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오염" vs "문제 없어"… 불소 논란으로 번진 소각장 갈등

구윤모 2023. 9. 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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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설치를 놓고 서울시와 마포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입지 선정 논란에 이어 최근 설치가 예정된 상암동 주변 지역 토양오염 문제가 불거져 마포구와 주민들의 반발에 불이 지펴졌다. 마포구는 토양 정화를 우선 촉구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평행선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 신규 폐기물 소각장 입지 일대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29일 서울시와 마포구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31일 ‘제19차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옆 상암동 481-6 등 2개 필지를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로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면적은 2만1000㎡ 규모이며, 2026년 12월31일까지 완공이 목표다. 현 마포자원회수시설은 2035년까지 폐쇄한다.

시는 이 일대에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신설하더라도 주변 환경영향은 경미하다고 발표했다. 입지 후보지 선정 후 인근 5㎞ 내 기상, 대기질, 위생·공중보건, 악취에 대한 현장조사 및 칼퍼프모델링(오염물질이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모델)을 이용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했고, 환경부와도 협의가 완료됐다고 시는 부연했다. 시는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지하에 건립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오염방지설비와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해 엄격한 환경관리를 약속했다. 지상부엔 문화시설과 전망대·놀이기구·스카이워크 등 주민 편의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입지 선정 결과 발표 이후 마포구와 주민 등으로 구성된 마포소각장 백지화 투쟁본부(백투본)는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마포구가 최근 소각장 부지 토양오염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논란이 커졌다.

마포구는 지난달 28일 토양오염 조사전문 지정기관인 재단법인 한국환경수도연구원에 의뢰해 흙을 채취해 조사한 결과 입지 예정지 인근 300m 이내의 8개 지점 중 한 곳을 제외한 7개 지점에서 많게는 약 95%를 초과하는 불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토양환경보전법상 사람의 건강·재산이나 동물·식물의 생육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준을 뜻하는 ‘우려 기준’을 보면 불소는 1지역(주거·학교·공원·어린이 놀이시설 등)과 2지역(임야·창고·체육시설·종교시설)에서 토양 ㎏당 400㎎ 이상이다. 3지역(공장·주차장·도로·철도)에서는 800㎎ 이상이다. 3지역으로 봤던 상암수소충전소를 제외하고는 전 지역에서 불소가 기준치를 넘었다는 게 마포구의 설명이다. 마포구는 1지역으로 분류한 신규 소각장 입지 예정지의 녹지 2곳(424㎎/㎏, 476㎎/㎏)도 기준을 넘은 것으로 봤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추가 소각장 건립에 매몰되기보다는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고 주민들의 고통을 위로할 수 있는 정책을 즉시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7일 서울시청 인근 도로에서 주민들이 마포구 상암동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결정·고시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는 논란 차단에 나섰다. 마포구 발표 이후 해명자료를 내고 “불소는 계절, 날씨 및 전처리 과정에서 측정 결과에 따라 변동이 심한 항목으로, 그동안 불소 논란이 있어 여러 차례에 걸쳐 합동으로 측정했다”며 마포구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단, 마포구가 공동으로 참여해 자원회수시설 인근 3개 지점에 대한 토양환경오염조사를 한 결과 모두 기준 이내로 조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는 특히 마포구의 지역 분류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마포구는 측정지점이 어떤 지역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7월13일 환경부에 질의했으며, 자치구에서 판단할 사항이라는 답변을 받아 임의로 지역 기준을 적용해 자체 조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시는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의 지목은 주로 ‘잡종지’ 중 쓰레기처리장”이라며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3지역을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시 주장대로 3지역 기준을 적용하면 모든 지역이 전부 기준에 부합한다. 최근 현행 토양 내 불소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정부에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시의 반박에 힘을 싣는다. 

시는 이번 불소 논란이 광역자원회수시설 설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국무조정실에서 선진국보다 엄격한 토양 내 불소 정화 규제를 개선하라고 환경부에 권고했다”며 “마포구와는 실무 차원에서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과도 지속해서 소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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