎃손가락을 디기투스 임푸티쿠스(digitus impudicus)라고 불렀습니다. 음란하고 공격적인 손가락이라는 뜻이었지요. 고대 로마 흉상에는 가운뎃손가락 욕을 하는 남자가 묘사된 경우가 있습니다.

음란한 손가락을 묘사함으로써, 악한 기운을 내쫓고자 하는 것이었지요. 고대 로마 곳곳에 성기 동상이 세워진 이유와 같습니다. 이를 로마인들은 ‘파시눔’이라고 했었지요. 캔자스 대학교 고전학 교수인 앤서니 코베일은 이야기합니다.

“발기한 남근을 나타내는 이 제스처는 대상자에게 성적 위협을 전달하는 동시에 원치 않는 요소를 무력화하는 수단이다.”

고대 로마 석상. 가운데 손가락을 편 남성을 묘사했다. 악을 쫓기위한 일종의 주문이다.
고대 로마에서 가장 포악한 군주로 통하는 이는 카라칼라였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손에 입을 맞추려 하면, 그는 가운뎃손가락만 남기고 모두 오므리곤 했습니다. 자신의 성기에 키스를 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킥킥대곤 했었지요.
“내 거기, 아니 손가락에 입을 맞추게.” 카라칼라 두상.
명군은 달랐습니다. 줄리어스 시저는 손가락 욕을 퍽 싫어했습니다. 극장에서 야유하는 관객에게 중지를 치켜 든 배우가 있었습니다. 시저는 그를 로마에서 추방할 것을 명했지요. 지나치게 상스러운 행위를 무대에서 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성교 모양의 손가락이 새로운 대세
고대 로마가 무너지면서 가운뎃손가락 욕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스처가 바뀌었을 뿐 욕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 ‘피그 사인’(Fig sign·무화과 신호)으로 상대방을 모욕하곤 했었지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욕입니다. 엄지손가락을 둘째와 셋째 사이에 넣는 손가락 모양은 우리 문화에서도 왕왕 사용하기 때문이었지요. 여성의 성기에 남성의 성기를 넣는 모양을 상징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성적인 것은 모욕의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지요.

프란시스코 고야 1797년 마녀의 비행. 아래 남성이 ‘피그 사인’을 보내고 있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이 손짓을 ‘마누스 옵세나’(manus obscen)로 칭했습니다. 피그사인의 기원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12세기 바르바로사(붉은수염) 황제 프리드리히 1세로부터 시작됐다는 설입니다.

신성로마 황제였던 그는 밀라노에서 적에게 패했습니다. 도시를 점령한 반란군은 베아트리체 황후를 노새에 거꾸로 태웠습니다. 노새의 엉덩이를 보게 하는 자세로 도시를 지나가도록 함으로써 치욕을 주기 위한 것이었지요.

붉은 수염 황제 프리드리히 1세와 그의 두 아들을 묘사한 그림.
황제는 분노합니다. 밀라노를 되찾은 뒤에는 복수의 시간이 찾아오지요. 노새의 항문에 무화과를 넣은 뒤 반란군이 입으로 무화과를 꺼내게 합니다. 피그 사인에서 튀어나온 엄지는 노새의 엉덩이에서 튀어나온 무화과였다는 해석입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이 손 모양을 Fica in mano (무화과 손), Far le fiche (무화과를 만들다)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16세기 유럽 회화에는 이 손짓이 담긴 그럼이 여러 남아있습니다. 예수를 조롱하는 그림이 대표적입니다. 짓궂은 표정의 대중이 예수에게 손가락 욕을 날리는 모습이지요.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조롱과 멸시를 당했는지를 묘사합니다. 그만큼 이 손가락 욕이 가진 부정적 에너지도 크다는 의미이지요.

후세페 데 리베라의 그리스도를 조롱함 1620년.
전복의 상징으로서 凸
가운뎃손가락 욕이 현대사회에서 다시 포착된 건 1886년이었습니다. 미국 야구 팀이 기념 촬영을 하는 와중에 한 선수가 중지를 떡하니 내밀었던 것이었지요. 그 당시에도 이처럼 가운뎃손가락을 욕설 혹은 짓궂은 장난으로 활용했다는 증거입니다.
1886년 미국 야구팀 보스턴 브레이브스의 투수 찰스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중지는 여전히 분노의 표시기도 합니다. 개인 간에도 그렇지만 사회를 향한 전복적인 메시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체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가운뎃손가락이 그래피티에서 많이 사용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2013년 체코 프라하에서 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뜻을 전한 조각가 다비드 체르니.
즐거운 추석입니다. 올 한해도 웃고, 울고, 화내고, 싸우고 다사다난했지요. 힘든 하루에도 우리 옆에는 늘 가족이 있어서 그래도 행복했음을 자부합니다. 사회를 향해 펼쳤던 가운뎃손가락을 접고, 집 안에 들어서서 손가락 하트를 날리시기를. 풍족한 한가위를 더 없이 행복하게 만드는 작지만 확실한 방법입니다.
폴리머스에서 첫 추수감사절. 1914년 제니 A. 브라운스콤 작품.
<네줄요약>

ㅇ중지를 치켜드는 욕은 고대 그리스부터 있었다.

ㅇ남성의 성기로 조롱하자는 의미였다.

ㅇ중세에서는 성교하는 모양의 손가락으로 욕을 했다.

ㅇ한가위에는 손가락 하트로 사랑을 나누시기를.

<참고 문헌>

ㅇ데즈먼드 모리스, 포즈의 예술사, 을유문화사,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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