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초 학부모, 교사한테서 "400만원보다 더 받아냈다"

경찰, 故 이영승 교사 휴대전화 2대 확보…학부모 등 2명 소환 예정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경기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의 고(故) 이영승 교사에게 집중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가 이 교사의 생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당초 민원을 제기하면서 치료비 명목으로 4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학부모는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한 바 있다.

29일 경찰과 MBC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 교사가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년 넘게 계속된 학부모 A씨의 연락으로 매달 50만원씩 모두 400만원을 송금하기에 앞서 같은 해 3월 1차 성형수술비 100만원을 더 지급했다.

경기도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의 고(故) 이영승 교사에게 집중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가 이 교사의 생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이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앞에서 호원초 故 김은지·이영승 선생님의 명예회복을 위한 순직인정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교사가 부임한 첫해인 지난 2016년 이 교사의 수업 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쳤고, 학교안전공제회는 지난 2017년과 2019년 총 2회에 걸쳐 학생 측에 치료비를 보상했다.

그러나 학부모 A씨는 이 교사가 휴직 후 군입대를 한 후에도 보상을 요구했고, 이 교사는 지난 2018년 2월에 한 번, 3월 휴가 때 세 번, 6월에도 휴가를 내고 A씨를 만났다. 결국 이 교사는 사망 직전까지 사비를 들여 월 50만원씩 8차례, 모두 400만원 치료비를 추가 보상했다.

또 400만원 외에도 이 교사가 1차 치료비 100만원을 먼저 보냈던 사실이 파악됐다. A씨는 자녀의 1차 수술이 끝난 후 이 교사에게 사진 두 장을 보내면서 "오늘 1차 수술받았다. 내일 또 병원에 방문한다. 참 힘들다"라며 "문자 보면 연락 달라"고 재촉했다.

이 교사는 죄송하다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하며 "혹시 계좌번호 하나만 받을 수 있겠느냐.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데 정신적, 심적 의지가 못 되어 드리니 50만원씩 열달 동안 도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수술 열흘 뒤인 지난 2019년 2월 28일 이 교사는 A씨에게 "계좌번호 보내달라. 주말 동안에 보내겠다"고 문자를 보냈고, 이에 A씨는 감사하다며 "농협 XXX-XXX(계좌번호), OOO(이름)이다. 즐거운 휴일 되세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 교사는 1차 성형수술비 100만원을 주말인 3월 2일과 3일 사이에 먼저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 교사는 2019년 4월부터 11월까지 매달 50만원씩 400만원을 더 송금해 약속했던 500만원을 모두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백만 원을 받은 A씨는 그해 12월 31일에도 "2차 수술이 예정돼 있으니 연락 달라"며 이 교사에게 재차 연락을 취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교사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이정민 변호사는 "'돈을 달라'고 하는 직접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그 당사자가 공포심을 느껴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 정도로 구성이 됐다면 그건 협박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이 교사의 휴대전화 2대를 확보해 추석 연휴 이후 해당 학부모 등 3명을 소환할 계획이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