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은 적 없다더니…호원초 학부모 계좌보내고 500만원 받아

201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영승 교사가 2019년 당시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MBC 보도화면 갈무리

이른바 '페트병 사건'으로 고(故) 이영승 교사에게 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가 더 많은 돈을 받은 정황이 나왔다.이 학부모는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29일 경찰과 MBC 등에 따르면 이 교사는 '페트병 사건'의 학부모에게 매달 50만원씩 8개월에 걸쳐 400만원을 송금한 것 외에도 100만원을 더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500만원을 건넨 것이다. 2016년 발생한 페트병 사건으로 이 교사는 2019년 말까지 학부모에게 시달려야 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학부모는 아들의 왼손 수술 당일 이 교사에게 사진 2장과 함께 "오늘 1차 수술을 받았네요. 참 힘드네요. 문자 보심 연락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아들이 수업 시간에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자 악성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했다. 수술 당일 학부모의 연락을 받은 이 교사는 "죄송하다" 말을 4차례나 반복하며 "혹시 계좌번호 하나만 받을 수 있을까요? 50만원씩 열 달 동안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학부모는 다음 날 감사하다면서 농협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인사가 늦었다. 치료비 송금해 줘서 감사하다"면서도 "4월부터 레이저 시술한다"며 추후 치료 계획을 알렸다. 이에따라 이 교사는 치료비, 즉 1차 성형수술비 100만원을 3월에 먼저 보낸 후 이후 8개월에 걸쳐 400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추정된다.

학부모는 더 나아가 이 교사가 약속한 500만원을 입금받고서도 "2차 수술을 할 예정이다. 시간 되면 전화 부탁드린다"고 메시지를 보내 이후 이 교사와 7분여간 통화했다. 이 교사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이정민 변호사는 학부모의 행위에 대해 "'돈을 달라'라고 하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그 당사자가 공포심을 느껴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 정도로 구성이 됐다면 그건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이 드러나면서 학부모의 이름과 직장 등 신상이 유포됐다. 특히 학부모가 서울의 한 지역단위 은행 부지점장인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해당 은행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항의글이 쏟아졌다. 은행측은 이 학부모를 지난 19일 자로 대기발령 및 직권 정지 조치했다.

학부모는 "고인에게 치료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면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서 내놓겠다"는 입장을 한 매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경찰은 추석 연휴 이후 학부모 등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