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尹대통령에 민생 영수회담 제안
위기 벗어나 국면전환 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수용 가능성은 낮지만 정부여당에 역공을 시도하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12월 정기국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경제)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생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들께서는 누가 더 잘하냐는 선의의 경쟁보다, 민생을 외면한 채 상대를 부정하는 전쟁같은 정치가 불안하고 불편하다"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 당시와 올해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거듭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수회담을 다시 제안한 배경에는 구속영장 기각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이 대표가 정부 여당으로부터 민생 문제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한 외국 교수가 0.78명에 불과한 합계출산율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고 말한 영상을 시작으로 기업부채, 가계부채, 무역적자 등 경제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대표회담에 먼저 답하라"며 즉각 반발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장관 탄핵, 총리 해임은 물론 정쟁으로 국회를 멈춰 세운 채 산적한 민생법안을 묶어 놓았다"며 "뜬금없는 떼쓰기식 영수회담 제안은 앞뒤도 맞지 않을뿐더러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지금까지 여러 차례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며 "국민의힘의 제안에 먼저 답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영수 회담은 대통령이 여당 총재이던 시절에나 어울리던 말로, 그렇기에 문재인 정권 시절 한 번도 제1야당 대표와 회동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힘 "여야 대표회담부터"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새 원내대표단을 발표했다. 홍 원내대표는 "'실력 원내대표단'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분명한 성과를 내고 국민에게 평가를 받겠다"며 "철저히 실력과 추진력에 초점을 뒀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원내 정책수석으로는 재선의 유동수(인천 계양갑) 의원이 선임됐다. 기획재정위원회의 야당 간사를 맡아왔던 유동수 의원은 당내 정책통으로 합리적이며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내대변인으로는 초선의 윤영덕(광주 동구남구갑) 의원과 최혜영(비례대표) 의원이 선임됐다. 윤영덕 의원은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의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최혜영 의원은 장애운동가 출신으로 당내에서 여성, 청년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책활동을 펼쳐왔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과 새 원내대표단 인선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을 망설임없이 처리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이 방탄에서도 벗어나고 사법리스크에서도 벗어났다"면서 "주화입마에 빠졌다가 금강불괴가 된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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