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용 가치’ 찾는 인류…한국 최초의 달 착륙선은 어디로? [이슈+]

김희원 입력 2023. 9.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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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필요한 희토류·에너지자원 등 다량 확인
달에 물 있으면 인간 거주, 다양한 우주사업 가능
‘물 흔적’ 발견…햇빛 없는 극지방 얼음 매장 추정
인도 탐사선, 남극 착륙 성공했으나 2주 만에 정지
‘열일’ 다누리…달 착륙 후보지 탐색 후 12월 공개

이번 한가위 최대 이벤트는 뭐니 뭐니 해도 슈퍼문을 보며 소원 비는 것 아닐까. 예로부터 달은 소원도 들어줄 수 있는 신비한 대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달은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개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인류의 달 탐사는 1960~197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전쟁에서 시작됐다. 러시아가 포문을 열었고 미국이 추월했다. 그 시절 달 탐사는 경쟁을 위한 경쟁의 성격이 컸다. ‘달에 갔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달 탐사 열기는 시들해졌다.

21세기 세계는 다시 문(moon)을 두드리고 있다. 이전과 달리 목표가 분명하다. 달을 이용하는 것이다. 달은 친환경 에너지 자원을 캐는 광산이 될 수도, 지구인의 거주지가 될 수도, 우주 개발 확장을 위한 중간기지가 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은 달의 ‘이용 가치’를 찾기 위해 앞다퉈 달 탐사에 나서고 있다.
달 표면 뒤에 떠오른 지구. 지난해 12월 24일 다누리 찍은 사진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희토류와 에너지의 보고(寶庫)

정보기술(IT) 시대의 핵심은 반도체다. 반도체 제조에는 일부 국가에만 존재하는 희토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세계 각국은 희토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달에는 반도체 필수 재료인 희토류를 포함해 티타늄, 우라늄 등 경제적 가치가 높은 광물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구에는 토양 깊숙이 존재해 채굴이 까다롭고 생산 효율이 낮은 일부 자원들이 달에는 쉽게 채굴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달에는 에너지자원으로 각광받는 헬륨3도 있다. 헬륨3는 태양풍에서 오는데, 대기에 둘러싸인 지구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지구에서는 헬륨3를 원자력 발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헬륨3는 약 1g으로 석탄 약 40t과 동일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고, 탄소 배출이나 방사능 오염 등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환경 고효율 에너지자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달 표면에 약 100~200만t의 헬륨3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인류가 약 1만년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달 자원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가’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차치하고 자원으로의 가치만 따지면 이만한 ‘노다지’가 없는 것이다.

달의 광물 자원을 채굴해 지구로 가져오거나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희토류와 에너지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달은 매력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큰 달 탐사에 세계 여러나라가 줄줄이 뛰어드는 이유는 이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흔적은 있으나 존재는 확인되지 않은 ‘물’

과학자들은 달에 물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지구와 달이 탄생한 약 46억년 전엔 달에도 물이 있었는데, 대기의 보호로 물이 유지되는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는 달은 지표면 온도가 100도를 넘어가 물이 증발해버렸고, 해가 전혀 들지 않는 달의 극지방 ‘영구음영지역’(콜드 트랩)에만 물이 얼음 형태로 남아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가설이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달을 관찰해온 망원경, 탐사선들은 ‘물의 흔적’을 줄줄이 찾아냈다.

가장 먼저 물 존재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2008년 발사된 인도의 달 탐사위성 찬드라얀 1호였다. 하지만 찬드라얀 1호가 발견한 것은 알갱이 형태로 물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곧이어 물의 흔적을 찾은 것은 미국이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2009년 달 남극에 로켓을 충돌시켜 튀어 나온 파편을 관찰해 물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물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2013년에는 1971년 아폴로 15호 우주인들이 달에서 가져온 암석 표본에서 물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액체상태의 물은 아니고 수소 원자 1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뤄진 수산기(HO) 형태였다. 

NASA는 2018, 2020년에도 달에서 물 분자를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세계 세 번째로 달 시료를 채취한 중국도 물의 존재를 증명할 수산기를 확인했다고 2020년 밝혔다. 중국은 나아가 태양풍에서 기원한 것이 아닌 달에서 기원한 ‘토종 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한 것은 수소, 수산기 등 물 존재의 힌트들 뿐이다. 수소원자 2개와 산소원자 1개로 이뤄진 물이나 얼음을 직접적으로 확인한 적은 없다. 달의 극지방에 막대한 양의 얼음이 같혀 있을 것이란 것도 아직은 추측에 불과하다.

◆달의 물 존재 여부, 왜 중요한가?

달 탐사국들이 하나같이 물의 존재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에서 물만 공급되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무궁무진해지기 때문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있으면 생명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달에 물이 있으면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거대한 얼음의 형태로 존재하거나, 분자 상태로 있더라도 어떠한 기술을 통해 액체상태의 물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달에서 물을 사용할 수 있다.

물에서 수소를 분리해 에너지로 쓸 수도 있다. 물로 식량도 재배할 수 있다. 지구에서 물, 식량, 에너지를 싸들고 가지 않아도 사람이 달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것이다.

생존이 가능해지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예컨대 달에서 대규모로 희토류나 헬륨3 채굴 등을 수행할 수 있고, 우주선 발사기지를 건설해 화성으로 가는 중간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달에 물이 있으면 지구인의 우주활동 범위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많은 투자와 기술,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얘기다.

미래에 올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우주강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2025년까지 달에 유인 착륙선을 보내고 2028년 달 기지를 건설한다는 달 개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러시아는 반세기 만에 다시 달 탐사에 나섰다. 중국의 ‘창어4호’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고, 인도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탐사선 ‘찬드라얀3호’를 착륙시켰다. 일본과 이스라엘도 달 착륙에 도전장을 냈다.

한국도 지난해 8월 달에 궤도선 ‘다누리’를 보내 세계 일곱 번째로 달 탐사국에 합류했다.

다누리는 현재 달 100km 상공에서 북극-남극궤도를 돌며 달 착륙후보지 탐색, 달 과학연구, 우주인터넷기술 검증 등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 중이다.

◆한국의 달 착륙, 언제 어디로?

한국은 빠르면 오는 2031년 달 착륙을 시도한다. 궤도선 다누리는 미국에서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보냈으나, 달 착륙선은 한국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로 쏘아올린다는 계획이다. 발사선은 약 6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총 1.8t의 무게로 제작되며, 탐사 로버와 추출기 등 과학장비들이 탑재될 전망이다.

최근 달 탐사 트렌드는 새로운 달 자원을 확인할 수 있는 달 뒷면이나 남극으로 착륙하는 것이다. 2025년 발사가 목표인 미국 유인 탐사선 아르테미스3호도 남극 스베드럽 분화구, 아문센 분화구 등 근처를 착륙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다누리가 찍은 달 남극 인근 아문센분화구. 미국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3호의 착륙 후보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의 착륙선은 어디로 가게 될까.

물을 찾을 목적이라면 극지방으로 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물의 흔적이 가장 많이 발견됐고, 거대한 얼음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과학적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극지방에 착륙선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달 착륙은 매우 어렵고 정교한 기술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뿐이다. 이중 러시아는 지난 8월 47년 만에 달 착륙에 다시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2019년 이스라엘의 민간기업 스페이스IL이, 지난 4월에는 일본의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달에 착륙선을 보냈으나 둘 다 추락했다.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의 찬드라얀3호도 임무 시작 2주 만에 추위 탓에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변수가 많은 곳에 착륙하는 것은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기후나 지형이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성공경험을 쌓은 뒤 극지방 착륙에 도전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 궤도선인 ‘다누리’에 실린 탑재체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 최초의 달 착륙선 착륙 후보지는 다누리가 보내오는 사진과 정보 등 분석을 거쳐 공개될 전망이다.

다누리는 그야말로 ‘열일’(열심히 일하다)하며 한국 우주 탐사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해 지구에서 관측하기 쉽지 않은 남극 지역 대형 분화구 드라이갈스키,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의 유인선 착륙 후보지 중 하나인 아문센 분화구 영역, 북극 에르미트-A 분화구 등을 촬영해 공개했다.

지난 3월엔 국내 최초로 달 뒷면 사진을 보냈고, 추석을 앞둔 25일에는 선명한 지구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최근엔 올해 말로 예상됐던 임무 완료 기간을 2년 더 연장했다. 관측 성과가 훌륭한 데다남은 연료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은혁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한국의 달 연구는 외국에서 공유받은 자료로밖에 할 수 없어 한계가 있었다”면서 “다누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사진, 우리가 연구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의”라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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